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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노란봉투법’이 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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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노조가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사측은 직장폐쇄로 대응했고, 노조원과 사측 직원들의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노조원들은 공장 건물 옥상에 천막을 치고 버텼다. 식수와 음식은 밧줄에 매달아 끌어 올렸고 밤이 되면 드럼통에 불을 피워 밥을 지었다. 화염병까지 등장한 파업 현장에 결국 공권력이 투입됐다. 노조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졌다. 

8월 6일 마침내 노사협상이 이루어졌다. 파업이 시작된 지 77일 만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파업은 끝났지만 싸움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 회사가 파업을 주도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2014년, 긴 법정 투쟁 끝에 법원은 노조에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시민들이 나섰다. “4만 7천 원씩 10만 명을 모으자”며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하는 연대가 시작됐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말 많던 ‘노란봉투법’이 이제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노동법 개정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노동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이어온 논쟁의 결과다.

개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힌 데 있다. 원청 기업이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 더 분명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도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진 사람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 등 그동안 제도 바깥에 놓여 있던 노동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쟁의 범위 역시 넓어져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단체교섭과 쟁의행위가 가능해졌다. 

노란봉투법은 하나의 노동법 개정이지만 법 조항 하나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의 경계선이 한 걸음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래서일까. 확대된 노동권 경계가 노동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한국 사회가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국 사회에서 노사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그러니 노란봉투법이 이 모든 갈등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권이 확대되면 새로운 논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원청과 하청의 책임 문제, 파업의 범위와 정당성을 둘러싼 갈등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법이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옥상에서 시작된 싸움은 시민들의 노란 봉투를 거쳐 결국 하나의 법으로 이어졌다. 그 법은 ‘노동권의 경계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를 묻는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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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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