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공정한가
■ 제시문- 제시문 (1)(가) 곤장을 맞게 된 이가 돈을 걸고 대신 매 맞을 사람을 구할 때마다 나서서 매품을 팔아 살아가던 사내가 있었다. 이 사내가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백 대 매품을 하루에 두 차례나 팔고 비틀비틀 자기 집을 찾아갔다. 그 아내가 또 백 대 매품 한 건을 선불로 받아놓고 사내를 보자 기쁘게 이 소식을 전했다. 사내는 상을 찌푸리고, "내가 오늘 죽을 똥을 쌌어. 세 번은 못 하겠네." 아내는 돈이 아까워서, "여보, 잠깐 고통을 참으면 여러 날 편히 배불릴 수 있잖수. 그럼 얼마나 좋우. 돈이 천행으로 굴러온 걸 당신은 왜 굳이 마다 허우?" 하고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대접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취해서 자기 볼기를 쓰다듬으며 허허 웃고, "그럽시다."하고 나갔다. 가서 다시 곤장을 맞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卽死)하고 말았다.(나) 내게 '결혼식 하객 도우미' 아르바이트가 생겼다. 거기서 내가 맡은 역할은 신랑 아버지의 친구다. 결혼식 장소는 ○○이고, 도우미들은 토요일 1시 반에 집합하기로 되어 있다. 회사 측에서는 친구도 몇 명 데리고 오면 더 좋다고 한다. 일당 1만 5천 원에 7만원짜리 점심도 대접한단다. 신랑 측은 도우미 회사에 내는 돈까지 해서 나 같은 짝퉁 하객 한 명당 돈 10만 원씩을 부담하는 셈이다.토요일 약속시간에 지하철 ○○역에 도착하자 60살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양복을 빼입고 모여 있었다. 도우미 회사 직원은 인원 점검을 한 뒤 축의금으로 낼 돈 봉투를 나눠 줬다. 그날 동원 인력은 총 백 명이라고 했다. 결혼식은 2시 반에 시작됐다. 신랑은 잘났고 신부는 고왔다. 신랑 아버지도 풍채 좋고 돈도 있어 보였다. 그런데도 신랑 측이 짝퉁 하객 백 명에 돈 천만 원을 쓰면서 신부 측에 과시할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기야 이렇게 부질없는 허세에 헛돈을 쓰더라도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는 모양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할까?- 제시문 (2) 지금 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고판다는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지 않고 점차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시장의 본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공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시장이 지닌 도덕적 한계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관련해서는 공정성과 가치 훼손의 문제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정성과 가치 훼손의 문제는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것과 사고팔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할 때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공정성의 문제는 사람들이 불리한 조건이나 경제적 필요성의 긴박한 정도에 따라 물건을 사고팔 때 생겨날 수 있는 불평등에 관한 것이다. 공정성의 측면에서 보면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시장 교환이 항상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시장 교환을 불공정하게 강요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편, 가치 훼손의 문제는 시장이 손상시키거나 변질시킬 수 있는 태도 및 규범에 관한 것이다. 어떤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사고파는 경우에 그 가치가 감소하거나 변질될 수 있다. 가치 훼손 문제는 공정한 거래 계약 조건이 성립됐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평등한 조건에서든 불평등한 조건에서든 모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굶주리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자신의 신장을 파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은 자신의 신장을 팔겠다고 결정할 수 있지만, 이 결정이 정말 자발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신장 거래 시장은 인간을 여러 부속이 합쳐진 존재로 보는, 변질되고 객체화된 인간관이 만연하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 제시문 (3) 사회와 독립된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는 완전히 유토피아적이다. 현실의 시장은 상품을 매개로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과 맞물린다. 경험적으로 정의하면 상품은 판매하기 위해 생산된 물건이며,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실제 접촉이다.노동, 토지, 화폐는 산업의 필수 요소이며, 시장에서 조직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본래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상품화될 수 없다. 노동이란 인간 활동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간 활동은 인간의 생명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판매를 위해 생산될 수 없다. 게다가 노동은 비축할 수도, 사람 자신과 분리하여 동원할 수도 없다. 토지란 자연의 일부여서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화폐는 그저 구매력의 징표일 뿐인데, 이는 은행업이나 국가금융의 메커니즘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생산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노동, 토지, 화폐를 상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전적으로 허구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노동, 토지, 화폐가 거래되는 시장들이 바로 그러한 허구의 도움으로 조직된다. 이것들은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되거나 구매되고 있으며, 수요량과 공급량도 현실에 존재한다. 자기조정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이런 요소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법령이나 정책은 시장 체제의 자기조정을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에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그러나 인간과 자연환경의 운명이 시장 메커니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황폐해질 것이 다. 그리고 인간들은 문화 제도의 보호막이 모두 벗겨진 채 사회 문제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쟁점 논제1. 논술 논제제시문 (2)의 관점에서 제시문 (1)의 (가), (나)를 논평하고, 제시문 (2)와 제시문 (3)의 차이에 주목하여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900자 내외) * 보낼 곳; yimza@daum.net2. 면접 논제현재의 경제체제에서 거래되는 정신적 가치의 종류를 예로 들어보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말해보시오.(면접은 주변 학생들과 해보기 바람)■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쟁점 확대하기1. 