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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동심의 세계, 송경자 동시집 '바람 타는 우산'

개학 첫날 새 교실로 들어선 어린이가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새로워 두리번거리며 교실을 둘러봤다. 어엿한 2학년이 되었으니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교실과 복도를 머릿속에 그리며 화장실도 가지 않고 기억했는데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1학년 교실로 돌아갔다. 어린이는 ‘아차, 나 2학년이지!’ 화들짝 놀란다. “두리번두리번 새 교실/선생님과 친구들도 새롭다//이제 나는 2학년/실수하면 안 되지//교실과 복도를 머릿속에 그리며/화장실도 안 가고 기억했는데//급식 먹고 오다가/나도 모르게 들어갔다/1학년 교실로 쏘옥//아차, 나 2학년이지!” 송경자 시인의 동시 ‘개학 첫날’의 전문이다. 사실 개학 첫날에는 고학년 어린이나 청소년도 교실을 곧잘 헷갈리곤 한다. 시인은 주인공 어린이의 서툴지만, 순수한 마음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냈다. ‘이제 나는 2학년, 실수하면 안 되지’란 다짐에 흐뭇함을 느끼며 어린 시절을 떠올릴 어른 독자들도 많을 듯하다. 송경자 동시집 <바람 타는 우산>(책고래)에는 자연과 계절, 학교생활과 가정생활 등을 창의적인 생각과 참신한 비유로 엮은 55편의 동시가 독자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분홍 벚꽃잎이/봄바람에 흩날린다//하늘하늘 날리는 꽃잎 잡으러/폴짝폴짝 휙휙//손바닥에 살포시 앉은/작은 꽃잎 하나//내 소원 담아 훨훨 날아간다”(‘나비가 되어’ 전문) 나비처럼 귀엽고 예쁜 동시 ‘나비가 되어’는 벚꽃잎을 잡으러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봄의 정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면서 피식 웃음이 나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준관 시인은 서평에서 “송경자 시인의 동시는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시”라며 “동시들이 따스하고 온유하고 포근해서 그의 동시를 읽으면 행복하다”고 했다. 저자는 아동복지 교사로 아이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 그동안 동시집 <똥방귀도 좋대>(공저) 그림책 <마술떡>, 수필집 <좋은 하루 되세요>(공저) 등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3.05 17:09

담담함과 허허로움으로 채운 송하선 시인의 아흔 무렵의 이야기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노래하는 시인, 송하선 시인이 시선집<아흔 무렵의 이야기>(푸른사상)를 펴냈다. 현실에 대한 민감한 반응, 예리한 관찰과 비판, 불의와 부정을 고발하고 저항하는 개결한 정신의 발로가 시 또는 시인의 한 역할일 수 있다면, 송 시인과 같은 애정과 연민, 동정과 포용으로 인간과 사물을 바라보고 긍정하는 자세 또한 중요한 한 기능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작품에서는 시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아름다운 정서를 만날 수 있으며, 인간과 사물을 관조하는 따사롭고도 맑은 눈을 마주할 수 있다.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조금은 먼 거리에서 보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시 ‘꽃’ 전문) “지금은 시인이 되어 있다지만/ 문단의 말석에 있는 시인이다,/ 그러나, 누구처럼 막걸리 마시며/ 떠도는 시인이 아니라/ 정직한 시인이 되어야지”(시 ‘어떤 시인이 될까’ 전문) 이처럼 잠시 들여다본 송 시인의 작품에서도 보이듯 그의 시에는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개안, 삶에 대한 통찰과 관용의 정신, 깊고 그윽한 명상과 관조를 통해 시인은 마침내 자연과 삶과 죽음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현자의 세계에 이르러 있음을 넉넉하게 알려주고 있다. 장석주 문학평론가는 송 시인의 작품을 “송하선의 시들은 우리 시를 휩쓸고 지나간 민중 시도 아니요, 해체 시도 아니요, 생태 시도 아니다. ‘나’의 개체적 삶의 경험에서 길어내는 소박하고 조촐한 서정시의 세계다”며 “개체의 경험 중에서도 숭고하고 장엄한 것보다는 자연이나 가족, 이웃, 나날이 일상과의 교섭에서 이뤄지는 하찮고 사적인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고 평하며 그의 시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송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아흔 무렵에 으르러 아내와 결혼 62년을 기념하기 위해 단시 62편을 모았다”며 “시집 제목을 아흔 무렵의 이야기로 정했다. 이야기는 소설을 흔히 말하지만, 굳이 이야기라 한 것은 이제 90의 나이가 돼가니, 간디가 물레를 잣듯 말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13권 시집에다 펴낸 시편들이 700여 편의 범작일 뿐, 명작이 없다. 그러나 오직 한길로 한 걸음으로 걸어온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제 출생인 그는 전북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등을 졸업했고, 중국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1980년 우석대 교수로 부임해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인 그는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 목정문화상, 한국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다시 長江처럼>, <몽유록>, <시인과의 진정한 만남>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3.05 17:01

소멸해가는 시간과 사랑의 마음 담아, 유대준 시집 '기억의 그늘을 품다'

