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 길을 묻다] 2기 맞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4년간 교육 혁신 성과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지난달 30일 교육감 집무실에서 만난 김승환 교육감(60)은 운동화 차림이었다. 교육청에 오자마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고 할 만큼 김 교육감 앞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북했다. 김 교육감이 집무실을 비운 동안 교육부는 시국 선언 교사들의 신원 조회를 요구하며 감사를 진행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이에 본보는 향후 이제 갓 2기 체제를 출범시킨 김승환 교육감으로부터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전북교육의 현안은 무엇인지 등을 살피며 전북교육의 발전가능성을 가늠해본다.-1기 때와 비교해 2기 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사람도 기관도, 건강한 긴장의 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저도, 조직도 느슨해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정도면 됐지 않나라는 안도감이 있었겠지요. 동시에 이 분위기로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 실패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교육감을 처음 시작했을 때 것 처럼요. -학교 현장이 어떻게 변화되길 기대하고 있나.지난 4년 간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변화가 일어났고, 또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그 매개체가 된 것은 혁신학교였습니다. 취임 때부터 일관되게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도록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 일제고사가 폐지됐습니다. 2011년 전북에서는 전국 최초로 초등생 방학숙제가 없어졌습니다. 이런 변화가 초교 중간기말시험 없애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하지만 혁신학교를 둘러싼 오해가 있다. 전교조의 발명품라거나 예산 특혜라는 지적이다. 혁신학교 폐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혁신학교의 의미와 효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느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오히려 의심스럽습니다. 그동안 교원들은 인센티브 없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승진 가산점을 비롯해서 각종 혜택을 줘야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달랐습니다. 나는 교사이기 때문에 한다는 한 가지 이유만 존재했습니다. 그것을 칭찬해주고 사표를 삼아야 할 상황에 혁신학교 폐해를 운운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국정 국사교과서 출간을 강행하면 전북은 한국사 대안교과서를 만들 방침이라고 들었다.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교육의 국가 독점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교육을 정치적으로 편향화 하는 일일 테니까요. 이는 철학자 슈테판 츠바이크 말하는 정신적 독재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전북교육청 차원에서라도 올바른 역사교과서 편찬 작업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투 트랙으로 국정교과서를 어쩔 수 없이 채택하더라도 보조교과서를 내놓을 방침입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진보 교육감끼리 연대 논의는 아직 없었지만, 그것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강행할 생각입니다. 현행법상 범인정교과서에 대한 발행권과 허가권을 교육감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권한을 충분히 활용할 것입니다. -학교폭력 미기재와 관련해 교육부와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대법원은 지난 2월 27일 학교폭력 미기재에 대해 경기교육청 교육공무원에 관한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징계 사유가 존재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모든 법적 절차의 효력이 상실됐습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전북교육청 소속 퇴직 공무원 9명에 대해 포상 배제라는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는 교육부가 사법권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의 판결마저도 철두철미하게 무시했다는 뜻입니다. 헌법 제65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장관의 직무 집행 관련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항으로 탄핵 소추 사유에 해당된다고 봅니다.이미 불이익을 입었고, 앞으로 입게 될 교육공무원들은 자신의 권리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소송을 제기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법률적 자문이 있다면 전북교육청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판결에 대한 입장은.법외노조 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중요한 근거는 교원노조법과 같은 법 시행령입니다. 그 근거가 교원노조법 제2조(교원의 정의)라 하더라도 이같은 처분 자체가 과연 헌법적 한계가 있었는지 좀 더 면밀한 검토를 했어야 합니다.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뜻입니다. 핵심은 전체 조합원 6만 명이 있는 전교조에서 자격 시비로 해고된 조합원은 9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것이 과연 최소 침해 원칙에 부합한 겁니까.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근로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헌법33조 제1항의 정신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의회 교육위 소속 공무원 임명권을 둘러싸고 존치나 폐지냐 논란이 여전하다.그동안 도의회는 행안부 해석에 따라 소속 복귀를, 교육청은 교육부법제처 해석에 따라 존치를 주장해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처럼 행안부와 교육부 사이에 법 해석의 차이가 생긴 것은 이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행안부 해석에 따르면 교육의원 일몰제에 따라 소속 공무원들이 복귀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기계적인 해석에 불과합니다. 이런 경우 법률가들은 조리에 따라 판단한다고 합니다. 사물의 본질을 보자는 것이죠. 교육행정이라고 하는 전문영역을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일반 행정이 어떻게 지원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조리에 따른 판단입니다.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뒤 교육감 직선제 폐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그런 반응 자체가 치졸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경우가 아니라고 해서 180도 달라진 거죠. 