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제6회 전주한옥마을 전국시낭송경연대회에서 이명순(63·경기도 김포)씨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시 낭송과 시문학을 사랑하는 대표적 시 낭송단체인 (학)한벽루사람들은 2025년 문화예술진흥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일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제6회 전주한옥마을 전국시낭송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 역시 전국의 수많은 시 낭송가들이 대서 응모했으며, 이 중 예심을 통과한 33명을 대상으로 본선대회를 치렀다. 그 결과 영예의 대상은 ‘안중근 의사의 권총(문병란 시)’을 낭송한 이명순 씨가 선정됐다. 금상은 형동광 씨, 은상은 최영식 씨가 수상했으며, 동상에는 최영덕·조귀덕·최미영·최은희·노광흔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대상과 더불어 금상, 은상 수상자는 (학)한벽루사람들이 수여한 시상금과 기낭송 인증서를 수여받았으며, 특히 대상 수상자인 이명순 씨는 상금 200만 원과 함께 향후 전주한옥마을 ‘시(詩)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영예를 얻었다. 이번 경연대회를 주관한 강민서 (학)한벽루사람들 대표는 “문자로 기호화 된 시를 감성의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시낭송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창출해 내면서 모든 이들에게 환희와 감동을 주는 뜻깊은 대회가 되길 소망했다”며 “전국 규모의 공정한 대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준 높은 참가자들이 많이 도전해 심사하는데 애로가 많았다. 이제는 시낭송이 문화예술중심 도시 전주의 또 다른 문화관광콘텐츠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경연대회는 조만간 편집하여 유튜브 “한벽루사람들”로 중개할 예정이다.
“새만금은 살아 숨 쉬는 바다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넓은 땅을 꿈꾸었고, 여러 우여곡절을 거쳤다. 나는 그 과정을 배우며 느꼈다. 새만금은 단순히 간척된 땅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바꾸며 성장해가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을. (새만금개발청 청장상 발췌)” 어린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바라본 새만금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제시하는 동심이 하나하나의 글짜를 통해 재현됐다. 새만금의 이야기를 소재로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의 새만금을 그리는 아이들의 특별한 재능기부가 마련된 것이다. 지난 31일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김항술 관장)은 ‘제3회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수상자와 학부형을 비롯해 새만금개발청 조홍남 차장, 새만금개발공사 나경균 사장,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 김영 1차작품심사위원장(신석정문학회 회장), 박동규 2차작품심사위원장(고 박목월 시인 장남·서울대 명예교수)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전주갑 국회의원)은 축전을 통해 “제3회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 시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우리 어린이들이 상상력과 감성을 글로 표현하며, 마음을 나누는 자리다"며 "오늘과 같은 뜻 깊은 대회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 대회는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이 주최하고, 새만금개발청·새만금개발공사·전북일보가 후원해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영예의 새만금개발청장상은 군산푸른솔초등학교 5학년 김윤호 학생의 ‘내 상상은 새만금에 뿌리내린다’가 선정됐다. 이어 새만금개발공사장상, 전북일보 사장상,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장상 등도 주어졌다. 심사위원장인 박동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어린이들의 글에는 새만금의 미래를 향한 순수한 시선이 담겨 있다”며 “이들이야말로 새만금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평가했다.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 김항술 관장은 “새만금의 미래는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시작된다”며 “박물관은 앞으로도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고, 세계 속의 ‘새만금 르네상스’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상식이 끝난 후에는 ‘새만금 세계로!’ 행사도 진행, 박물관 야외 잔디밭에서 새만금국제공항 활주로 퍼포먼스 및 새만금 세계로 비행기 날리기 등의 부대 행사도 진행됐다. 축하공연에서는 성악가 석상근의 무대와 서예가 홍한표의 ‘새만금 세계로’ 휘호 퍼포먼스가 진행돼 갈채를 받았다.