솔직한 언어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유대준 시인이 시집 <기억의 그늘을 품다>(현대시학사)를 펴냈다. 시인은 한층 선명해진 주제의식과 깊은 사유로 매혹적인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자신만의 화법과 심안을 갈고 닦은 그는 이번 시집에서 천천히 소멸해가는 시간과 사랑의 마음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늦은 귀가를 기다리다/이불 돌돌 말아 고치 집 지은 그녀를 본다/머리 쪽에 숨구명 하나 나 있다/처마 낮은 방에 엎드려/등이 가렵다고 피 나도록 긁으며/삶이 쓴 약 같다던 그녀가/(…중략…)/손에 단단한 각질을 새긴 그녀는/깨워도 깨워도 꿈쩍하지 않는다//우화등선의 꿈을 꾸는지”(‘아내의 잠’ 중에서) 시인은 원시적인 감각으로 자신의 삶을 끌어안고 사랑에 투신한다. 연민을 앞세우지 않은 담백한 시선과 흘러간 세월을 묵직하게 녹여낸 시편들은 서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시 해설을 통해 “특별히 이번 시집에는 삶과 사물을 향한 투명한 시선과 그 시선을 통한 섬세한 기억의 매무새가 견고하게 결속되어 있다”며 “남다른 기억의 힘으로 지난날을 재현하면서 그 시간을 항구적으로 긴직하려는 꿈의 세계에서 발원하고 완성되는 언어예술”이라고 밝혔다. 삶과 시를 대하는 시인의 진실한 마음과 진지하면서 겸허한 태도가 깊이 와닿는 시편들은 그가 30년 동안 쌓아 올린 서정과 서사가 어우러져 '이야기 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시집에는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53편의 시가 담겨있다. 완주 고산에서 태어난 유대준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원광대 문예창작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전북시인협회장과 전주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전북시인해양문학상 대상과 전북문학상‧전주문학상‧여산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3.05 15:0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기명숙 작가- 임후남'나를 아껴준 당신에게'

임후남 선생님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 북토크에 참여했다. 책갈피처럼 가지런히 접혀있던 독자들이 시를 낭송하고 작가와의 인연과 작품에 대해 말하는 연대의 장이었다. 선생은 용인에서 ‘생각을 담는 집’이라는 시골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를 떠나 타향에서의 객창감이 잦아들지 않을 무렵 찾아간 곳이었다. 고요의 질감 속 책과 식물에 둘러싸인 맑고 단정한 사람, 그렇게 선생과 인연을 맺었다. 임후남 선생의 작품들은 장르를 불문 삶의 양식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느린 여백의 시간과 필요한 만큼의 적요,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의 작고 연약한 것들과의 상호 작용이 그것이다. 그녀의 처소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어서 위계 없이 평화롭다. 선생은 언뜻 시골 후미진 책방에서 고립된 존재처럼 보이지만 꽃나무 풀들의 뿌리가 땅속에서 엉켜있듯 수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오랜 도시 생활에서 체득한 방식을 버리고 동안 꿈꿔왔다던 ‘나만의 방’에서 타자의 삶을 보듬는 플랫폼으로 기인한다. 책방에 들르는 사람, 꽃나무와 보리와 들깨와 낡아가는 책들에 귀를 기울인다.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는 그것에 대한 기록이다. 작품들에서 상실한 자의 목소리, 떠나온 자의 슬픔을 발견하곤 한다. 인간 실존에서 상실과 분리는 시 공간의 이격에서 오는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시집은 쇠락의 운명일 게 분명한 자연과 인간을 슬픔과 상실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시 전편을 관통하는 실존방식과 무한 애정은 ‘상처와 실패’를 곱씹는 자에게 존엄성 회복에 도달하기 위한 연료 공급처로 기능한다. 누군가 “나무들이 내뿜는 기호에 민감한 사람만이 목수가 된다”라고 하였다. 자연 기호에 매혹되고 예민한, 직접 체득에서 나오는 선생의 감응 능력이 시적 언술로 그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 또한 균열 된 세계로부터 위로를 찾아 숲속 책방을 찾아간 것이었으니 돌올한 선생의 ‘덕목’임이 분명하다. 한편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는 고통의 복판에서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노인과 실직자와 쇠락한 집과 희미한 유년기의 기억 등을 현학과 자의식 과잉 없이 드러낸다. 언어실험이니 한방에 녹다운시키려는 언어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지 않고 매화 꽃망울이 터지듯 툭툭, 던지는 말의 오묘함이 있다. 시집을 읽는 내내 선생의 관계망 속에 긴밀히 연결됐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취약한 존재라는 것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게 된다. 시인의 말에서처럼 “삶의 풍경은 저마다의 계절이 있고” 아픔은 균등 배분되지 않고 각자 몫으로 견뎌내야지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다시 봄이 올 것”이니까. 북토크에서 나는 「시인」을 낭송했다. 삶의 전장에서 “김밥을 말고 소주를 마시며 그냥 아줌마로 불리는” 시를 접어버린 이와 반대 값인 “쉰에 시인이 된 그는 육십 넘은 지금 김밥집에서 김밥을 말고 있다 (중략) 김밥을 말다 시가 튀어나오면 얼른 볼펜을 집어 들었다 (중략) 사람들은 그를 시인이라고 불렀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이 불균형적이고 도구적 측면에서 무용하대도 진정한 시인으로서의 추동 방식은 다르다. 이질적인 두 사례의 향방에서 나는 어디쯤 있는 것이냐! 힘든 사연도 말하고 나면 고통이 줄어든다. 선생은 아픔과 슬픔 견딜 수 없는 그리움까지 털어놓게 한다. 선생의 수필집 『책방 시절』과 『나는 괜찮아지고 있습니다』에서도 일관된 메시지가 있다. “나와 이웃한 삶에 자꾸 귀 기울이”는 선생이 넌지시 묻고 선생에게 위로받았던 나는 대답한다.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기명숙 작가는 전남 목포 출신이며,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현재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2.26 18:51

