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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무 화백의 작가 인생 70년..."뚝심 있는 예술가"

기린미술관(관장 이현옥)이 개관 5주년을 기념해 광복 1세대를 대표하는 홍순무 화백을 미술관으로 초대했다. 홍 화백의 전시는 9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서는 홍 화백이 지켜온 예술 세계와 70년을 작가로 살아온 그의 삶을 볼 수 있다. 올해 미수(88세)의 나이에도 병원 가는 일 외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화실에 출근하며 “이곳에서 죽으면 여한이 없다”고 말하는 등 서구 현대 미술이 넘치는 세상에서도 뚝심 있게 본인만의 예술 세계를 지켜왔다. 물감과 열정 하나로 예술 세계를 지켜온 홍 화백의 결정체를 볼 수 있는 전시다. 농촌 풍경화 17점, 인물화 7점, 풍경화 7점, 정물화 3점 등 총 34점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자연과 인물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농촌의 풍경을 성숙하게 표현했다. 주로 고향 산천과 이웃 사람을 그렸다. 알고, 보고, 살아서 느끼는 삶의 진실만을 화폭에 담았다.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의 색채까지도 현실감 있다. 특히 ‘농악’이 담긴 작품에는 홍 화백만의 독특한 흥이 그대로 드러난다. 관람객까지 어깨를 들썩이고 입에서 ‘얼씨구’를 외치게 만든다. 이밖에도 성화, 좌상, 누드 등 교과서적인 인물화 기법도 볼 수 있다. 그는 "신앙 믿음과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 세계를 탐구하는 자세로 그림을 그렸다. 완전할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을 살펴보며 삶의 진실을 다해 그렸다"며 전시회의 소회를 밝혔다. 홍 화백은 전주고에서 5년 교사로, 전주교대에서 35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전라북도예술인 공로상, 전라북도 문화상, 목정문화상, 대통령 황조근정훈상, 고창예술인상 등 전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예술가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8.22 16:34

제33회 전라북도 서예대전 대상에 송신자 씨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전라북도지회(지회장 정영숙)가 개최한 제33회 전라북도 서예대전에서 부안 출신의 송신자 씨 작품 <묵연>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라북도 서예대전은 코로나19로 답답하고 각박한 생활에서 벗어나 전통문화와 조화된 여유로운 삶을 느끼고, 내일의 한국 서단을 이끌어갈 서예인 발굴을 위한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총 315점이 출품됐다. 이중 대상 1점, 우수상 4점, 삼체특선 13점, 삼체입선 7점, 특선 36점, 입선 70점 등 총 171점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은 송 씨의 <묵연>, 우수상은 강성안 씨의 <망천문산>, 김상선 씨의 <취고당검소>, 류미경 씨의 <풀꽃-한글>, 최삼임 씨의 <매득일본호화> 등이 받았다. 대상을 받은 송 씨는 작품 <묵연>의 소재를 연꽃으로 설정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흙탕물에 물들지 않고, 대는 비어 있으며, 겸손으로 내려앉아 고요히 위로 오르며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연꽃을 통해 맑고 청정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완석 정대병 선생은 “코로나19의 심각함으로 공모전의 어려움과 사회적 제약이 큰 상황에서도 작품 수준이 그 어느 해보다 높아 서예인의 열정과 창작 의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송신자 작가의 작품 <묵연>은 연꽃과 연잎의 어우러짐, 여백과 구도의 배치, 먹색의 변화가 우수하고, 구성 또한 이미 숙련된 단계로 접어든 수작으로서 심사위원의 토론 과정을 거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9월 24일에 개최하며, 수상작은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전시한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08.21 16:43

전북 문화예술계 새 수장 찾기 '한창'

