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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사

[월요데이트] 이창호 9단



 

‘중앙로 이시계점 집’의 ‘바둑 잘 두는 아이’로 통하던 이창호. 이제 그는 전주에서 꽤 유명했던 부친의 시계점 명성을 훨씬 웃도는, 세계의 유명인이 됐다. 그리고 눈빛 날카로운 의젓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이창호(李昌鎬.26) 9단은 지난 21일 세계 5대 국제기전 가운데 하나인 제5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우승하며 세계 바둑계의 1인자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5번기 중에서 두 판을 이세돌 3단에게 먼저 내줬지만 특유의 끈기와 저력으로 나머지 3판을 내리 이겨 극적인 우승을 일궜다.

 

이 9단은 이번 우승으로 '최단기간 통산 100회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1989년 만 14세의 나이로 제8기 바둑왕전을 제패한 뒤 12년만에 일군 기록으로 조훈현 9단의 100회 우승 돌파 기간(15년)을 3년 단축한 것이다.

 

이창호 9단과 전화연락을 시도한지 3일만에 어렵게 통화를 했다. 바둑에 문외한인데다 초면인 기자로서는 염치없는 일이지만 상식선에서 궁금한 것 몇가지를 질문했다. 어눌하다고 알려져 긴장했지만 소문과 달리 필요한 말을 정확하게 구사했다. 차라리 필요없는 말이 많은 달변가보다 인터뷰하기가 훨씬 쉬운 일이었다.

 

- LG배에서 2연패후 3연승했다. 기분이 어땠는가.

 

▲2연패를 당했을때 바둑 내용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가라앉았다. 부담도 상당히 됐던 것 같다. 어렵다고 생각해서 3국부터는 편안하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결과가 좋았다.(승부사들은 승패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런 방식인가. 세상에서 크고 작은 승부에서 이긴 사람들은 대부분이 ‘무척 기쁘다’는 말로 소감을 시작하는데.

 

이 9단은 지난 2월 세계 최대 기전인 제4회 잉창치배에서 우승하고, 3월에는 연승대회인 제2회 농심신라면배에서도 우승(단체), 올들어 벌써 3개의 국제기전을 제패했다. 통산으로는 동양증권배 4회 우승(3-4-7-9회)을 비롯해 상금도 많은 굵직 굵직한 세계대회에서만 무려 15번이나 우승하며 ‘기록제조기’로 불리고 있다.)

 

-그날 밤에는 어떻게 보냈는가.

 

▲동생, 또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며 지냈다.

 

-2연패를 할때는 혼자였고 공교롭게 동생(이영호씨.25)이 귀국해 옆에 있으면서 3연승했다. 동생이 곁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되나.

 

▲편하니까 당연히 도움이 된다.(영호씨는 한살 터울의 동생. 영호씨는 다른 인터뷰에서 형을 자신이 보살핀다는 것은 소문이 과하게 난 것이고, 심부름을 좀 했을 뿐이라고 표현했다. 전자계산학과 출신인 그는 자신이 제작한 이 9단의 홈페이지를 관리 운영하고 중국을 오가며 바둑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와의 전화 통화 직후 중국으로 출국한다고 밝혔다. 형제간의 우정은 바둑계에서는 소문 날 정도로 두텁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호씨를 이 9단의 매니저로 칭하고 있다 )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어떤 이유가 있나.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오전에 전화를 하면 3일 내내 취침 중이었다)

 

▲불면증같은 것이 약간 있다. 평소에 새벽 3∼4시에야 잠자리에 든다. 보통때는 괜찮은데 큰 시합이나 대국이 있는 날이면 일찍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해 약간 힘들다. 이런 날은 새벽 1∼2시 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지만 마음대로 안된다. 늦게 자다보니 오전에는 대부분 침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잠 안오는 밤에는 무얼 하나.

 

▲책을 읽거나 TV를 보고, 스타크래프트 같은 컴퓨터 게임도 이것 저것 하고 한다. 책은 역사책 등도 읽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책을 좋아한다. (천재기사는 컴퓨터 게임도 잘 할까. 이 9단은 아주 몰두하지는 않고 그냥 그런 수준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이 9단은 전주 중앙동 골목의 오락실에서는 기피대상 1호였다고 한다. 100원짜리 몇개로 몇 시간을 보내는 초고수(超高手)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 프로기사들은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한다고 들었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테니스를 즐겨 친다.시작한 지 2년쯤 됐는데 나에게 맞는 운동인 것 같다. 일주일에 2∼3번 동료 프로기사들과 즐긴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중독(中毒)수준’으로 표현돼 있다)

 

-프로기사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았다면.