40여 년 현대시와 악전고투한 흔적⋯양병호 교수, '현대시와 인지시학' 출간

40여 년 동안 시와 문학을 공부하고 탐구해 오던 문학박사가 그동안 현대시와 함께 악전고투 해온 흔적을 엮어 책으로 펴냈다. 양병호 전북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가 <현대시와 인지시학>(인간과 문학사)을 출간한 것. ‘인지시학’은 문학작품을 읽는 방법론 중 하나로, 시인의 생각과 정서가 텍스트로 기호화되는 과정과 독자가 텍스트를 인지하는 정차와 과정에 주목한다. 양 교수는 책을 통해 인지시학에 대해 인지주체자의 해석을 강력하게 보장하고, 주창하는 방법론이라 설명하며, 시 텍스트를 인지하는 해석자의 창발적인 의미 부여와 의미 생성을 겨냥하는 시 읽기 방법이라 부연한다. 실제 그는 서문을 통해 “시의 은유 부석을 통해 시인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인지체계를 석명하는데 유효하다”며 “창발적인 해석을 위해 치밀한 언어 탐색과 제반 문화, 역사, 체험에 대한 풍부한 선지식이 필수적이다”고 말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이번 책의 1부는 한국의 저명한 현대 시인인 만해·육사·영랑·목월·이성선의 시 세계를 인지시학으로 탐구한 양 교수의 글이 실렸다. 이어지는 2부에는 임경순·정화자·김태우 시인 등 현대 시인들의 시집을 인지시학을 통해 조망하는 글들과 함께 현대시를 대상으로 설정한 주제를 입론하려 했던 글들로 채워졌다. 양 교수는 “시를, 문학을 공부하며 출렁출렁 살아온 세월이 어언 40여 년이나 흘러 정년을 앞뒀다. 시를 쓴답시고 써서 발표도 하고 시집으로 묶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심금을 울리는 명편에 대한 허전함이 자욱하다. 그래도 나름 뜨뜻미지근하게 창작과 연구의 길을 허위허위 달려왔다”며 이번 책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학문이든 시 쓰기든 쉬엄쉬엄하다말다 제멋에 겨워도 될 자유가 주어질 것. 후련하고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할 차례다. 바람에 스치우는 별을 하냥 바라보거나, 지상의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애도하거나, 하여튼 외로 된 사업에 골몰하리라. 그리고 주어진 한량의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야겠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순창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사, 문학석사,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모교의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북대에서 신문방송사주간, 역사관장, 평생교육원장, 인문대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그는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회장과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전북문학> 발행인의 일을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2.26 16:57

정지효 인터뷰 에세이집 '이토록 유익한 인터뷰'

사회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서적 위로와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다정함의 가치에 주목하는 책들이 늘고 있다. 치밀한 전략으로 생존방식을 기술하던 에세이‧자기계발서가 포용과 다정함의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정지효 방송작가가 펴낸 인터뷰 에세이집 <이토록 유익한 인터뷰>(라이트라이프)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작가의 다정한 시선들이 묻어있다. 광주일보 기획연재를 시작으로 완성된 에세이집은 사회, 문화, 철학, 경제, 과학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13명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저자는 한 사람의 응축된 지혜를 듣는 일이 최고의 공부라는 사실을 인터뷰이와 대화하면서 깨달았다. 결과의 위대함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을 느끼면서 삶의 방향성을 찾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욱 다정하고 친절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타인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소란했던 자신의 마음이 고요해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벨기에 청년 줄리안 퀸타르트, 천문학자 이명현, 문화심리학자 한민, 천하람 제22대 국회의원,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등 저자가 찾아낸 13명의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중독적이고 유머러스하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나를 일으켜 세운 열 세 번의 특별한 대화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여러분들의 삶에도 새로운 스토리가 되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지효 작가는 TV방송작가이자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칼럼니스트로 글을 썼다. 현재는 광주에서 시 공식 유튜브 채널 ‘빛튜브’와 도시 홍보 영상 제작‧운영자로 외연 확장 중이다. TV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6시 내고향> <생생 삼도는 지금> <굿모닝 대한민국>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센터 계간지 ‘그라지라’ 편집위원, 5‧18기념재단 소식지 ‘주먹밥’편집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해외자원봉사활동 지침서 <함께 가실래요?>와 남도여행기를 담은 <열 두달 남도여행>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2.26 16:06

김연주 시인, 동시집 '꿈을 찾은 아이들' 발간

“‘나는 농부다’/ 인간극장에 나온 재현이/ 트랙터 운전을 배우면서/ 농부의 꿈을 키웠고/ ‘나는 가수다’/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도형이도 꿈을 찾았대/ ‘나는 소리꾼이다’/ 국악한마당에 나온/ 태연이도 꿈을 찾았지/ 안전은 내가 책임질 거야/ 미래 소방관이 되고 싶은/ 욱이도 꿈을 찾았다네/ 우리 모두/ 양손 들어 엄지척!/ 장하다 장해~”(시‘꿈을 찾은 아이들’ 전문) 김연주 시인이 최근 동시집 <꿈을 찾은 아이들>(신아출판사)을 펴내며, 동심의 꽃을 피워냈다. 누구나 어렸을 때 가장 좋았던 기억의 자국이 남아있다. 워낙 자세한 것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몇 가지 잊지 못할 기억은 남아 있을 것이다. 김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아내며, 이제는 공감할 수 없는 어린이들만이 만들 수 있는 상상의 나라를 꿈꾸게 한다. 시인은 “아무런 걱정 없이 놀고, 아무것도 몰라서 좋았을 시절, 이제 그런 시절은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만, 기억만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고자 이번 동시집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고 싶었다. 하지만 벌써 노년의 벽에 부딪혔다. 그나마 이 책을 쓰면서 재미있는 추억들을 반추하는 계기가 됐다. 이 동시집이 독자분들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김연주 시인은 ‘시와 산문’에서 수필가로 ‘소년 문학’에서 동시 작가로 등단했다. 시인은 ‘제4회 작촌예술문학상’과 ‘제8회 녹색수필상’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마음 밭에도 풀꽃을 심어>, <세월이 바람처럼 흘렀다>, <작은 꽃별들>, <그 섬에 가다> 등이 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 전북펜문학, 시와산문문학회, 동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2.26 15:22