전북도립미술관장,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공모 접수가 각각 지난 18, 19일 마무리된 가운데 도내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차기 수장에 쏠리고 있다. 전북 문화예술 이해도를 높이고,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수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북도립미술관장은 공모 전부터 문화예술 관광 분야, 미술계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2∼3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접수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방문, 등기우편으로 받았다. 등기우편의 경우 18일 오후 6시까지 찍힌 소인분에 한해 인정한다. 공모를 맡은 전북도청 공무원채용팀 관계자는 "접수 기간은 18일까지였으나, 등기우편이 있어 22일 오전까지 지켜볼 생각이라 당장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아직 사무실 내에서 보고가 안 된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가 어렵고, 22일 오후에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방문, 등기우편, 전자우편 등으로 공모 접수를 진행했다. 세 가지 방법으로 접수를 받아 접수 원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10여 명 가까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새 수장 자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단 임원추천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정리 중이라 22일쯤 알 수 있을 것 같다. 얼마나 지원했는지도 답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때보다 많이 지원한 것은 사실이다. 세 가지 방법으로 접수받다 보니 몇 명이 접수했다고 확답하긴 어렵지만, 10여 명은 넘게 온 것으로 보인다. 좋은 분들이 꽤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보는 시선은 또 다르니 어떻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북도립미술관장 현 관장은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며, 새 수장은 9월 초,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지난 6월 8일 임기가 만료됐으며, 새 수장은 10월 초 임명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08.21 16:4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고개를 숙이면

맹사성은 고려 말의 문신으로 조선 초의 정승을 역임한 위인이다. 소박한 성격과 청렴한 생활로 황희 정승과 함께 청백리淸白吏의 상징으로 통했으며, 뛰어난 업무 능력과 인품을 바탕으로 조선에서 가장 오랜 기간 좌의정의 자리를 지킨 위인이기도 하다. 또한, 맹사성은 우리 고유 음악인 향악에 지식과 관심이 많아 조선 초기 전통 음악과 중국 음악의 조화를 모색하여 우리 음악을 새롭게 정비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전통 관악기인 대금을 잘 불었는데 대금을 불 때는 손님도 맞지 않을 정도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여름이면 소나무 그늘 밑에서, 겨울에는 방 안에서 대금을 불었으며 맹사성을 찾아오는 사람은 마을 입구에서 대금 소리가 들리면 그가 집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오늘은 그러한 청렴하고 음악을 즐겼던 맹사성의 한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그의 젊은 시절 짧은 이야기이지만, 작은 감동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교훈을 주는지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고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 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멀리 있는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무명 선사가 녹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짧은 일화이지만 현실의 삶을 사는 우리에겐 많은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시대가 최고만을 원하고 자만과 교만으로 둘러싸여 바른 삶의 정점頂點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 우리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고의 권력? 최고의 재력? 최고의 학벌? 그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선함과 배려 그리고 올바름.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삶 속에 상대를 인지하고 생각하는 공동체적 협심協心. 어지러운 난국 속에 필요한 우리의 덕목은 성현 맹사성의 말씀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란 글이며 오늘따라 유난히도 글쓴이 마음에 남는 일화이기도 하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8.18 17:19

흑과 백,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만든 명장의 숨결

장인이 만든 전승 공예품에 흑과 백, 빛, 그림자가 더해져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시가 열렸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선태) 전주공예품전시관이 9월 18일까지 명인명장관에서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특별 기획전 '흑백'을 연다. 참여 작가는 갓일 보유자 정춘모, 나주의 샛골나이 보유자 고 노진남, 사기장 보유자 김정옥 장인, 선자장 보유자 김동식 장인 등이다. 전시에서는 무형문화재 장인의 작품과 이수자, 전승교육사들의 작품 32점을 모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무형문화재 장인, 이수자, 전승교육사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전승 공예품의 색에 주목했다. 이를 중심으로 각 작품이 지닌 고유의 흑색과 백색,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관람객에게 작품의 명암을 부각시켜 공예품의 형태와 기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장인의 기술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영상이 송출되는 디지털 기기 앞에 서서 잠시 머물다 가기도 했다. 김선태 원장은 "작품이 가진 색과 형태의 어우러짐에 집중해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흑과 백,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전시를 통해 이색적인 문화 향유의 기회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8.18 17:19

"도민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특별한 공연 보고 가세요"

문화공간 이룸(이사장 이윤정)이 기획한 공연 '우리들의 버킷 리스트'가 오는 21일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열린다. 공연은 도민들이 문화예술을 보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장르를 불문하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공연에는 전문 문화예술인이 아닌 문화예술에 관심 있고 재능을 가진 도민들이 출연한다. 8월 21일은 '음치' 팀의 노래와 토크쇼, 9월 14일은 '우리는 작가다' 팀의 강연과 공연, 토크 콘서트, 15일은 '한새미&이정민 피아노 듀오 콘서트' 팀의 피아노 공연, 16일은 강경희 씨의 도예전, 17일은 '하얀' 팀의 클래식 공연, 18일은 'Rainbow Music' 팀의 연주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10월 4일은 '판소리반 콘서트' 팀의 판소리, 민요 발표 공연, 5일은 '따뜻한 동행' 팀의 국악과 시 낭송 공연, 6일은 이나현 씨의 피아노 독주회, 7일은 'Two&Two' 팀의 피아노 공연, 20일은 강경찬 씨의 테너 독창 공연이 펼쳐지며, 21일 유길문 씨의 콘서트로 막을 내린다. 이윤정 이사장은 "'우리들의 버킷 리스트'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도민들이 걱정 없이 각자의 버킷 리스트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행복하게 무대를 즐기고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문화예술과 함께 삶을 만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8.18 17:19

