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폐교위기 극복한 장수 계북중
폐교 위기에 있던 장수의 한 작은 산골 중학교가 학교와 지역 주민들의 눈물 겨운 노력으로 인해 학교가 살아나게 돼 지역 사회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전국 어느 농산어촌 학교나 마찬가지로 장수 계북중(교장 홍순창)은 이농현상의 심화로 폐교 위기에 처한게 오래전이다.지속적인 인구감소와 계북면 관내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규모가 큰 다른 학교로 진학하면서 폐교나 통합위기에 직면한 것이다.하지만 이 학교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지난해 신입생 5명을 포함, 전교생이 18명에 불과했던 곳이 올해는 신입생이 14명으로 늘어나면서 전교생이 이젠 29명이 됐다.지난해 2학기때 다른 지역에서 5명이 전학왔고, 올들어서도 계북초교 졸업생 전원(11명)과 인근 초교에서도 3명이 입학한 것이다.이처럼 계북중에 기적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초 부임한 홍순창 교장과 지역 사회의 노력이 맞아떨어진 때문이다.홍 교장은 "학생을 위한 교사의 사랑만이 학교를 살릴 수 있다"는 평소 믿음대로 학력향상을 위한 '방과 후 보충수업'과 '자기주도 공부방'을 운영하기 위해 군청과 애향재단 등 유관기관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처음엔 "당신뿐 아니라 다른 교장들도 처음엔 다 그렇게 하더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던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그의 정성에 화답하기 시작했다.결국 '방과후 공부방'이 들어섰고, 이 공부방은 인근에 학원이나 도서실이 없는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학교측의 대안이 됐다.초등학교 때부터 가정학습 습관이 정착되지 않아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여건을 고려해 학교측은 '전북 e-스쿨'을 활용한 방과후 사이버 공부방을 운영해나갔다.하지만 학생들의 저녁식사와 귀가 문제가 큰 고민거리였다.도시락 싸오기를 꺼려하는 학생들은 과자나 빵으로 저녁을 대신하기 일쑤였다.학교측은 장수애향재단으로부터 학생들의 저녁식사비 일부를 지원받고, 교육공동체 간담회를 통해 학부모들의 협조를 얻어 식사문제를 해결했다.지역 여건상 버스운행이 일찍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 통근 문제도 계북면 자율방범대(방범대장 정지권)가 차량지원을 하는 등 지역사회가 힘을 보탰다.정지권 방범대장은 "우리 지역을 위해 뭔가 봉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즐겁고 힘이 난다"며 "대원들이 서로 번갈아가며 운행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말한다.이 학교는 매주 5일간(월~금)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 전북e-스쿨 컨텐츠를 활용한 자기주도 학습을 운영하고 있다.특히 '계북플래너'라는 책자를 제작해 학생들이 매주 초에 주간학습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학부모·담임교사·학교장의 3단계 확인 절차를 통해 학습방법 및 생활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방법을 실행하고 있는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특기적성 신장을 위해 풋살, 기타 연주, 사군자 그리기, 사물난타반 등을 운영하고 있고, 매일 아침독서를 실시하고 있다.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동문들도 모교의 변화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지난해 5월 개교 36년만에 총동창회조직위(준비위원장 박종한)가 결성됐고, 올해는 입학한 신입생 14명 전원에게 각각 장학금 30만원을 전달했다.이 학교 2학년 한승준군은 "집에서는 인터넷도 잘 안되고 공부를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학교에서 형·누나들이랑 같이 저녁도 먹고 e-스쿨로 공부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최성호 교사는 "학생들과 밥을 먹으며 한솥밥 정이 붙었다"며 "꿈도 희망이 없이 무기력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던 아이들이 공부하려고 애쓰고, 저녁밥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면 정말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