항일 독립주의자 후암 김창석 삶 조명…'후암문집' 국역본 발간

유학자 후암(後菴) 김창석(金昌碩 878~1946)은 일제에 협력하지 않은 항일 독립주의자로 유명하다. 일찍이 과거시험에 뜻을 두고 면학했지만, 구한말 부패한 위정자들과 일제의 침략으로 뜻을 접어야 했다. 이후 칠보와 태인에 은거하며 뜻을 함께하는 문인들과 시문을 창작하고, 후학을 가르치는데 집중했다. 유학자 후암의 철학과 삶을 국역해 정리한 <후암문집>(흐름)이 출간됐다. 후암의 아들 김돈기(1905~1989)가 정리한 자필고본을 바탕으로, 완산역사문화연구회가 국역해 발간했다. 국역 사업은 후암의 유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후세에 남기기 위해 추진됐다. 책에는 조선말과 일제강점기, 광복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다 간 유학자 후암의 삶을 풀어낸 시와 글 1000여 편이 실려 있다. 창씨개명과 단별령을 끝까지 거부하고, 두 아들에게도 이를 실천하도록 강조한 후암의 절개와 결기를 느낄 수 있다. “캄캄한 밤에 비바람 소리 처량하더니/그 재앙이 공자묘와 무덤까지 미쳤네/광 땅의 포위 혹독했으나 문은 길이 남았는데/환퇴의 도끼가 얼마나 많던지 나무도 기울었네/악행을 흘러내리게 한다면 동해도 마를 것이고/죄를 칭량(稱量)할 수 있다면 태산도 가벼우리/어떡하면 의기로 사람마다 홍기하게 하여/우리의 수치 모두 씻어 세상을 다시 맑게 할까”(‘곡부의 변고 뒤에 제가의 성토 시운을 쓰다’전문) 후암은 가난에도 뜻을 바꾸지 않고, 위세와 무력에도 고집스럽게 강한 절개를 보여준 유학자의 면모를 잃지 않는다. 특히 삶의 자세가 어떠한 무력시위보다도 강하였고, 지속되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후암의 정신은 그의 손자들에게까지 뻗쳐 훗날 일제 신학문과 박해를 거부하는 등 투철한 민족정신을 전승해갔다. 후암의 자필고본을 국역한 김순석 박사는 “후암 같이 선비정신을 국난에서도 실천적으로 보여 주었던 각 고을의 유림들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 전통을 잇는 일”이라며 “문집 발굴 번역과 연구 논문으로 이어져 향토문화가 더 구체적이고 풍성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2.26 15:21

섬세하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유기 동물의 삶⋯김근혜 작가, 장편동화 ‘들개들의 숲’ 발간

유기견과 유기묘 등 유기 동물의 이야기가 담긴 신간 장편 동화 <들개들의 숲>(보랏빛소 어린이)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새로운 모험으로 초대한다. 책은 김근혜 아동문학가의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신간으로 유기 동물의 삶을 통해 경쟁, 우정, 어울림을 주제로 한다. 작가는 보호자의 돌봄이 필요한 반려동물과 부모님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들의 삶을 동일하게 보고, 라도와 라도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야기는 유기견과 유기묘들이 사는 아름다운 숲, ‘섬숲’이라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라도라는 유기견이다. 나날이 커지는 몸집과 먹이를 감당 못 한 주인에게 버림받은 라도는 목숨을 구해준 할매의 유언으로, 인간의 폭력도 먹이 걱정도 없이 평화만이 존재한다고 소문이 난 ‘섬숲’으로 간다. 그곳에서 또 다른 유기견 코털과 길고양이 보리를 만나 섬숲의 추악한 이면을 마주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가 이번 작품을 구상하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텔레비전 속 동물 관련 프로그램 속 한 장면을 시청하면서 시작됐다. 프로그램 속 도로에 쓰러진 개 한 마리를 리트리버와 고양이가 에워싼 정면으로, 그 장면이 시단이 가도 지워지지 않았단다. 김 작가는 “텔레비전 속 녀석들이 꿈속에서도 나타났다. 그 모습이 꼭 글로 써달라는 듯 안타깝게 보여, 그들을 등장으로 한 작품의 집필에 이르게 됐고, 수 없는 퇴고를 거쳐 드디어 한 권의 동화로 완성시켰다”고 말하며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작가는 “유기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내다 버린다’라는 뜻이지만, 동물의 입장에서는 ‘자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저는 그들에게 자유롭게 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어디에도 완전한 자유는 존재하지 않기에 이야기의 배경인 섬숲 또한 밖에서 볼 때는 유토피아지만 안은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는 곳이죠. 그곳에서 겁쟁이 라도는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위해 자기 안의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겁쟁이 라도가 친구들을 위해 큰 용기를 내 소중한 생명을 지킨 것처럼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도 수많은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한 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지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근혜 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장편동화 <제롬랜드의 비밀>, <나는 나야!>, <봉주르요리교실 실종사건>, <다짜고짜 맹탐정>, <베프 떼어 내기 프로젝트>, 청소년 소설<유령이 된 소년>, <너의 여름이 되어 줄게>(공저), 오디오북<날아라 자전거>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2.20 16:2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작가, 김순정'아주 특별한 발레리노 프로기'

주택으로 이사를 하면서 옥상 텃밭을 가꾸고 있다. 사각 고무통에 흙을 채우고 처음으로 씨앗을 뿌리면서, 싱싱한 채소를 수확할 꿈에 한껏 부풀었다. 다행히 몇 번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 샐러드를 해먹을 만큼의 푸성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간과했던 것이 있다. 그건 어쩔 수 없이 다양한 벌레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무통에서 자라는 상추를 하루 만에 다 먹어 치우는 배추흰나비 애벌레, 고추나무에 사는 노린재를 일일이 손으로 잡으면서 수확의 기쁨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다양한 나비가 내 텃밭에 놀러 오고, 매일 아침 나타나는 크고 뚱뚱한 호박벌과 여름 막바지에 찾아오는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며,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곤 했다. 김순정 작가의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발레리노 프로기』에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건 개구리였다. 발레 신발을 신고 발끝을 세우며 춤을 추는 ‘프로기’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가 남달라 엄마 아빠의 기대를 한껏 높였던 프로기.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프로기는 멀리 뛰기나 파리를 잡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춤추는 것에만 열심이다. 연못에서 들리는 물방울 소리, 빗소리, 새들의 노래에 맞춰 행복하게 춤추며 마냥 행복한 프로기. 그런데 그런 프로기를 연못 속 생물들은 이상하다고 수군거린다. 프로기의 이런 상황은 인간의 삶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초등학생이니까’, ‘20대니까’, ‘엄마니까’ 당연히 이러해야 한다는 통념을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불편해하며 때로는 비난하기도 한다. 나와, 혹은 우리와 다른 모습을 인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은 때로 진정한 내 모습을 찾고 개성을 키워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주위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비웃을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아이가 애써 찾은 꿈을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싹조차 틔울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나는 왜 춤을 추는 거지?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만 뱅글뱅글 돌던 생각을 끌어 올렸어요. 그거야, 춤을 추면 행복하기 때문이지. 고민에 빠졌던 프로기는 춤을 좋아하고 즐기는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했고, 시간이 지나자 숲속 친구들 역시 프로기가 춤추는 걸 보며 아름답다고 느낀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일이다. 진정한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재능을 꽃피우고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데 있다. 설사 그것이 하찮고 누구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 해도, 그 순간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 2024 남도의병 콘텐츠 공모전 스토리 부분 대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전주>,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2.19 18:11