전북여고에서 국어교사와 미술교사로 함께 교편을 잡았던 이세재 시인과 김두해 화가가 10년에 걸친 인연을 바탕으로 시화전 '달빛노정'을 선보인다. 언어와 이미지, 우정이 맞닿은 영역을 탐색하는 이번 시화전은 11월 19일까지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이세재 시인과 김두해 작가의 깊은 교감에서 시작됐다. 3년 전 사석에서 오고 간 “언젠간 시화전을 해보자”는 가벼운 제안이 약속으로 바뀌면서 1년 6개월간의 준비 끝에 35점의 작품으로 완성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전시 오픈식에는 현대 수묵화의 대가인 목정 방의걸 화백을 비롯해 조각가 김형석, 김부경 작가, 강수호 서예가, 무형문화재 제8호 가곡 보유자 이선숙 명창, 이흥재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 등 지역 문화예술 인사들이 다수 참석해 두 작가의 우정과 예술에 대한 헌신을 축하했다. 목정 방의걸 화백은 축사를 통해 “김두해는 (내가)좋아하는 후배”라며 “옛날에는 소나무를 많이 그렸는데 이번 작품들은 큼직하고 추상성도 있어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두해 작가가 계속 발전해서 좋은 작가가 되길 소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시에서는 이세재 시인의 서정시를 서예가 강수호의 붓글씨로 옮기고, 여기에 김두해 화백의 회화작품이 더해져 시와 그림, 글씨가 하나로 어우러진 시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두해 화백은 인사말에서 “이세재 시인과는 1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이다. 남다른 시선으로 시를 쓰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며 “먼저 시화전을 제안해 줬고, 1년 넘게 작품을 준비해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완성된 작품은 35점인데, 버린 작품까지 세어보면 70점은 될 것 같다. 시를 읽고 느낌으로만 작업해 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작업 과정을 회고했다. 이세재 시인은 “김두해 작가와 강수호 서예가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부족한 부분이 많은 저의 시에 강수호 서예가의 글씨와 김두해 작가의 그림이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실제로 그의 시 ‘가을산 진달래’를 읽고 김두해 작가가 처음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야 했다. 이번 전시는 두 예술가가 단순히 작품을 나란히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정이라는 지난 시간을 예술로 빚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언어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다시 언어를 환기하는 지점에서 관람객들은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마음’ 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예향의 도시 전주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전시였어요. 그나마 기댈 곳은 전북도립미술관밖에 없는데 해외 유명 박물관과 연계해서 그곳의 예술품을 가져온다든지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잖아요” 지난달 30일 JB문화공간에서 마련한 박물관‧미술관 투어에 참여한 A(63‧전주)씨가 이같이 말했다. 새벽 6시 출발이라는 고된 일정을 소화하면서까지 미술관 투어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전시’라는 점이었다. 평소 미술 관람에 진심이라는 그는 전북도립미술관에서도 유명 컬렉션을 정기적으로 기획해 선보이기 쉽지 않은 만큼, 미술관 투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여정의 목적지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새벽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함에도 30인승 버스는 만석이었다. 첫 일정으로 덕수궁관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특별전 ‘향수, 고향을 그리다’를 관람했다. 전시는 한국 근현대 풍경화를 한자리에 모아 ‘고향’이라는 정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 화단의 특징부터 광복, 분단과 전쟁, 산업화·도시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고향이라는 정서가 풍경화와 아카이브를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1세대 인상주의 화가인 오지호의 1928년 작 ‘동북산촌’을 비롯해 김환기, 유영국, 장 이응노, 윤중식, 최영림 등 75명의 작가가 고향을 그리워했던 마음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아 완성한 2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날 투어를 이끈 이흥재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의 해설이 그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였다. 이흥재 관장은 “작품들이 단순히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전쟁, 분단, 산업화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고향을 되찾으려는 정서를 볼 수 있다”며 “이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고향이 예술적 모티브로 작용하는 중요한 배경이자 근간임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간의 흐름과 공간 속에 자리한 유물을 관람했다. 미술관에서 회화 작품을 중심으로 감상했다면 이곳에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와 미술이 맞물린 시공간을 경험했다. 이번 투어가 남긴 것은 단순한 문화적 체험이 아니다. 박물관‧미술관 투어 뒤에는 지역 문화 향유의 격차와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전시”라는 말은 불평이 아니라, 지역 문화 환경에 대한 현실을 증명한 셈이다. 따라서 지역에서도 이러한 문화적 폭과 깊이를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관람 기회의 접근성 확대와 전시 기획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지역 문화 생태계의 지속성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끝자락의 밤,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이 푸치니의 선율로 물들었다. 