어깨 들썩이게 만드는 전주대사습놀이 국악 한마당

"축제로세, 축제여! 얼쑤, 좋다!" 제48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와 제40회 학생전국대회 경연을 축하하는 2022 전주대사습놀이 축하공연 <축제로세, 축제여> 일정과 프로그램이 확정됐다. 축하공연은 오는 23, 24일과 9월 3, 4일 전주대사습청에서 열리고, 경연은 오는 21일부터 9월 5일까지 16일간 전주대사습청, 국립무형유산원, 전주시청 강당, 전주향교문화관 등에서 진행한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사장 송재영)는 오랫동안 코로나19로 침체된 문화예술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축소했던 축하공연의 규모를 다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수준 높고 다양한 공연으로만 구성해 경연뿐만 아니라 전공자, 전문인들의 공연까지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오는 23일은 외국인 전공자들의 판소리·민요 공연 '낯선 이들, 우리 소리에 매료되다!',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자들 중 젊은 층으로 구성된 '노세, 젊어 놀아!', 24일은 대한민국 국악계 최고봉이라 불리는 명인들의 '명인천하', 9월 3일은 젊은 예술인들이 꾸미는 창작 무대 '젊은, 창작 그 무한대를 넘다', 4일은 전주대사습놀이의 장원이자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명인들의 '대사습 장원... 그 역사의 전설들!' 공연 등 국악 한마당이 펼쳐진다. 송재영 이사장은 "사전 축제, 전야제, 공연 등을 선보여 전주대사습청을 들썩이게 만들 것"이라며 "일제 강점기 때도 그랬고 환경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어도 우리 민족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우리 전통문화를 향유하며 얼과 정신을 계승하며 강해졌다. 앞으로 세월이 더 흘러 시대가 바뀌어도 많은 분들의 관심과 노력 속에 우리 전통문화는 면면히 흘러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48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15개 분야, 제40회 학생전국대회는 10개 분야로 나눠 치러진다. 판소리 명창부 장원에게는 대통령상과 함께 상금 7000만 원이 수여된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8.18 17: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작가 - 문신 '죄를 짓고 싶은 저녁'

