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건축신문고] 아쉬움이 남는 건축물

김관우 건축사(전북특별자치도건축사회/건축사사무소 토마스)

건축 설계를 하다 보면, 어린 시절 보았던 건축물들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옛 건축물(근대건축물)을 보면 요즘의 건축보다 더 감성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배고파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좋아서 찾는 맛집이 있듯, 건축물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

가끔 길을 걷다 그런 건축물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그 앞에서 감탄하고, 박수를 치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본다. 그런 건축물을 짓기 위해 설계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고민을 쏟았을까. 시공 과정에서도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갔을까. 그 생각을 하면 괜스레 마음이 숙연해진다.

문제는 요즘 현장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축’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일정은 촉박하고, 예산은 빠듯하다. 도면 한 줄이 현장에서 ‘원가 절감’이라는 말로 지워지고, 재료 한 조각이 ‘대체 가능’이라는 판단으로 바뀐다. 결국 남는 것은 효율만 남긴 표정 없는 외관, 비가 오면 곧바로 드러나는 마감의 허술함, 이용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동선이다. 건물은 완공되었지만, 공간은 완성되지 못한 채로.

사실 모든 건축물이 특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감정이 묻어나는 건축’이 있으면 좋겠다. 창 하나의 비례, 빛이 스미는 깊이, 손이 닿는 난간의 감촉, 계단 폭과 경사의 배려, 바람을 피하게 하는 처마의 길이 같은 것들. 이런 디테일은 비용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시간이 지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 떠나가다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건축물 말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건축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속도와 효율 사이에서도 사람의 온기를 잃지 않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한 번의 현장 방문, 한 조각의 재료 선택, 한 문장의 설명이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유지관리의 현실까지 고려한 설계, 주변 거리 풍경과의 조화, 장애인·노약자·아이 모두가 편히 드나드는 보편적 접근성도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 되어야 한다.

건축 설계를 하면서 나 또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늘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하고, 또 노력한다. 도면 위에서 끝나지 않는 건축, 사진으로만 남지 않는 건축을 위해서.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그 생각 하나로, 오늘의 글을 마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회일반"전주 미래 상징할 세계적 랜드마크로"

경제일반[건축신문고] 아쉬움이 남는 건축물

문학·출판[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시인-장선희 ‘조금조금 초록 벽지’

문학·출판응축된 사유를 담다, 황진숙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

문학·출판글벼리디카시 동인 시집 제2호 ‘감정 계약서’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