지난달 30일 오페라 ‘토스카’가 전북대 이은희 교수의 퇴임을 기념해 ‘뮤직 씨어터 슈바빙(Music Theater Schwabing)’의 무대로 펼쳐진 것.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가 아닌, 한 예술가의 사랑과 신념, 그리고 제자들과 아름다운 여정이 담긴 무대였다. 푸치니의 대표작인 ‘토스카’는 19세기 로마를 배경으로 자유를 꿈꾸는 화가 카바라도시와 가수 토스카의 비극적 사랑, 그리고 권력자 스카르피아의 폭력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1막에서는 사랑과 이상이 싹트고, 2막에서는 권력의 음모가 이를 짓밟는다. 마지막 3막에서는 토스카는 연인의 죽음을 알고 절망 속에 몸을 던진다. 비극의 끝에서 드러나는 인간적 고뇌와 사랑의 순수함이 객석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실제 공연은 화려한 기교보다 삶과 예술의 진정성이 깊이 스며든 시간으로 채워지는 등 한 예술가의 퇴임 무대였지만,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도약을 예감하게 할 수 있게 채워졌다. 또 이날 공연에는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성악가들도 대거 출연했다. 플로리아 토스카 역은 소프라노 고은영, 마리오 카바라도시 역은 테너 김요한, 스카르피아 역은 바리톤 이대한이 맡았다. 이 밖에도 바리톤 이현준(성당지기), 베이스 정주영(안젤로티)이 출연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제작진으로는 최재영(지휘), 김정윤(연출), 정원·서정희(음악감독), 최형범(무대감독), 안호중(조명감독) 등이 참여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주에는 전주챔버오케스트라, 합창은 슈바빙 오페라 합창단과 디에시스 성악 앙상블이 맡아 무대를 풍성하게 채웠다. 이은희 전북대 예술대학 교수는 “오늘의 무대는 제자들과 동료, 스태프들이 함께 이뤄낸 감사의 결실”이라며 “예술을 통해 인간의 진실한 감정과 도덕적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분이 비극 속에서도 인간의 고귀한 마음을 일깨우는 예술의 힘을 느꼈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강 지나 입동이 코앞입니다. 한 초등학생 아이가 선생님께 물었답니다. “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거예요?” “응 그건 우리 땅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서 태양을 돌기 때문이란다.” 선생님은 대답했고요. 어젯밤 마감뉴스 기상캐스터, “내일 새벽엔 서리가 내리겠습니다. 장롱 속 패딩을 꺼내셔야 하겠습니다. 당분간 비 없는 건조한 날씨가 예상됩니다. 큰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설악을 물들인 단풍이 하루 25km 속도로 남하한다는, 오대산 지나 속리산 지나 11월 초 내장산을 사른다는 말 없었습니다. 시속 1km 남짓이라지만 가을의 속도는 마음에 따라 다르겠지요. 아이와 선생님이 달라 아직 까마득히 먼 크리스마스 때문에 굼벵이처럼 느려터지기도, 소풍 다녀온 뒤 학예회 준비로 휙휙 내달리기도 할 것입니다. 시인과 기상캐스터가 달라 버석한 마음 핑계 삼아 한잔 낮술에 세월쯤 잊어버리기도, 여름 지나 겨울로 가는 반 뼘 계절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느새 억새 머리가 허옇네요. 몸은 잡아끄는 세월 따라나서건만 마음이 따라붙지 못합니다. 그러니 저렇게 취한 듯 쓸리겠지요. 몸만 가고 마음 못 따라가니 멀미에 어지러울 테고요.
"돈 안 쓰는 팬은 팬 아닌가요?" 2년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기 그룹인 세븐틴 팬의 질문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앨범을 사거나 콘서트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유튜브로만 응원하는데, 자신도 팬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글에는 "사실 저도 돈을 많이 쓰긴 하지만, 마음만 있어도 팬이라고 생각한다. 팬이라고 해서 다 돈을 써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좋아하는 마음은 같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라는 걸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돈과 시간의 제약에 부딪혀 조용히 응원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공연장에 가지 못해도, 앨범을 사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영상과 음악을 챙겨 보며 마음을 보탠다. 소비보다 마음에 집중하는 이런 경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음악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비대면) 음악공연 장점 1위는 '비교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어서(31.5%)였다. '집에서 편한 자세와 복장, 다른 활동 중에도 볼 수 있어서(26.9%)', '비용이 절감돼서(13.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음악공연 비관람 이유(1+2순위)는 '가격이 비싸서'가 5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공연 장소가 멀어서(29.0%)', '음악공연을 감상할 여유가 없어서(28.0%)'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돈과 시간이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비수도권에 사는 팬이라면 티켓값 외의 비용 부담이 크다. 단순히 공연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수도권까지 가는 기차·버스 이용하는 교통비에서부터 식비, 숙박비까지 추가된다. 당일치기로 가더라도 기본 티켓값에 교통비는 기본 5만 원 이상, 1∼2끼 식비가 들고, 숙박까지 하면 30만 원은 훌쩍 넘는다. 여기에 거리가 있다 보니 짧게는 하루, 자고 오면 이틀은 통으로 투자해야 한다. 5∼6년 전만 해도 수도권을 오갔다는 이아영(29·익산) 씨는 "공연장까지 갈 시간도, 돈도 없다. 예전에는 돈을 쓰고, 직접 가야만 팬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일상 속에서 이렇게 응원하는 것 역시 다 팬이라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마음은 같다.
