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고용때 계약조건대로" 대량 해고 막아 / 제도적 장치 마련 기대속 갈등 불씨는 여전
물러섬 없던 싸움이 ‘해고를 최소화한다’는 약속으로 일단락됐다.
지난달 26일 오후부터 전북도교육청 1층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던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들이 지난달 30일 한때 도교육청 옥상으로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한 입장으로 나섰지만 31일 도교육청 측과 합의하고 농성을 해제했다.
하지만 모든 갈등 요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양측 합의 내용= 이번 농성 투쟁을 촉발했던 수업 시수 하한 문제에 대해 일부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에 따르면 1·2기(2009년·2010년 채용) 영전강에 대해서는 ‘정규수업 12시간+방과후 6시간’을 채울 수 있는 조건이면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초등 영전강 중 다수를 차지하는 3기(2011년 채용)에 대해서는 기존 공문대로 정규 15시간을 채울 수 있을 때 채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최대한 수업 시수를 확보해 대량 해고는 막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권향임 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 교선국장은 “고용은 기본적으로 도교육청이 책임지되 고용의 방식도 도교육청이 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옥희 도교육청 대변인은 “일부 불가피한 해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 계산해보면 해고될 인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일단 영전강과 도교육청 양측은 ‘해고를 최소화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도입… ‘4년짜리 일회용’ 비판= 영전강 제도는 ‘영어 몰입 교육’으로 인해 늘어난 영어 수업 부담 때문에 도입됐다.
정규 교원을 충원하지 않고 ‘전문 강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기조와 근시안적 교육 정책에서 비롯됐다.
‘갑자기 늘어난’ 영어 교육 수요를 맞추려면 인원을 ‘갑자기’ 충원해야만 했다. 더불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강사들로 자리를 채워야 부담이 덜하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영전강의 지위는 애매하다.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 강사’는 교원이 아니다. 도내 영전강들은 ‘회계 직원’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 제5항은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계속 근무한 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전강들은 해마다, 혹은 학기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4년을 채운 뒤에는 신규 채용 시험을 봐야 한다.
이같이 고용 상태가 불안한 데 대해 국가인권위는 2013년 ‘무기계약직 전환 등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권고에 따르지 않고 있다.
△영전강-도교육청 양쪽 입장과 전망= 지난 1주일 간 영전강들이 요구해온 것은 크게 보면 ‘고용 안정’ 한 가지였다. 최영심 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장은 “시행령에서 명시한 4년 동안만이라도 현직 학교에 계속 있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감축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예산 문제 또한 존재한다.
여기에 영전강을 빨리 ‘털어내고 싶은’ 교육부의 압박도 작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업 시수 하한을 18시간으로 정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기본적인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양쪽이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권향임 교육공무직본부 교선국장은 “해마다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강사들을 ‘교육공무직’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측도 영전강들이 ‘교육자’로서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앞으로 이런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양측 사이에서 제도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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