전북 사회문화운동 40년 어떻게 변화해 왔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전북의 사회문화운동 역사를 더듬어보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이종민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바로 그다. 이 교수가 지난 40여 년 동안 지역 사회문화운동에 대해 세밀히 기록한 책<변화를 읽다, 변혁을 꿈꾸다>(모악)가 출간됐다. 한 편 한 편 당대의 기록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 기록물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아 엮어낸 이번 책은 이종민이란 개인을 통해 본 전북의 사회문화운동사라고 할 만한 역사적 가치를 띄고 있다. 또 책을 읽다 보면 ‘한 시대의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는가?’와 더불어 ‘개인의 의지와 열망, 헌신은 집단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학술적인 연구의 대상과 대중적인 관심은 어떻게 접합될 수 있는가?’ 등에 관한 사유를 촉발시키기도 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1부 ‘변화를 읽다’는 이 교수가 운동적 차원에서 했건 발언들이 주를 이룬다. 가용 예산이 따로 없어 사람과 돈을 함께 모아나가며 일들을 꾸리면서 해왔던 조금은 거친 주장들이 모였다. 이어지는 2부 ‘변혁을 꿈꾸다’에서는 공공예산을 기반으로 한 일들을 꾸려나가면서 했던 발언들과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돼, 가슴 뿌듯한 성취의 사례가 소개된다. 이 교수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은 헤맴의 노력에 관한 일지요 보고서다. 해묵은 화두요 철 지난 유행가들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소중한 일기와 같은 기록이다”며 “혹 지난 세월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 지역에서 진행된 지역학술문화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하나의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서울 집중과 지역 소외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요원한 우리 시대의 과제”라며 “점점 내재화하는 자본 세상의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완화시킬 수 있고 시켜야 한다는 요구의 당위는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영문 모르는 영문학자’의 고뇌와 노력이 이런 분야에서 참고 사항 정도는 되지 않을까? 감히 희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책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이 교수의 선후배와 동료들이 준비한 출판기념회의 자리도 예정돼 눈길을 끈다. 행사는 오는 24일 오후 4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천년갈채상을 수상했던 젊은 예술인 이향윤 대금연주자의 ‘청성곡’ 연주와 조장훈(장고)의 ‘삼도설장고 가락과 비나리’, 오감도(백은선·안태상·이용선)의 ‘마이웨이’, ‘연어’, ‘성주풀이’ 등의 축하 공연도 이어진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2.19 16:42

전주문화원, '완역 신증 완산지', '전주 화산의 역사와 문화' 발행

전주문화원(원장 김진돈)이 <완역 신증 완산지>와 <전주 화산의 역사와 문화>를 발행했다. '완역 신증 완산지'는 한옥마을 한학자인 고재 이병은(한옥마을 3재의 한 분)의 아들 이도형이 1958년에 전주향교 옆 남안재에서 석판인쇄로 상하권을 발행한 것이다. 완산지의 저자 이도형은 전주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책속에 담아냈다. 책에는 근현대 중요 인물로 꼽히는 최병심과 이삼만을 비롯해 김희순, 이광열, 최규상 등을 기록해 예향 전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도형의 '완산지'는 기존의 완산지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번역하는 과정에서 '완역 신증 완산지'로 바뀌었다. 2023년부터 원문 탈고와 해석 작업을 추진해 올해 출간하게 됐다. 새롭게 편찬된 '완역 신증 완산지'는 지금의 전주와 완주 지역을 폭넓게 아우른다. 완산지에는 전주와 완주 지역이 유학 사상에 기초한 선비의 고장임을 거듭 강조해서 보여준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던 충절의 고장과 예술·흥취가 넘치는 예향의 산실이었음을 기술하고 있다. 전주문화원은 종교문화를 조명한 '전주 화산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발행했다. 전주 화산지역(현 화산동)에는 전주향교가 화산 남쪽에 1410년부터 1603년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전주향교 앞에는 1519년(중종 14)에 건립한 하마비가 있는데 1603년 교동으로 이전할 때 유일하게 가져온 것이다. 또 화산 남쪽에는 화산서원이 있어 회재 이언적과 규암 송인수를 모셨고, 국왕으로부터 편액을 하사 받은 서원이다. 조선 말부터는 선교사의 주요 활동무대로 바뀌었다. 1903년 완산 아래 은송리에 터를 잡았던 미국 선교사들은 전라관찰사의 강제 이전으로 대거 화산지역으로 옮게 오게 됐다. 이후 화산동에 예수병원과 선교사들의 숙소가 만들어지고, 신흥학교와 기전학교가 설립되면서 기독교의 성지가 됐다. 실제 미국남장로회 한국선교회 전주선교부는 근대교육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교육과 의료, 복음을 위한 헌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주 화산의 역사와 문화' 에는 화산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해 1900년대 개교한 신흥학교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담겨있다. 또 천향정이야기와 다가신사, 종이 이야기 등도 실려있다. 전주문화원 관계자는 "전주문화원은 앞으로도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에는 국립전주박물관과 함께 덕진연못에 직접 그린 승금정계회도를 분석하고 연구한 도서를 공동으로 편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2.19 16:39