세종한글서예연구회(회장 김순갑)가 2025 정기회원전 ‘한글 빛으로 물들이다’와 ‘한글날기념 제46회 학생붓글씨대회 우수작품 전시’를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회원전에는 고경임, 이화경, 최태옥, 유양순, 유치현, 김현옥, 이명희 등 31명의 작가가가 작품을 출품했다. 김순갑 회장은 “우수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소중한 작품을 출품해준 회원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천년의 문자인 한글을 화선지에 붓과 먹으로 스며든 묵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서체의 한글서예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한글서예연구회는 한글서예의 발표활동을 통해 한글서예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매년 정기회원전을 열고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 창제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글과 말을 바르게 쓰는 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학생붓글씨쓰기 한마당 공모전을 열어 서예 문화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손바닥 동시 모임 ‘동심원’ 시화전이 25일부터 내달 7일까지 진북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시화전은 지난해 5월 창립한 동심원이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전시에는 20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총 35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동인 15명 이외에 남원초등학교 오라율 학생과 위도중학교 김지원 학생, 권혁용 씨, 초대시인 배귀선‧이안 시인 등이 함께한다. 손바닥 동시는 유강희 시인이 시조를 변형해 만든 새로운 장르의 정형동시이다.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장인 유강희 시인은 “이번 시화전을 통해 손바닥 동시가 생소한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SNS 시대에 언제 어디서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 장르인 만큼 많은 분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로 남성 무용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꾸미는 ‘남성완판춤전’이 전주에서 열린다. ‘남성완판춤전’은 ‘2025 전주대사습청 수요상설공연’의 일환으로, 다음 달 5일 오후 4시와 6시 두 차례에 걸쳐 전주대사습청에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남성 무용가들이 중심이 되어 전통춤의 본연한 맥을 되살리는 첫 ‘완판 무대’로, 시대의 변화를 따르면서도 전통이 가진 원형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공연에서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승무·태평무·살풀이춤이 각기 다른 류파의 기량으로 재현된다. 출연진으로는 중앙대학교 김승일 교수(국가무형유산 승무·살풀이춤 이수자)가 살풀이춤을, 벽사정재만춤보존회 정용진 회장(제5회 전국전통무용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이 태평무를, 전주대사습청 유영수 관장(국가무형유산 승무 이수자)이 승무를 선보인다. 유영수 전주대사습청 관장은 “이번 ‘남성완판춤전–국가무형유산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완판’ 공연은 정통의 맥을 잇고 원형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자리”라며 “각 류파의 고유한 춤사위와 장단, 호흡을 온전하게 복원해 관객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뜻깊은 공연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통국악의 본향 전주에서 시작된 전주대사습청의 ‘전주대사습뎐’은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다음 달 15일 오후 5시 서울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명인·명창들이 함께하는 무대를 열어, 전통예술의 향기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다음 달 6일까지 ‘2026년 상반기 정기대관 신청’을 접수한다. 정기대관 대상 시설은 모악당, 연지홀, 명인홀, 야외공연장 등 공연장 4개소와 중앙 전시실·1실·2실·3실 등 전시장 4개소, 국제회의장이다. 공연장과 전시장, 국제회의장 대관 가능 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이며, 대관 가능일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야외공연장의 경우, 동절기(1~3월, 대관불가)가 끝나는 4월 1일부터 협의 가능하다. 구체적인 대관 가능 일정은 전당 누리집 공고를 참조하면 된다. 