그대에게 숫자를 불러 줍니다. 그대는 숫자들을 기억했다 말합니다. 인류라면 어김없이 7±2개만 다시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마법의 수’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 번에 100개를 회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라는 진화의 섭리 아닐까요. 요즘 우리의 정신은 많이 갈라지고 흩어져요. 하나에 온전히 몰입할 수가 없죠. 유리컵에 들어있는 낮에 밤의 잉크 방울이 미끄럼을 타고 내려옵니다. 등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을 켰고, 품엔 흰밥을 짓고 있군요. 가로등 불빛이 한곳에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저물녘은 얼마나 오랫동안 한자리에 내려와 골몰을 지켜 왔을까요. 문신 시인의 시집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을 그대에게 읽어 줍니다. 죄에서 crime과 sin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시인이 지을 죄는 아름다울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 됩니다. 그의 시를 읽으면 저녁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시인의 저녁은 언제일까요? “싸리나무가 꼿꼿이 일어서면 저녁이다/ 이런 날 바람은 참 건들거리고 조그마한 새들도 풀숲에 들어 기척이 없다/ 비가 내리는 것이다”(‘늦은 저녁때 오는 비’ 중). 싸리나무가 꼿꼿이 일어서는 저녁은 참, 몰두하기 좋습니다. 마음이 구부러져서는 어떤 일에 열중할 수가 없죠. 뒤숭숭해서는 더 안 되죠. “하루쯤 휘청, 하고 그대로 주저앉아도 좋으련만 누군가 묵묵하게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이어야 합니다(‘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중). 저녁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온종일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쓰라리지 않기 위해/ 울음보다 가볍다는 소리까지 몽땅 토해”내야 저녁이 옵니다. 잘 익은 느낌, 생각, 행동을 힘 있게 드러내야 오는 것이 저녁입니다. 시인은 저녁을 “무르익어 무너진 영혼의 잔해”라고 말합니다. 소리를 다 들어내지 않아도 오는 저녁을 바랐던 날도 있었지요. 그게 부끄러웠던 날도 있었고요, 시인이 저녁을 맞이하는 자세입니다. “후박나무는 후박나무답게 저녁을 맞이하고/ 저녁에는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므로/ 견습생 같은 삶이라도 어설퍼서는 안” 되지요(‘신도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이다’ 중). 사랑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는 풍선처럼 가볍습니다. 그럴수록 거리를 잡은 손에 힘을 꼭 주어야 합니다. 그런 저녁이면 “버스는/ 브레히트 서사극의 단역배우처럼 끄떡없이/ 골똘해”지고, “버스에 탄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살아가게” 되겠지요(‘버스’ 중). 낮엔 남을 위한 일을 하기 좋고, 저녁엔 자기를 위한 일을 하기 좋아요. 낮엔 에너지를 내보내기 좋고, 저녁엔 들이기 좋죠. 자신은 저녁을 즐기려 하고, 타인에게는 일하라고 하는 세태가 걱정스럽습니다. 이제 저물녘으로 들어가 이쁜 죄를 하나 짓기로 해요. 한 번에 한 가지만 하겠다는 하얀 궁리를 하는 거죠. 놀 때는 놀기로 해요. 이야기할 때는 이야기만 해요. 걸을 때는 걷기만 해요. 음악을 들을 땐 음악만 듣기로 해요. 잘 때는 뒤척이지 말고 잠만 자요, 눈을 볼 때는 눈만 보아요. 먼 곳을 생각할 땐 먼 곳만 생각해요.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됐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08.17 16:29

오랫동안 품어온 시편 모은 첫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 출간

지금처럼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독서가 유일한 특기이자 취미였던 때가 있다. 친구들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호호 웃었던 그때는 문학청년, 문학소녀가 많았다. 최명순 시인 역시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고 시인을 꿈꿨다. 최명순 시인은 오랜 시간 시인을 꿈꾸며 남몰래 오랫동안 품어온 시편을 모아 첫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모악)을 펴냈다. 최 시인은 화가 유휴열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살다 보니 오랫동안 숨겨 왔던 바람을 이룰 여력이 없었다. 이 시집 역시 오래 전부터 늦은 밤마다 혼자 앉아 글을 쓰던 엄마 최명순의 모습을 본 딸이 부추겨 나오게 됐다. 매일 같이 마음속 나이테 같은 시를 써 내려갔다. 작품은 '나'로 출발해 '나'의 주변, '나'의 가족까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글로 풀었다. 마냥 따듯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오면서 겪었던 말 못 할 사정, 아픔, 고민 등이 담긴 시가 독자들의 마음까지 웃고 울리고 저리게 만든다. 최 시인은 "비 오고 눈 내리는 날 일기처럼 써놓았던 것들, 나 세상 떠난 뒤 들여다볼 용기 없으니 더 늦기 전에 펼쳐내 보라는 딸의 말에 못 이기는 척 꺼내 보았다. 낙서 같고 푸념 같아 우세스럽지만 못 다 푼 숙제를 마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북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현재 사단법인 모악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8.17 16:29