시적 변용 거쳐 심금 울리는 왕태삼 '밀화부리가 다녀간 이유'

작촌문학상, 전북예총 공로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자 통찰력 있는 문인이기도 한 왕태삼의 세 번째 시집 <밀화부리가 다녀간 이유>(현대시)가 출간됐다. <눈꺼풀로 하루를 닦는다>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상의 변화를 오래 관찰한 사람의 깊이 있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민족 고유의 정서까지 아우르는 시 세계를 펼친다. 자연에 대한 순수한 관찰, 환경 파괴에 대한 진지한 반성, 일상의 여유로운 풍경, 자본을 향한 비판, 삶에 관한 성찰과 이웃과의 연대 등 다채로운 감각과 깊이 있는 시적 사유가 빛나는 시편들이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서사를 품은 시인의 시는 절절한 민족의 수난사이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의 한 맺힌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기원과 열망을 응축시킨 시편들이 익숙한 풍경 속에서 뜻밖의 깊이를 이끌어내면서 오늘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소재호 시인은 “서사적 서정시이거나 서정적 서사시로서, 시적 변용을 거치며 우리들 심금을 울린다”며 “감동이 없는 시는 시가 아니라는 듯이 스스로는 안으로 울되 독자에게는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시가 거의 절편이다” 라고 평했다. 64편의 시를 5부에 나누어 실었으며, 한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시인의 말’은 왕태삼 시인이 수년 간 구축해 온 시 세계를 대변한다. “삼거리집 그 홀아비네 살구는 유명했다/천도복숭아라 부를 정도니/소문을 달콤했다/동네방네 개들도 한 번씩은 죄다 주워 먹었다//(…중략…)//그 집 살구 터는 날은 남들이 더 잘 안다/그날도 홀아비 사다리 타는 날//아저씨/살구나무 아래 서면 가슴이 자꾸 떨려서요”(‘아주머니는 시인이다’ 중에서) 시인이 오랜 시간 다듬고 갈무리해온 시편들인 만큼, 사유의 깊이와 원숙한 시선이 빛나는 따뜻함이 가슴속으로 스며들어 잔잔한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왕태삼 시인은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문학시대>로 등단, 시집으로 <나의 등을 떠미는 사람들> <눈꺼풀로 하루를 닦는다> 등이 있다. 현재 전북시인협회 이사, 석정문학회부회장,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 전북대 평생교육원 시창작교실 강의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2.19 14:56

위기를 기회로⋯ 계속되는 경영난 속 지역 서점의 '생존 전략'

온라인 서점과 대형 체인의 공세 속에서 지역 서점들이 살아남기 위한 특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감성과 문화를 입힌 인문학 프로그램과 개성 넘치는 굿즈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과연 이들 서점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을까? △우리 이웃이 직접 추천하는 책 큐레이션 일부 서점에서는 유명 작가나 평론가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전주시 인후동에 위치한 서점 ‘잘익은 언어들’은 책방의 단골 독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추천하는 책을 전시하고, 추천 이유를 손 글씨로 적어 소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지선 잘익은 언어들 대표는 "전문가가 아닌 이웃의 추천이기에 더 친근하고 현실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또 2달마다 전시될 책을 교체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에서도 왜 그 책을 추천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다, 서로의 호기심을 자극해 그 속에서도 책이 판매되는 재밌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이 활동을 통해 매번 독자들에게 흔하게 소개되는 베스트 셀러 코너 속 책만이 아닌,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책들을 골고루 발굴하고, 소개할 수 있어 독자분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자체 기획 프로그램으로 독자와 소통 전주의 한 독립 서점인 ‘물결서사’는 매달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열고 있다. 또 이들은 다음 달 1일 지역 출신 작가 방우리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기획하는 등 이제 막 새싹을 피운 신인 작가와 더불어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를 조명하는 공익적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책방지기 임주아 작가는 “지역에서 책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 많아지고 있지만, 지역 서점을 방문하는 독자들의 수의 증가율은 더딘 실정”이라며 “책방도 엄연한 자영업으로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독자를 모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독서 모임과 연계되어 방문객들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제 인문학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SNS 게시글을 보고 공간을 찾아 주시는 새로운 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역 서점 ‘책방 토닥토닥’에서는 운동·페미니즘·기후 위기와 같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주제로 독서 모임을 개최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개성 넘치는 굿즈로 서점만의 색깔 강조 일부 서점들은 자체 제작한 굿즈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시집 전문 서점 '조림지'는 책방 주인의 개성을 그대로 담은 반소매 티셔츠와 후드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인기를 끄는 제품은 ‘2025 신춘문예 탈락자’라는 글씨가 새겨진 후드티로 서점만의 감성이 담긴 디자인과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방문객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또 이 책방은 방문객이 제시한 제목에 맞춰 즉흥시를 써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 ‘즉흥시를 써주는 책방’으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즉흥시의 가격은 소비자가 만족한 정도만 지불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많은 이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집 책방 조림지의 공간 지기 천기현 씨는 "굿즈 제작에 있어 딱히 큰 뜻은 없었다. 재미로 만들어본 굿즈가 SNS 속에서 홍보가 많이 돼, 굿즈를 통해 조림지라는 서점을 처음 접하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꽤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미로 만들어본 굿즈들이 시를 사랑해, 시를 쓰는 이들의 공감을 건드리게 되며. 이처럼 좋은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2.18 16:05

"가람 이병기 전집, 근현대 문학사 연구 새로운 지평 여는 중요 성과"