 

▲공부를 했을 것 같다. 공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바둑을 두다 보니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어려서는 공부가 싫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공부를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자료에 의하면 이 9단의 어린 시절 IQ는 139라고 한다)

 

-별명이 많다. 돌부처, 신산(神算), 바둑계의 불가사의, 안개 덮인 태산, 외계에서 온 바둑천재, 사람의 모습을 한 바둑의신..., 별명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모두가 내 실력에 비해 과분한 것들이다.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아 특별히 어떤 것이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별명에 얽힌 일화 하나. 99년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후지쓰배 16강전에서 한국대표로 출전한 이창호는 여유있게 상대를 물리치고 다른 바둑을 구경하러 나타났다. 일본기원 관계자는 한창 성가를 높히던 이 9단을 공개해설장으로 안내해 ‘누가 유리한가’를 물었다. 잠시 판을 훑어본 이창호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어려운데요. 백이 반집쯤 나아 보이지만….”

 

그 뒤 바둑은 1백여 수가 더 진행돼 끝났고 결과는 백의 반집승. 감탄한 해설자가 1백여수 전에 이창호선생이 한 말을 그대로 안내방송을 하자 장내의 사람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신산(神算)일까. 이 9단은 어려서부터 큐빅을 좋아하고, 수학을 좋아했다고 한다. 놀라운 계산능력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고향인 전주에는 가끔 가는지.

 

▲예전에는 자주 갔는데 요즘에는 1년에 2∼3번 정도 밖에 가지 못한다. 많은 대회와 스케줄 때문에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전주에서 자주 올라오신다. 요즘은 전주에 가는 것보다 외국에 나가는 일이 더 잦을 정도다. 외국에는 1년에 보통 5번 정도 나간다. 물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가는 것이지만 그 기회에 쉬기도 한다.

 

-인생에서 목표란 것이 있는가.

 

▲특별하게 정해 놓은 것은 없다.

 

-좌우명이 있나.

 

내 스스로 ‘항상 최선(最善)을 다하자’고 다짐한다. 나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 9단의 ‘최선’을 짐작하게 하는 일화 2제. 사상 최연소(16년6월)로 세계기전 타이틀(동양증권배)을 획득한 92년, 청와대로 초청돼 식사를 하던 그는 “어떻게 하면 이 기사처럼 바둑을 잘 둘 수 있게 됩니까.”라는 노태우 대통령의 질문에 한참 후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수를 두지 않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으면 됩니다.”

 

두번째. 이 9단은 어떻게 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100점짜리와 30점짜리 착점을 하면 바둑을 지게 된다. 그러나 시종일관 85점짜리만 둘 수 있으면 잘 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의 말하는 ‘항상(恒常)’과 ‘최선(最善)’의 무거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약력

 


 

75.7. 29 전주 출생
82.3. 전주교대 부속초등학교 입학
83.1 8세때 조부 이화춘씨한테 바둑을 처음 배움
83.6 전영선 프로 6단의 지도를 받음
84.2. 입문 1년만에 어깨동무 바둑왕전 결승 류시훈을 꺽고 우승
84.4. 조훈현 9단과의 만남. 2점을 깔고 둔 시험에서 짐.
84.9. 서울이대 부속초등학교로 전학. 조훈현 9단 내제자로 들어감.
86.7 바둑 입문 3년후, 초등학교 5년때 프로 입단.
88.3 충암중 입학
89.8 바둑왕전 우승(14세 1개월. 최연소 타이틀 획득)
90.8 41연승 신기록
90.10 스승 조훈현 9단을 꺽고 국수전 우승
91.3 충암고 입학
92.1 동양증권배 우승(16세 6개월. 최연소 세계 챔피언)
94 국내 16개 기전에서 한번 이상 우승하는 '사이클링 히트' 달성
94 바둑문화상 수훈 수상
96 문화체육부에서 은관문화훈장(2등급) 수상

 


 


 


 


 

기록실

 


 

88 세계최연소 타이틀 획득(13세, 제 8기 바둑왕전 )
92 세계최연소 세계챔피언(제 3기 동양증권배)
89 최다대국기록(111국)
90 최다 연승 기록(41연승)
90 최고 승률 기록(78승 12패 : 86.7%)
93 최다승 기록(90승)
94 국내 16개기전 '사이클링 히트' 달성(제18기 기왕전 우승)
90-91 최다관왕 기록 (94년 13관왕)
95-99 최우수기사상
2001 최단기간 통산 100회 우승

 

황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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