빼앗긴 자유 찾아 떠나는 한국인·호주 혼혈아 소녀들의 이야기

이마리 작가가 야심 차게 신작 장편 동화 <캥거루 소녀>(청개구리)를 펴냈다. 이 작가가 출간한 책 대부분은 호주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삶과 호주라는 문화적 요소를 적절히 결합한 동화, 역사적 소재를 형상화한 청소년 소설이다. 이번 <캥거루 소녀> 역시 호주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역사적 아픔인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설정했다. 또 평행우주론을 바탕으로 한 시공간의 이동 등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현재적 의미도 놓치지 않고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야기는 동남아의 한 전장에서 퇴각하는 일본군의 만행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군은 본인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위안소 소각, 위안부 '피해자'까지 학살하며 만행 감추기에 급급하다. 이때 간신히 탈출해 목숨을 구한 순희는 바닷가에서 호주로 출격하는 일본 군함에 몰래 숨었지만, 일본군의 패배로 군함이 침몰하면서 호주 해변가에 표류된다. 이후 호주 군인의 도움으로 소녀 보호소에 향하게 된다. 이곳에서 혼혈 소녀 미룬다와 만나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우정을 쌓아가는 내용이다. 미룬다는 과거 호주에서 벌어진 크리미(호주 원주민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에 대한 교육정책으로 소녀 보호소에 있었다.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글자와 예절을 가르쳐 백인 가정의 일꾼으로 키워내는 정책에 미룬다 역시 끌려와 백인 가정의 가사 도우미로 팔려 갈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 작가는 순희와 미룬다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호주에서 자행된 크리미 교육정책과 결부시키면서 더욱 보편적인 의미로 확대했다. 이들을 통해 두 가지 문제의 무자비함을 드러내면서 세계 역사 속에서 무참히 짓밟힌 소녀들의 인권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삶과 생명, 자유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주는 장편 동화다. 전주 출신 이마리 작가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영어소설, 동화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장편 소설 <코나의 여름>, <구다이 코돌이>, <버니입 호주 원정대>는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됐다. 제3회 한우리문학상 대상에 <버니입 호주 원정대>, 제5회 목포문학상에 <악동 음악회>, 제18회 부산가톨릭문예작품 공모전에 <바다로 간 아이들>, 2015년에는 '아르코 국제교류단 문학인'에 선정된 바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8.17 16:29

[신간] '공부신앙'에 매몰된 한국사회에서 학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교육정책가이자 평론가인 전북대학교 박성수 사무국장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한 두 번째 담론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도서출판 공명)책을 냈다. 교육부에서 30년간 교육정책을 다뤄온 그는 책에서 대한민국 학부모에게 건네는 공교육과 입시제도의 진실, 학부모의 교육철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회 전체 ‘공부신앙’에 발맞춰 아이를 대학에 무사히 입성시키기 위한 자신의 입시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 애쓰는 대다수 학부모들의 심정을 직시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7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세계가 인정하는 해당 분야의 천재라는 것을 말하면서 그들은 우리의 공교육에서 길러내지 못한, 그리고 알아보지 못한 천재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우리가 숭상해 마지않는 우리나라 주요 대학들은 세계 대학 순위권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책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학부모에게는 그에 대한 허심탄회한 고찰을, 문제의식이 없는 학부모에게는 우리 교육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준다. 박 사무국장은 "2020 <개천의 용, 공정한 교육은 가능한가>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게 됐다"며 "이 책은 그간의 정책적 경험을 바탕으로 학부모와 함께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하는 시도로,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야 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진정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익산 출신인 박 사무국장은 원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 행정고시(38회)에 합격한 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교육부에서 진로교육정책과장, 학생복지정책과장, 대학 학사제도과장을 거쳐 대학 학술장학정책관을 맡았다. 금오공대 사무국장, 군산대학교 사무국장, 부경대학교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대학교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 문화재·학술
  • 백세종
  • 2022.08.16 22:02

영상으로 보는 혼불 속 견훤 이야기

최명희문학관(관장 최기우)이 소설 <혼불> 속 후백제와 견훤(867∼936)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창작동화 <백제인 마루>, 소설 낭독 <혼불 속 견훤 대왕 이야기> 두 편이다. 영상은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 유튜브 채널 최명희문학관 마음자리에서 볼 수 있다. 창작동화 <백제인 마루>는 '견훤은 왜 나라 이름을 후백제라고 했을까?', '왜 전주를 도읍으로 정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견훤이 전주 사람들을 만나면서 전주에 후백제 도읍을 세울 결심을 하게 된 일화를 상상해서 제작한 것이다. 배경은 892년부터 900년까지 완산주(현 전주)의 전주천과 초록바위. 소설 낭독 <혼불 속 견훤 대왕 이야기>는 <혼불> 제8권과 제10권에 나오는 견훤과 후백제 부분을 열두 개의 주제로 구분해 엮었다. △탄생설화, 용틀임하는 그 혼 △울혈이 된 땅 완산, 완산의 아들 △스물여섯의 견훤, 백제를 다시 일으키자 △서른넷의 견훤, 유민들의 설분 △왕업의 터, 벅차고도 흥대한 꿈 △왕가의 내분 △견훤의 몰락 △견훤의 죽음 △견훤 죽음 이후, 훈요십조 △사라진 후백제 △전주, 완산 △견훤의 넋 등이다. 두 영상 모두 대한민국 대표 문화 콘텐츠인 소설 <혼불>을 바탕으로 전북의 문화예술인이 힘을 모아 제작했다. 동화 창작은 서성자, 김근혜 작가가 맡았으며, 연극인 이도현, 임갑정 배우가 목소리를 입혔다. 그림은 이필수 화가가, 영상 촬영과 편집은 김연욱, 전선미 씨가 맡았다. 최기우 관장은 "영상물로 제작된 소설의 문장들이 초·중·고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 단체에서 다양하게 활용돼 소설 <혼불>의 가치를 새롭게 알리는 것뿐 아니라 후백제와 견훤의 바른 역사를 생각하고, 전라도 사람들의 기백과 예술인들의 힘을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영상은 한국문학관협회의 지역 문학관 특성화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선정돼 제작됐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8.16 16:51