신청 방법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누리집 ‘대관안내’에서 대관서식자료를 내려 받은 후 담당자 누리집 ‘대관신청’ 혹은 담당자 이메일(kosac7842@naver.com)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대관 승인은 심의 결정을 거친 후 오는 11월 중 전당 누리집 공고와 개별 연락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의 자세한 사항은 전화(063-270-8000)로 가능하다.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과 자유로운 몸짓이 무대 위에서 하나의 예술로 피워내며, 예술이 지닌 힘이 곧 성장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따뜻한 공연이 열린다. (재)전주문화재단은 다음 달 2일 오후 3시,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꿈의 무용단 ‘전주 프릭스(Jeonju Freaks)’의 세 번째 정기공연 ‘꿈의 공간: 비밀의 문’을 선보인다. 상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환상의 무대가 어린 단원들의 창의적 시선을 통해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2025 창작 프로젝트 ‘꿈의 공간: 엉뚱한 숨바꼭질’을 토대로 한 확장작으로, 전주 팔복예술공장 내 공간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춤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장소특정형 무용(Site Specific Dance)’ 형식으로 기획된 작품은 공간이 가진 기억과 감정을 움직임으로 탐색하며, 몸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의 문을 연다. ‘꿈의 무용단 전주(Jeonju Dream Dance Company)’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무용 분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전주문화재단이 전북대학교 무용학과와 협력해 3년째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지역 아동·청소년들이 예술을 직접 경험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고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 자기표현력과 창의성, 협업의 가치를 배우는 전인적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목표로 한다. ‘Think Like a Freak!(괴짜처럼 생각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운영되는 꿈의 무용단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자유로운 사고와 서로 다른 관점을 존중하는 태도를, 예술을 통해 익히는 창의적 예술교육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단원들은 자신과 주변 세계를 예술가의 눈으로 관찰하고,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안무로 풀어냈다. 무대 위에서는 영상과 조명, 사운드가 교차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입체적 무용극이 펼쳐진다. 관객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공간을 따라가며 ‘상상력의 문을 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관람 예약 및 문의는 전주문화재단 예술교육팀(063-283-9221)을 통해 가능하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팔복예술공장의 공간을 아이들의 상상으로 새롭게 풀어낸 이번 무대는, 단원들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을 키우는 성장의 과정”이라며 “아이들의 열정과 호기심이 담긴 무대에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제13회 대한황실공예대전 황실문화재단 신품상(대상)으로 소중한 작가의 '안고지기 삼층장'이 선정됐다. 30일 황실문화재단(총재 이석)은 대한황실공예대전 선정 작품을 발표했다. 올해는 황실도자, 황실목칠공예, 황실한지공예 분야까지 응모 분야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황실회화와 금속공예 섬유공예 등 3가지 부문에서만 작품을 접수받았다. 심사는 황치석 서울여대 교수(심사위원장)를 비롯해 6명의 분야별 심사위원들로 구성해 작품의 예술성과 기교성, 완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심사 결과 신품상(대상)에는 소중한 작가의 '안고지기 삼층장'이 선정됐으며 묘품상(최우수상)은 정정혜 작가의 '화조도', 능품상(우수상)은 김영준 작가의 '수복의 빛' 이층 나전칠기장이 뽑혔다. 이외에도 전북특별자치도 도지사상은 조애리 작가의 '봉황도'가 선정됐으며 전주시장상은 이인화 작가의 '신경유철릭'이 받았다. 황치석 심사위원장은 “각 작품에서 전통기법을 살리기 위한 기품있는 표현과 정통 황실 예술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공예작가들의 열정에 감사를 드린다”고 평했다. 수상작들은 11월 4일부터 12월 3일까지 기린미술관 전관에 전시된다. 제1·3관에는 수상작 48점이 걸리며 제2전시관에서는 지난해 대상을 받은 박진선 작가의 작품 30여점이 초대 전시된다.