교육감 직선제는 국회에서 법률을 통해 규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2010년과 2014년 선거 결과를 놓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현재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직선제 도입을 주도적으로 주장했던 사람들입니다. 철저하게 자기 모순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면 대통령 직선제도 폐지할 겁니까. 선거 결과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니까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불만과 항의의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반민주주의적이고 반헌법적인 발상이죠. -앞으로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진보 교육감끼리 연대해야 한다고 보는 현안이 있다면.참고로 지난 4년 동안 저와 생각을 달리 했던 분들도 교류는 잘 이뤄져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4년은 확실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 첫 단추로 무리한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여갈 것입니다. 교육부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졸속적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해왔습니다.2009 교육과정이 아직 학교 현장에 다 퍼지지도 않았고, 지난 교육과정이 남긴 적폐에 대해 교육부는 아무런 책임도 못 느낍니다. 이런 사안은 진보 교육감 선을 넘어서서 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단일한 의견 도출이 쉽지 않을까 합니다.● 김승환 교육감은 "아이들 손 꼭 잡고 가겠다" 따뜻함 넘치는 소신 물씬김승환 교육감은 사람들로부터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교육부와의 소송 등으로 인해 부각된 쌈닭 같은 이미지와 달리 부드럽다는 평가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가겠다는 따뜻한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였다. 유권자들은 교육부가 하라는 대로 따라가는 부끄러운 소통은 지양하고 학생교사학부모와의 건강한 소통은 언제 어디서라도 하겠다는 그의 소신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탄탄한 지지율 덕분에 그가 하루 아침에 변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김 교육감은 1953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초교 시절부터 주산과 암산에 특출났다. 전국의 상업계 고교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눈독을 들였다. 광주상고 계열학교인 광주 동성중이 그를 낚아챘다. 장학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받는 조건이었다.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다니면서 야간 학부과정이 있는 건국대에 입학했다. 고(故) 함석헌 선생이 창간하신 씨알의 소리를 읽으며 상식이 통하는 세상, 법이 법으로써 의미를 갖는 세상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고려대 대학원 법학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법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7년 박사과정 졸업과 동시에 전북대 강단에 섰다. 지난 1995년 518 특별법 제정운동을 계기로 시민사회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전북 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사회적 약자를 수호하는 일을 힘썼다.고 노무현대통령 재임시절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 국가인권위 독립성 수호를 위한 전국법학교수 모임 회장,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주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전주고법 범도민유치추진위 상임집행위원장 등을 지냈다.● 김 교육감 주요 공약- 컨트롤 타워 구축 등 학생 안전 최우선김승환 교육감은 지난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한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의 과제로 제시했다.세부적으로 안전인권 공약의 경우 학교 안전 컨트롤 타워골든 타임 행동체계 구축과 통학차량 지원 확대, 학생들의 충분한 수면과 아침식사를 위한 탄력적인 등교시간 운영 등이 제시됐다. 교육복지 공약에서는 놀이체험 중심의 전북형 유아교육과정 개발, 사립유치원 지원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안 등이 부각됐다. 또 농어촌 교육발전 지원조례 제정, 농어촌 교육특구구도심학교 특구 지정을 통한 교육의 균형발전안도 포함됐다. 2017년 고입 전면 내신제 도입에 따른 학습흥미도자기주도성 등을 계량화 한 전북형 평가제도 구축, 진로교육을 체계화하는 진로체험지원센터 설치가 교육혁신 공약으로 꼽혔다. 자치협력 공약으로는 학교자치조례 제정을 통한 학교의 민주적 운영 시스템 마련, 민관 거버넌스 형태인 소통협력위를 통한 교육 현안에 관한 토론, 사립학교 민주적 운영 조례 개정 등이 세부 과제로 나열됐다.● 전북교육청 현안은김승환 교육감은 1기 재임 당시 교육부와 학교폭력의 학생부 미기재 등을 놓고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2기에도 여전히 전북교육청과 교육부의 충돌이 예상된다. 자사고 재지정, 전교조 전임자 복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걸림돌이 많아 냉랭한 기류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자사고 재지정 전북교육청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고교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의 슬럼화를 야기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교육부는 이 같은 입장에 난색이다. 전북의 경우 전국구 자사고로 전주 상산고와 지역구 자사고로 익산 남성고군산 중앙고가 있다. 올해 재지정 심사를 한 상산고와 내년 재지정 심사를 앞두고 있는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면서 전면 재검토냐 보완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전교조 전임자 복귀법외노조가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전임자 복귀 문제를 두고 전북교육청과 교육부와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이상 교원 노조로서의 권리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북교육청은 전교조가 법원에 항소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황인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국가공무원은 휴직 사유가 소멸하면 30일 이내에 신청한 뒤 복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 지침은 현행법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교육부는 이달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발표한다. 앞서 진보 교육감들은 공동 공약으로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 반대를 제시했다. 정부가 국정 교과서를 강행할 경우 김승환 교육감은 대안교과서를 발간하고 채택, 학생들에게 균형잡힌 역사관을 심어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따라 역사교과서 논쟁이 정치권까지 가세한 이념 공방으로 번질 개연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