동상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라본 수만마을의 사계절

연석산우송미술관(관장 문리)은 오는 26일까지 전시 <2022 동상 영상Ⅲ - 수만마을 4계>를 연다. 이 전시는 전국의 8대 오지이자 일명 '천혜의 자연박물관'이라 불리는 동상골의 빼어난 자연 풍광과 생태 자연환경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생생한 모습을 책자와 전시를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릴레이 기획 사업으로 동상골에 있는 4개 마을(사봉, 대아, 수만, 신월)을 매년 1개 마을씩 선정해 각 마을이 지닌 모습을 집중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올해는 수만마을이다. 전시에는 전문 사진작가와 미술관 입주 작가, 지역 작가, 주민 등 32명이 참여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동상골, 수만마을의 모습을 담았다. 참여 작가 대부분은 위봉폭포를 촬영했다. 위봉산성의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는 높이가 60m이며, 2단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 권삼득이 수련했던 곳이다. 이밖에도 위봉산성, 위봉사, 마애석불, 학동교회 등 역사성 깊은 유산과 유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문리 관장은 "동상골 풍광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절경은 척박함을 피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이 안에서 사는 주민의 삶은 뜨겁고 치열했다"며 "이 전시는 매년 1개 마을을 집중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의도를 가진 연속 사업이다. 동상골의 생명감을 더불어 나누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앞으로도 동상면 문화예술의 소금 같은 존재로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이 되길 바란다. 끝으로 이번 전시가 동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른 지역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시는 연석산우송미술관 레지던시와 동상면사무소가 함께 기획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8.16 16:51

여섯 종류의 꽃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한국을 꽃으로 말하다"

"과거의 이야기를 과거에 두는 것으로 한국의 이야기는 완성될 수 있을까? 우리는 한국적인 소재를 어떻게 실험할 수 있을까?" 한국문화콘텐츠 스타트업 올디가 한국적인 소재에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청년 작가를 접목했다. 청년 작가들은 오랜 시간 한국인들에게 사랑 받아온 여섯 종류의 꽃을 주제로 꽃에 담긴 한국 이야기, 본인들의 이야기까지 담아 새로운 21세기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오는 28일까지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전시 RE-HANDLE HANGUK(한국을 꽃으로 말하다)을 연다. 여섯 종류의 꽃은 대한민국의 지지 않는 해를 상징하는 무궁화, 제주도 사람들에게 도깨비 꽃이라 불리는 수국, 불교의 상징인 연꽃, 한국의 뮬란인 설죽화,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동백,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바리데기 설화 속에 나오는 살잽이꽃이다. 전시에는 현현, 정필, 임소윤, 정찬우, 정유진, 주현영 등 청년 작가 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꽃 하나씩 맡아 개성 넘치는 작품을 완성했다. 디지털 드로잉, 영상, 뜨개, 회화, 터프팅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번 전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즐기고, 손으로 느껴볼 수 있다. 벽면에 작품을 거는 것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작가의 방과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좁은 서학동사진미술관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수국 작품은 수국 커튼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작품을 들추고 들어가 안에서도 보고 밖에서도 보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기획을 맡은 최지승 기획자는 "한국 이야기들은 어떻게 공감을 얻으며 활용될 수 있을까라는 시도로 전시를 기획했다. 시작과 시도, 꽃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린다. 이번 전시가 한국 이야기를 담을 새로운 시도이자 형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8.16 16:5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