전북과 연을 맺은 근현대 한국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주역사박물관과 미술관 솔이 공동으로 기획한 ‘화연 전북과 연을 맺다’ 전시가 오는 11월 30일까지 전주역사박물관과 미술관 솔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전북 출신은 아니지만 전북에서 기거하며 활동했거나 전시회를 열어 전북 미술사에 영향을 끼친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한국화를 조명한다. 익산과 전주, 정읍 등에서 활동한 초상화가 석지 채용신부터 군산에서 서화교습소를 운영했던 황씨 4형제(우석 황종하, 우청 황성하, 국인 황경하, 마산 황룡하), 연진회 활동을 하며 남전 허산옥과 인연을 맺은 의재 허백련과 목재 허행면 형제, 전주에서 3인전을 열었던 심향 박승무‧금추 이남호‧오당 안동숙, 전주에서 간판집을 하며 활동했던 고암 이응노, 6․ 25때 전주로 피난 왔던 묵로 이용우, 군산으로 피난 왔던 운보 김기창과 우향 박래현 부부 등 한국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가들의 작품 34점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솔 관계자는“이번 전시를 통해 전북의 문화와 환경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이들이 전북의 근현대 미술사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기간 동안 ‘전통 부채 만들기’ 체험이 함께 진행된다.
전주문인협회 제11대 회장에 정재영(62) 시인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전주문인협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상휘)는 지난 24일 마감된 회장 입후보 등록 결과, 정재영 시인이 단독 출마함에 따라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9일 제5차 회의를 열어 최종 당선인을 확정했다. 순창 출신의 정재영 시인은 원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하고, 현재 전주한일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또한 국제PEN 전북위원회와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 힘써왔다. 1993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시집 <물이 얼면 소리를 잃는다>,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 <탁란>, <그대 곁을 떠난 적 없습니다>와 청소년 시 창작 지침서 <청소년을 위한 시 창작법> 등을 펴내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중견 시인이다. 또 청소년 인문학클래스 및 전북 청소년 시창작 강사로 활동하며 문학 저변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 회장은 향후 3년 임기 동안 △문예진흥기금 확보 △예술인 창작 공간 확보 및 제공 △전주시·시의회와의 교류를 통한 문화 발전 기여 △젊은 예술인 육성 △전주시 거주 예술인 처우 개선 등 5대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협회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 문인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이며, 전주문인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18일 열리는 전주문인협회 대동제 행사에서 당선증을 전달할 예정이다.
조선 전기,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잊혀진 문신(文臣)이 있다. 바로 이계(伊溪) 신공제(申公濟·1450~1522)다. 이용엽 진안역사박물관 운영위원장이 최근 펴낸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신아출판사)은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서예사적 업적을 새롭게 조명한 연구서다. 저자는 오랜 기간 한국 서화사와 조선 전기 문인서예의 흐름을 탐구해온 연구자다. 이번 저서에서는 특히 신공제가 집자·간행한 것으로 알려진 <해동명적(海東名蹟)>을 중심으로 한국 서예사의 주요 전통과 명적(名蹟)들의 서풍을 비교·분석하며, 조선 서예의 형성과 전개를 새롭게 해석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이계 신공제의 해동명적과 한국서화사의 고찰’에서는 신공제의 생애와 서예적 업적을 다루며, 그가 활동하던 시대의 문화적 배경을 세밀히 추적한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은 신공제’로부터 시작해, <해동명적>에 수록된 문종대왕·성종대왕·최치원·김생·신덕리·신장 등의 서첩을 원문과 번역문을 통해 분석했다. 이어 ‘온진정 중건기’와 ‘신도비명’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적 필치와 예서·초서의 미적 균형감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2부 ‘정부인 순창설씨의 역사적 고찰’은 신공제의 배우자이자 조선 전기 여성 문인으로 기록된 정부인 순창설씨(淳昌薛氏)를 다룬다. 『권선문첩(勸善文帖)』의 서화에 담긴 여성의 예학적 전통과 조선 여성 교화의 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했다. 설씨 부인은 신공제와 교유한 문인층뿐 아니라 후대 여성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인물로, 저자는 승례문 편액(承禮門 扁額)에 드러난 그녀의 서예 감각과 신덕리·임명대군·유진동 등 동시대 문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녀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3부 ‘고령신씨 가문의 글과 그림’에서는 신공제의 후손인 신윤복(申潤福)과 신경준(申景濬)으로 이어지는 고령신씨 가문의 예술적 전통을 탐색한다. 특히 ‘신윤복 도록(畫譜)’을 중심으로 그의 회화세계를 재조명하며, 가계(家系)와 화풍(畵風), 대표작의 출처, 묘소 등과 관련된 체계적 연구를 덧붙였다. 이 책은 단순한 서예가의 평전이 아니다. 서화사 속에서 소외된 한 문신과 그 가족이 남긴 기록을 통해, 조선 중기 예학·문학·예술의 교차점을 읽어내려는 학문적 시도다. 