“가람 이병기 전집은 단순한 자료 수집을 넘어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체계를 정립하고 학문적 유산을 보존해 새로운 연구 지평을 열어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이경애 가람전집 간행위원회 총무는 12일 전북대학교 인터내셔널센터 동행홀에서 열린 ‘가람 이병기 전집’ 완간 기념식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가람 이병기 선생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람 선생에 관한 조명이 활발하지 않았고, 연구자들 역시 가람 선생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며 “이번 전집 간행을 통해 가람 선생을 제대로 연구하고 한국 근현대 문학사 체계를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30권을 끝으로 완간된 ‘가람 이병기 전집’은 전북대학교와 가람이병기전집 간행위원회 위원들의 집념이 담겨있다. 10년 넘게 가람 이병기 선생이 쓴 시조집과 시조론, 미발표 육필일기와 국문학 개론, 신문‧잡지에 남긴 1300여 편의 글을 바탕으로 선생의 생애와 업적 등을 정리했다. 1권이 2014년에 첫 출간됐으니 11년 만의 완간이다. 전집 간행 작업은 문학 부문 10권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진행됐다. 당초 15권 분량으로 예상했던 작업이 진행과정에서 30권으로 늘면서 예산 부족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익두 가람전집 간행위원장은 “전북대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에서 도와줬지만, 어려운 부분이 없을 수는 없었다. 11권에서 15권 발간 당시 예산이 부족했고 김승수 당시 전주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었다”며 “김승수 전 시장께서 ‘그런 일로 왜 여기까지 왔느냐’고 했다. 이후 밤중에 김 전 시장이 전화로 사업비 5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집 발간에는 전북대학교를 비롯해 전북자치도와 전주시, 익산시가 뜻을 모아 사업비를 지원했다. 대학 1억9500만 원, 전북도 4500만 원, 전주시 8000만 원, 익산시가 7500만 원을 지원해 총 3억9500만 원의 사업비가 지원됐다. 책은 국문학, 국어학, 서지학, 교육학, 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단행본, 학술지, 잡지와 신문에 실린 글과 함께 육필 노트 등 미간행 자료까지 수록됐다. 특히 원본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가독성과 신뢰성을 높인 편집 방식을 채택해 현대 연구자들이 학문적 정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한창훈 가람전집 공동 간행 위원장은 “이병기 전집은 이병기의 문학적, 학문적, 사회적 업적을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통합적 연구의 기반”이라며 “문학적 감수성과 학문적 통찰, 민족적 사명감이 어우러진 그의 업적은 조선학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고 전집은 한국학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2.12 18:31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 ‘전북의 맥, 전북 사람Ⅱ’ 발간

한평생 각자의 자리에서 땀과 열정을 다하며, 살아온 14명 장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값진 결과물이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가 <전북의 맥, 전북 사람Ⅱ>을 발간한 것. 책은 전북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세대와 이어가기 위한 ‘빛나는 도서관’ 사업의 일환으로 탄생 됐으며, 벌써 그 두 번째 서사를 쓰게 된 것이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으로는 전통음악과 민속놀이, 전통 북과 한지 제작. 옹기 공예를 비롯해 궁중 복식 재현, 가야금 제작, 전통 장승 보존, 그리고 지역 음식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북의 문화적 자산으로 지역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 명인들이 초대됐다. 전주의 대표주자에는 전주기접놀이가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임양원 전주기접놀이보존회장이 나섰으며, 군산을 대표한 명인으로는 임순옥 전북 무형유산 침선장 보유자가 소개된다. 또 익산에서 가업으로 이어져 온 모필을 만들며 모필장으로 인증을 받은 곽종민 보유자, 정읍에서 김환철류 줄풍류를 계승해 보존하고 있는 정칠환 씨, 60여 년간 수작업으로 전통 옹기를 만들고 있는 장태성 씨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김제의 향토 문화유산 송재권 악기장과 농악인 손현배 씨의 삶 속에 녹아있는 완주 농악, 진안의 매 사냥 보존회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오 응사. 무주 부남디딜방아 액악이 놀이를 계승하고 있는 유재두 씨. 장수녹반석에 홀려 벼루장이 된 고태봉 장인의 일생도 담겼다. 임실에서 활동하는 전라북도무형유산 지장 김일수 보유자, 순창에서 전통 장승을 만드는 윤흥관, 고창 고수도자기 장인 라희술, 부안에서 바지락죽을 만드는 김인경 씨 등 도내 곳곳에 분포된 명인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한병태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엽합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번 시리즈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를 전하고 미래 세대와 이어지는 귀중한 문화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책의 주인공이신 열네 분의 생애에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지혜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이번 책이 많은 분께 지혜와 감동을 전하고, 열네 분의 삶 속 이야기가 세대와 지역을 넘어 널리 퍼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2.12 15:37

"울컥 치미는 떨림"…유순예 신간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

생생한 감각과 위트 있는 시어를 구사하는 유순예 시인이 시집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모악)을 펴냈다.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을 소재로 하여 삶의 단면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현재 삶을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시편들은 시인이 힘겹게 세상을 건너온 고투의 흔적들로 역력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특유의 유머와 언어유희를 곁들여 활달하고 개성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간다.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당신이 시집올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살던 이 집에서/당신이 좋아하던 고구마를 굽네요/(…중략…)/봄비 같은 겨울비 내리는 오늘/이 딸내미 혼자 낯선 일을 벌이네요/하염없이 내리는 겨울비는 훌쩍훌쩍 젖어드는데요/당신 계시는 그곳은 좀 어떤가요?”(‘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 중에서) 시인은 무조건적인 감사와 사랑을 나열한 뻔한 사모곡이 아닌 거침없고 직설적인 유순예표 사모곡을 구사한다. 시어들은 직관적이고 담백해서 마음 깊숙한 울림을 전달한다. 삶의 정경을 바라보는 애틋한 눈길과 깊은 연민이 서린 61편의 시들은 시인의 겸손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까지 엿 볼 수 있다. 정우영 시인은 서평을 통해 유 시인의 이번 시집은 ‘통이 크고 넓다’고 정의했다. 생전이든 사후든 경계 없이 시 속에 들어와 놀다 가고, 시공간이라는 차원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정 시인은 “그의 시는 정령들 스스럼없이 끌어들여 정담을 나누고 쓰다듬으며 건사한다. 여기에는 어떤 가식이나 겉치레도 없다”며 “읽다가 울컥울컥 치미는 떨림을 애써 삭이며 고맙다고 가만히 토닥인다”고 밝혔다. 진안에서 태어난 유순예 시인은 2007년 ‘시선’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속삭거려도 다 알아> <호박꽃 엄마> <나비, 다녀가시다> 등이 있다. 현재 평생학습프로그램 끼적끼적 시작(時作)을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2.12 14:5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 박현아'인공지능, 말을 걸다'

