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에게 듣는 지방분권] "균형발전·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달성, 분권에 답 있어
▲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 비서관이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전북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분권 철학과 청와대의 개헌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지방자치인재개발원청와대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시작으로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개헌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중앙에 편중됐던 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북은 인구, 부채, 재정자립도, 고령화율, 경제활동인구, 청장년층 역외유출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전국 최하위권이어서 분권이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낙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적지않다. 본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균형발전 정책 컨트롤타워인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 비서관(59)을 만나 입법과 재정분권을 포함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전반에 걸친 지방분권의 현실과 대안을 점검하고, 향후 지방분권 추진방향을 들어봤다.
-자방분권 특강을 위해 전북혁신도시를 찾아오셨는데 이번 강의는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나요.
“지방으로 권력이양이 진행될수록 지방공무원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역량 강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죠. 이번 강의는 지방분권에 대한 개념과 지방자치의 역사를 설명하고 대한민국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자리였습니다. 대한민국에 지방분권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해 향후 정책방향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지방자치제도가 나의 삶, 우리, 우리 마을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다양한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무늬만 자치라는 비판이 있어왔습니다. 권력의 중앙쏠림 현상은 오히려 과거보다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체단체장을 역임하셨던 비서관님은 이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자치단체장을 임명하던 방식에서 직선제 방식으로 바뀐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대통령이 관선 단체장을 임명하던 당시엔 지방자치제를 도입하면 대한민국이 ‘망할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20년 지방자치제도를 돌아보면 지역적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며 지역사회에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무늬만 자치라는 비판도 물론 있지만 주민과 자치단체의 소통이 강화되고 주민 참여는 훨씬 더 활성화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방의 권한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중앙에 얽매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전히 행정과 재정이 중앙집권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제를 비롯한 일자리, 문화, 의료 등 사회서비스 전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지방분권 개헌은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꼭 추진돼야 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판단이며 국정철학입니다.” -개인적인 지방분권 철학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 개헌방향에 대해 들려주시죠.
“개헌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최근 정부 개헌안이 대통령께 보고되면서 더욱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30년 만에 이루어지는 개헌인 만큼 변화한 시대상을 잘 담아내는 개헌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인간에 대한 기본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분권도 지역주민들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이 ‘분권’의 의미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중앙의 권력구조 개편을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주권재민을 이룰 수 있는 ‘분권’이 무엇인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청와대는 ‘진정한 국민주권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외로 수도권에 사는 사람과 지방에 사는 사람 모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젠 지방으로 권력을 분산하고 사회서비스 전 분야가 지방에서도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개헌안에 지방분권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분권 개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지만, 분권 개헌은 청와대 핵심공약이며 반드시 추진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한국같이 작은 나라에서 분권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간 한국의 중앙집권체제는 많은 폐단을 불러왔습니다. 집중된 권력과 부는 결과적으로 국민 참여를 제한시켰고, 소통도 힘들었습니다. 지역 청년들이 자신의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서울로 몰려들어 서울팽창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자치분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청년들의 바람을 실현하는 데 중앙집권체제가 한계를 보인 것이라 봅니다. 지방의 권력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주권자들의 참여가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주권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며 주권자들의 의지가 정책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주민참여활동들이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분권 개헌으로 진정한 주권재민을 이뤄야 합니다.”
-재정이 열악한 전북의 경우 섣부른 분권이 추진되면 경제적으로 더욱 낙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해결책이 있는지요. “재정자립도는 지자체가 필요한 자금을 얼마나 자체조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그 동안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보조사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재정자율성도 하락했죠. 재정적인 측면은 수도권과 지방간의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극화와 지역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앙집권적 형태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재정분권을 통해 자치단체의 자립을 재정립해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우선순위에 맞게 책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북은 전국 지자체 중 경제상황이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분권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재정적으로 소외된 지방을 중앙이 지원함은 물론 독일과 같은 분권 선진국처럼 헌법조항에 헌법에 지자체 간 연대의무를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독일의 공식 국가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Bundesrepublik Deutschland)입니다. 연방공화국과 우리나라의 법체계와 현실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처럼 지방분권 체제에서 재정수입이 많은 지자체가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사실상 헌법에 반영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전북처럼 타 지역보다 재정·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다면 세부적인 법률로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분권 개헌방향은 향후 법률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분권은 분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분권은 수단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균형발전입니다. 우리나라가 빠른 경제발전에도 오랜 기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돌파하지 못한 것은 경제 불균형 현상이 고착됐기 때문입니다. 국가균형발전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분권 개헌이라고 믿고 제대로 추진하겠습니다.”
●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은
- 서천군수 3선 역임 지방자치 현장전문가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 핵심참모로 꼽히는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 비서관은 충남 서천 출신으로 고향인 서천에서 3선 군수를 지낸 지방자치 현장전문가다.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을 주창하던 그는 전국 균형발전 지방정부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거쳐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실 자치분권비서관에 임명됐다. 군수시절부터 지역 특산품이기도 한 한산모시를 애용해 이름보다 별명인 Mr 한산모시로 유명하다.
나소열 비서관은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 측근으로 활동했으며,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도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남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돼왔지만, 최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