이용엽 위원장은 “이계 신공제는 지역에서도, 가문 내에서도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인물이라 ‘신공제 신도비명’과 ‘해동명적’의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신공제는 조선 서예사에서 『해동명적』을 편찬한 문인으로, 그 안에는 서풍의 변천과 미학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전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하고, 경기도 이계 선생 묘역까지 찾아가 이장 작업을 함께해주신 신방수 회장님 등 문화재 보존에 헌신한 분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예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달아실)를 펴냈다. 시집은 ‘1부, 흰 그림자를 물고’와 더불어 ‘2부, 모래 몰래’, ‘3부, 일월화수목금토’, ‘4부, 섬은 섬을 향한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존재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줄곧 바라본다. “잔에 김이 오른다/ 잠시 비는 멎고/ 커피가 식어가고/ 휘청거리는 대기에/ 둥둥 떠내려가는 발걸음/ 뒤꿈치는 쩍쩍 갈라져/ 야자수가 부풀었다 홀쭉해진다/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서 오아시스/ 초여름 눈빛은 휘지 않아/ 서로 물들어가는 중/ 얹혔던 속이 턱,/ 초목이 한숨을 뿜는다/ 폐부 깊숙이 더운 숨에/ 뭉근히 번져가는 흙내”(시 ‘입김’ 전문) 이처럼 김 시인은 멀리 있는 것들을 손끝과 몸의 감각으로 불러내, 촉각-기억의 시학으로 풀어내는 시인이다. 그는 대상을 만지고 감각하며, 그 가정에서 흘러나오는 기억과 관계의 깊이를 탐구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첫 시집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등단이 늦은 만큼, 조급했었던 것 같다”라며 “‘시다움’이라는 주소를 들고 시의 집을 찾아가는 길은 힘겹고도 짜릿했다. 매 순간 절망하고, 매일매일 무릎을 꺾곤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시집에 다다라서는 ‘시’와 소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불도저의 시동을 끄고 내려와 가래로 흙을 고르기 시작한 듯, 시의 눈과 배를 맞추고자 손발은 헐렁거렸다”고 덧붙였다. 목포에서 나고 인천에서 자란 시인은 현재 전주에서 시를 읽고 쓰며 살고 있다. 그는 문학매거진<포엠포엠>으로 등단해, 저서로는 미디어콘텐츠북 <목소리가 얼굴에게>, 시집 <피어나 블루블루> 등이 있다.
조선 시대, 더운 여름을 식혀주던 ‘에어컨 공장’이 있었다. 바로 부채를 만들던 관청, 선자청(扇子廳)이다. 이경옥 작가가 펴낸 신작 동화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고래책빵)은 신분과 성별의 벽을 넘어 부채를 만들던 한 여자아이의 성장담을 통해 ‘승리보다 중요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달래는 전염병으로 동생을 잃고 생계를 위해 부채를 만들던 아버지를 도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전라감영의 선자청에서 심부름꾼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지만, “계집애는 관청에 들이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달래는 뜻을 꺾지 않고 친구 만복이와 함께 선자청으로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곳의 첫 여자 일꾼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선자청은 달래에게 녹록지 않다. 부당한 대우와 조롱 속에서도 부채 만드는 기술을 익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늘 무시당한다. 결국 달래는 살아남기 위해 경쟁과 타협의 길을 택하지만, 그 선택이 가까운 이들의 상처로 돌아오면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맞는다. 달래는 방구부채 하나로도 다른 사람을 시원하게 하고 기쁘게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품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사회 속에서, 작가는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묻는다. 조선의 부채 공장을 ‘바람을 만드는 곳’으로 비유하며, 진정한 바람은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간절한 바람임을 일깨운다. 이경옥 작가는 “어린이들이 자라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어른들의 편견이 아닌 스스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며 “작품을 통해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로 뉴베리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수상하고,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올해의 최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성이 높은 작품이다. 잘 짜진 구성과 절제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메이와 오브는 여섯 살 어린 서머를 보자마자 ‘우리 저 아이를 데려가요.’ 말할 만큼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들은 낡은 트레일러에서 끊을 수 없는 가족이 된다. 수많은 바람개비로 가득한 그곳은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서머를 믿게 한다. “천국에 대한 아저씨의 생각을 표현한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언제라도 거기에서 천사들이 떨어져 나와 금빛으로 빛나며 유유히 트레일러 안을 날아다닐 것만 같았다. (중략) ’메이”라는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다른 바람개비보다 작은 날개들이 많고 모두 순백색이었다.’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다녔던 서머. 분명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골고루 발라주며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주었을 엄마가 있었을 것이란 믿음으로 버텼다. 