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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손바닥수필 〈관음108〉삶은 苦海의 자맥질 참회하며 觀世音하다

한 사람이 알면 얼마나 알며 한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살랴. 손바닥수필 〈관음108〉(수필세계사)을 쓰면서, 적어도 ‘자신의 인생이라도 알자’고 문학의 덕성을 빌려 사유했다.

 

현대인에게 예수는 에디슨만큼 큰 편익을 주지 못했다. 스티븐 호킹이 블랙홀이론을 설하건 부정하건, 천동설이나 지동설에도 관계없이 먼 과거처럼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다.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들도 매양 부정부패한 정치 속에 분열되고 있으며 종교인이 범람할 지경이어도 지구상에 온전한 평화란 없다. 그 혼란 속에 나는 이순을 넘었다.

 

그 긴 시간의 흐름 속에 만난 인연들이 모여서 내 인생의 살과 뼈를 이루었다. 첫 인연은 좋은 부모요, 두 번째 인연은 종교심이요, 세 번째 인연은 동반자인 책과 예의 삶을 견디게 해준 등대요 지팡이요 스승이다. 나는 허방을 딛는 듯이 늘 비틀거렸다. 산다는 것은 고해(苦海)의 자맥질이었다.

 

나는 세 개의 관상동맥을 시술하고 뼈 마디마디 관절염으로 시달리면서, 의약의 도움으로 조금 더 살게 되었다. 정신 차려 육십갑자 인생을 돌아보니 제대로 산 것 같지 않아 잠을 줄이며 정진한 마음공부라도 제대로 정리해 보고 싶었다. 한 깨달음으로 백百을 꿰뚫는다고 교만을 떨면 아무것도 못 얻는다. 그래서, 잘못 살고 헛되이 살고 어리석게 산 인생을 참회하는 심사로 산책소요하며 관세음(觀世音)하기 시작했다. 만물과 인간마다 두루 스승이었다. 진즉에 알았으면 잘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살아 보아야 겨우 깨닫기라도 하는 것이다.

 

인간과 만물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가? 어떤 인연으로 나와 맺어지는가? 고해인생이란 게 이렇게 별 볼일 없는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일이 대답을 얻게 했다.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나는 등에 칼을 맞기도 하고 타인을 도구 삼아 복을 얻기도 했다. 세상살이는 요지경이었고 요지경이므로 관세음을 한 것이다.

 

날마다 부지기수의 글이 쏟아진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글을 다 읽지 못한다. 현대인은 볼거리 놀거리로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1분쯤 글 한 꼭지 얼른 읽고, 자식과 부모가 함께 머리와 가슴을 열고 대화하고 소통하면 좋겠다.

 

사람은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을 하는 존재다. 자물쇠도 열쇠도 없는 두뇌와 마음에 드나드는 생각이 사람을 평강하게도 괴롭게도 한다. 그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들을 생활 속의 언어로 붙잡았다. 사람꽃을 만나고, 최고최대의 도서관인 자연을 읽고, 종교심과 예술관을 정리하며 ‘관음’ 한 편 쓸 때마다, 우선 나 자신부터 거듭났다. 관음108번째는 ‘어머니의 십훈(十訓)’이다. -남의 것은 똥보다도 더럽다. 한 입 갖고 두 일 하고 두 귀로는 한 일밖에 못한다. 참을 인(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봄처럼 부지런해라.-등등, 어머니가 자랄 적에 우리 형제들에게 이르신 말씀 그대로 썼다. 아주 쉬운 그 말씀이 삶의 진리요 철학인 걸 이제야 깊이 깨달은 것이다. 〈관음108〉은 나 자신을 교육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한 날의 소망’은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공부해서 아는 사람이 아니라 사유해서 지혜를 낳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런 진정성으로 쓴 5매 내외의 손바닥수필을 수필전문잡지 〈수필세계〉에 3년간 연재했다. 그것을 대구에 있는 출판사 수필세계사에서 손바닥수필집 〈관음108〉로 상재해 주었다.

 

나는 시인, 수필가이기 전에 늘 읽는 자다.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잘못 산 거 같다. 읽고 사유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것이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용옥 씨는 중앙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누구의 밥숟가락이냐〉 등 4권의 수집과, 〈생각 한 잔 드시지요〉 등 8권의 수필집, 화사집 〈빛 마하 생성〉을 냈다. 한국pen위원회 언어보존위원. 〈수필세계〉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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