올 1월, 우연한 기회로 서울에서 미디어 아트 전시회에 참여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림을 생성하는 '미드저니'를 활용해 만든 개인 작품들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이전 화가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의지에 기반을 두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프롬프트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작업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지만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는 전문가도 놀랄 수준이다. AI 덕분에 언감생심 평생 동안 그림 전시회는 꿈도 못 꾸던 이들도 전시회를 하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축하 노래를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AI 프로그램도 놀랍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날이 갈수록 더 정교해지고 있다. 프롬프트 한 줄만 넣으면 동영상까지 만들어주는 시대를 살다 보니 몇 년 후에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단이나 출판을 꿈꾸면서도 망설이던 이들도 이제는 쉽게 자신의 이름을 새긴 책을 만들어낸다. 챗GPT나 Claude AI의 도움을 받으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책 한 권을 하루에 쓰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렇게 만든 책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동안 긴긴밤 고뇌하면서 글을 썼던 시간이 그리워진다. 글이라는 세계를 안 후 세상과 만나는 일은 얼마나 큰 축복과 행복을 주었던가. 분노가 나를 휘감을 때, 슬픔이 몰아칠 때, 감동이 나를 사로잡을 때 그 모든 순간마다 글이 내 곁에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두 가지는 여행과 글쓰기를 만난 일이다. AI의 도움을 받아 책을 쓴 이들은 만약 AI가 없다면 제대로 된 글 한 줄 쓰기가 버거운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제목이나 키워드만 넣으면 시를 가래떡 뽑아내듯 쏟아내는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은 자기가 썼다는 시를 기억이나 할까? 만약 다른 이들의 작품과 섞어 놓는다면 자신의 작품을 구분도 못할 것이다. 가끔 그들에게 글쓰기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궁금해진다. 『인공지능, 말을 걸다』라는 이 책의 기본 화두도 “가장 인간적인 기계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 책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챗GPT와 같은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 없었다. 그래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저자의 기본적인 고민들은 오늘날에도 개발자와 사용자들에게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 가장 좋은 가전제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말처럼 우리가 기술의 발달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나는 사람들이 AI를 외치는 시대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AI가 주는 공허함은 단순한 기술 발전만으로 채울 수 없는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업무의 효율성과 처리 속도를 높여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서 남는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쓰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 나는 요즘 자연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자연 속에서 우리의 작은 존재를 깨달을 때, 시야는 넓어지고 사고는 깊어진다. 오늘은 잠시 매체에서 벗어나 자연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은 어떨까? 그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AI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생존법이리라.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2.12 14:52

다름을 인정하는 삶의 태도…김순정 작가 '아주 특별한, 발레리노 프로기' 출간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엉뚱한 상상력을 펼치는 김순정 작가가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발레리노 프로기>(예문)을 발간했다. 그림책은 ‘2024년 전주도서관 출판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편견을 깨고 다름을 인정하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전주 덕진 연못에 특별한 개구리가 태어나며 시작된다. 특별한 개구리, 프로기는 부모의 기대와 다르게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밤에는 달과 별이 비추고, 프로기는 반딧불이와 함께 춤을 춘다. 하지만 두꺼비와 뱀, 풍뎅이는 춤을 추는 프로기를 못마땅해한다. 개구리답지 못한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연못 생태계 구성원들의 계속되는 조롱과 비웃음에 결국 프로기는 춤추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프로기의 춤이 사라지자, 그간 프로기의 춤과 어울렸던 밤하늘의 달과 별, 반딧불이도 함께 없어지게 돼 연못 생태계는 프로기에게 다시 춤을 출 것을 권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김 작가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때,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프로기가 춤을 추는 이유를 고민한 것처럼 말이다”며 “이번 그림책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기회를 전하고 싶었다. 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구리는 비 오는 날에는 개굴개굴 울어야 하고, 파리를 잡아야 하며, 춤을 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두꺼비처럼 나도 모르게 타인을 향해 잣대를 들이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그림책을 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김순정 작가는 전주에서 자랐다. 그는 지난 2015년 한국아동문학회 <아동문화예술>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동시집 <거북이 서점>, 동화집<불평등을 수거해 드립니다>(공저), 오디오북 동화집<할아버지의 팽이> 등이 있다. 작가는 현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독서토론논술을 지도하고 있으며, 원광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2.05 16:30

어린이 마음 곡진하게 그리다…노은정 동시집 '왕 솜사탕'

쉽고 간결한 언어로 어린이의 마음을 곡진하게 그려 온 노은정 아동문학가의 두 번째 동시집 <왕 솜사탕>(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약 7년 만에 새 동시집을 펴낸 작가는 동시가 어린이의 진정한 친구가 되길 염원하며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입안에서/살살 녹을 것만 같아/구름이 만든 왕 솜사탕//수단/잠비아/짐바브웨/에티오피아/어린이들에게/줄/왕 솜사탕//우리가/나누지 않으니/구름이/발 벗고 나섰다”(‘왕 솜사탕’전문) 어린이의 내밀한 마음까지 다정히 어루만지면서도 리듬과 운율을 통해 감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사한다. 섬세한 필치로 선한 마음까지 표현한 작가는 친절한 단어들로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호병탁 시인은 작품해설을 통해 “동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하여 어린이다운 심리와 정서를 표현한 시”라며 “노은정이라는 성인이 아동의 눈으로 쓴 시는 코끝이 찡하기도 하고, 입가에 절로 미소를 물게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 문학의 진정한 힘”이라고 밝혔다. 2011년 대학문단 수필로 등단한 작가는 2014년 한비문학 동시‧동화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5년 한국아동문학 동화부문 신인상, 2022년 한국아동문학 오늘의 작가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동시집 <호박이 열리며>를 비롯해 동화집 <아기 다람쥐의 외출> 등이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아동분과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2.05 16:17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