메이와 오브의 사랑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이가 밭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을 때 서머는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오브마저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컸다. 메이를 분명히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집중하는 오브는 서머를 더 옭아맸다. 반짝이는 과자봉지부터 온갖 것을 수집하는 클리터스의 등장은 메이를 만나리라는 오브의 믿음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클리터스가 물에 빠져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연은 오브를 더 간절하게 했다. 급기야는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는 심령 목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목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죽은 뒤였다. 서머는 절망할 오브 생각에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의외로 오브는 돌아가던 차 방향을 클리터스가 기대하는 주의회 의사당으로 향할 때 서머는 무기력했다. 낡은 트레일러로 돌아온 오브는 메이가 생전에 가꾸던 밭에 바람개비를 모두 걸어둔다. “큰 바람이 쏴아 불어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날려 보내 주었다.” 는 해방을 상징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강한 상실의 트라우마는 서머의 감정을 일찍이 제한시켰다. 메이와 오브와 가족이 된 것은 축복이기도 했지만 언제 없어질지 모를 두려움이었다. 메이의 죽음은 가족에 대한 간절함을 반 토막 냈다. 서머는 마음 놓고 메이 아줌마를 그리워할 수도, 모두 내려놓고 울 수조차 없게 만든다. 또다시 겪는 결핍은 서머를 보이지 않게 억눌렀다. 심령목사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하루는 어느 시간보다 길었으며 정지되었다. 기억에도 없는 시간 속에서 엄마가 발라줬을 거라 믿는 베이비 로션은 극한 고독을 상징한다. 드리웠다 금방 사라질 연기보다 가볍다. 하지만 서머의 조였던 숨통을 트이게 한 건 밖으로 나온 바람개비다. 메이와 영원히 함께 할 거란 믿음을 상징한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간결하지만 매 순간 극적이다. 서머의 상실과 결핍, 치유의 과정은 읽는 동안 숨죽이게 한다. 작가의 절제된 서술은 깊이를 더하게 하는 백미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했으며, 2020년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출간. 2021년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출간했다. 이후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와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출간.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등을 펴냈다.
어린이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말하는 박성우 시인이 그림책 <열두 살 자기 소개>(창비)를 펴냈다. '좋은 자기소개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제일 아끼는 사진', '고치고 싶은 말 습관', '싫어하는 사람' 등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자기소개 키워드 30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은 개성 넘치는 다섯 명의 어린이가 등장해 주제별로 저마다의 생각을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새 학년 첫날 자기소개 시간, 낯선 친구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포착했다. 책 속에는 운동은 싫어하지만 훌라후프 돌리기를 좋아하는 아이, 교우 관계도 좋고 활달한 성격이지만 공부를 잘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면 남몰래 속상해하는 아이, 숫자에는 약하지만 독서와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아이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누구보다 활발하게 농구와 여행을 즐기는 아이까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배치해 실제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마음성장 교양서를 선보이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특유의 따뜻함으로 잔잔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책장을 넘길수록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성정이 드러나는 흐름은 한 사람 안에 여러 얼굴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또한 어린이책 <삼행시의 달인> <열두 살 장래희망> 등에 삽화를 그려온 홍그림 작가가 그림을 맡아 독자 눈높이에 꼭 맞는 삽화들로 책의 재미를 한층 높였다. 1971년 정읍에서 태어난 박성우 시인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동시집 <불량 꽃게> 그림책 <소나기 놀이터> 등 다수의 책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름으로 이어온 36년의 동행 ‘삼인전’
[결산! 전북문화 2025] ➅이별과 전환의 한 해, 종교와 여성의 자리
“힘들었지만 즐거웠다”…1948편 접수된 전북일보 신춘문예 본심
한국문화관광상품대전 대상에 조영학씨 선정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2025년 서예교육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
[결산! 전북문화 2025]⑤영화는 전성기, 연극은 숨고르기
[결산! 전북문화 2025] ➂ 응집력 보여준 전북문학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하기정 ‘건너가는 마음’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김명자 시인 첫 시집 ‘광야를 사랑하는 법’ 북토크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