가치의 거래 경제철학의 오래된 고민,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물질 그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가치설이나 농업가치설은 모두 물질 중심적 사고의 산물이다. 가치가 거래를 통해 창출되는 과정이다. 2. 시장의 도덕적 한계어떤 대상이 돈으로 거래되는 것은 거북함, 불쾌감ㅂ, 부정적 의식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에는 정의의 균열, 즉 공정성의 파괴라는 도덕규범을 근거로 한다. 난자, 줄기세포, 여성을 임신 대리 장치로 거래하는 것, 사망을 담보로 말기환금 생명보험을 판다. 이제는 생명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거래 대상화하고 dlTY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우주 천지에 더 이상 없다는 시장 논리가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3. 불공정한 거래와 가치의 훼손시장 만능의 경제적 논리는 인간의 모든 생활양식을 지배하여 지금까지 도덕과 이의 사회규범적 실천으로서의 존중받던 영역이 비도덕과 비법률적 영역으로, 즉 시장의 거래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돈이 잠식하거나 밀어낼지 모르는 태도와 규범에 담긴 도덕적 중요성의 인식을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는 경고를 의미한다. 줄서기와 새치기의 예를 들어보자. 줄서기는 공평함과 자기노력의 가치를 존중한다. 그러나 새치기는 이 공정성의 가치를 훼손시킨다. 사실 새치기는 오늘 우리의 사회적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 항공기의 1등석, 비즈니스석, 스포츠 경기장의 박스석, 은행의 구별된 창구, 대리 줄서기, 진료 예약권 및 점담의사제 등 새치기를 돈으로 사고파는 양식은 깊숙이 잠식하고 있다.■ 쟁점 기출문제고려대(인문계 A) 2013학년도 기출Ⅰ. (2)의 관점에서 (1)의 (가), (나)를 논평하고, (2)와 (3)의 차이에 주목하여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75점)Ⅱ. (4)를 읽고 다음 논제에 답하시오. (25점)1. (가)의 방식을 사용하면 어느 가격에 누가 물건을 갖게 되는가? 그리고 물건을 배분 받는 사람들의 물건 가치 평가의 평균은 얼마인가?2. (나)의 방식을 사용할 때 물건을 배분 받는 소비자 짝의 경우를 모두 나열하고, 각 경우의 확률이 얼마인지 구하라. 물건을 배분 받는 사람의 물건 가치 평가의 기댓값을 구하라.3. 이제 (다)의 방식을 사용한다. 위 문항 2에서 구한 (나)를 통한 최초의 배분 각각의 경우에 대해서 거래가 발생할지 여부와 거래가 발생한다면 누가 물건을 최종적으로 갖게 될 것인지를 답하라. 이로부터 최종적인 물건 배분의 경우를 나열하고 각 경우의 확률을 구하라. 물건을 최종적으로 배분 받는 사람의 물건 가치 평가의 기댓값에 근거하여 (가), (나), (다)의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논하라.■ 쟁점 관련 도서영화1. 관련 도서'시장은 정의로운가' , '경제민주화를 말하다'2. 관련 영화'인사동 스캔들' , '월 스트리트'■ 학생 글과 교사 총평1. 학생 논술문시장은 공정성의 문제와 가치훼손의 문제라는 도덕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시장 교환 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어떤 태도 및 규범이 손상되거나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1)의 (가)는 공정성과 가치 훼손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먼저 제시문 (1)의 (가)를 살펴보자. 제시문 (1)의 (가)는 제시문 (2)의 관점에서 볼 때 공정성의 문제와 가치 훼손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내가 매품을 판 것은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한 매품을 파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하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다음으로 제시문 (1)의 (나)는 제시문 (2)의 관점에서 볼 때 가치 훼손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신랑 측의 결혼식 하객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고용함으로써 축하의 의미를 퇴색시켰으며 더 나아가 상부상조의 전통을 훼손시켰다. 신랑 측과 하객 도우미 아르바이트 사이의 거래는 자발적이었고 공정한 거래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결혼식 하객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것 자체가 가치 훼손의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다.제시문 (2)와 (3)은 상품화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기준을 다르게 제시한다. 제시문 (2)는 상품화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기준이 공정성과 가치 훼손의 문제에 있다고 보지만 제시문 (3)은 그 기준이 판매를 위해 생산됐는지 여부에 있다고 본다. 상품화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기준은 공정성과 가치 훼손의 문제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시장 교환의 자발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환되는 물건의 상품화가 공정해야 한다. 또한 상품화됨으로써 감소하거나 변질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난쟁이 가족이 살던 집이 재개발되면서 아파트 입주권의 상품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는 자발적인 것이 아닌 반강제적인 것이며 그 결과 난쟁이 가족으로 대표되는 소시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기본적인 인권마저 위협받게 된다. 전주중앙여고 3학년 박예림2. 교사 총평시장은 공정하지 않다.고산고등학교 교사 임창범이번 논술문의 주제는 '상품화'이다. 현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상품화를 통해 많은 가치가 거래되고 정신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다.- 제시문(대상 도서)에 대한 이해 분석력예림 학생은 지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제시문 (2)의 관점에서 제시문 (1)의 (가), (나)를 논평하는 것은 채점하면 A에 해당한다. 요약 = 해석과 정리의 힘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논설문을 쓰다보면 설명하는 글을 쓰게 되는데 지금 예림이는 해석과 정리의 힘으로 (가)와 (나)를 논평하고 있다. - 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논술에서 필요한 것은 요약과 함께 쟁점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예림 학생은 이번 논술문이 시장이 가지는 공정성의 문제와 가치의 훼손이라는 큰 맥락에서 제시문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이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올바른 시각에서 글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 해결력시장에서의 '상품화'는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난소공에서 보여준 것은 공정성이 아닌 불공정의 사례를 통해 논의의 핵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장력 및 표현력'요약은 해석과 정리의 힘'이다. 정확한 요약과 쟁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단 및 문장의 구성이 매끄럽다. 논증이 정확하여 채점자에게 채점자보다 더 잘 요약된 글과 논증으로 글을 잘 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