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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 '트렌토 협동조합'

120년 넘는 역사 간직…주민 절반이상 조합원

▲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주(州)의 주도(州都) 트렌토(Trento)에 있는 협동조합연맹 건물. 이탈리아 트렌토=이세명기자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주(州)의 주도(州都) 트렌토(Trento)는 이탈리아 면적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 도시다. 면적의 70%가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로 우리나라 강원도와 비슷하다. 인구는 50만여 명이지만 협동조합은 매우 활발하다. 2010년 기준 협동조합원 수가 전체 주민의 절반을 넘는 27만 명에 달한다. 트렌토협동조합 전체 매출은 2009년 24억 유로(한화 3조4600억여 원), 2010년에는 28억 유로(4조370억여 원)로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생협 79개, 신협 57개, 농업조합 92개, 노동자·서비스·사회·주택 등 295개의 협동조합으로 이뤄졌다. 지역경제가 협동조합 체제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원이 아니다. 이들은 공동의 필요에 의해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그 경험이 쌓여 현재와 같은 체계를 이뤘다. 지난달 21일 트렌토협동조합연맹을 방문해 그들의 '협동조합 경험'을 들어 봤다.

 

△가난했던 동네, 협동조합으로 살다

 

트렌토지역은 1870~1888년 당시 주민 40만 명 중 2만4000명이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으로 이주할 만큼 먹고 살기가 매우 힘들었다. 지역이 공동화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민을 가느냐 아니면 여기서 살아남느냐의 기로에 섰다. 잔류를 선택한 이들은 1850년대 독일에서 일어난 라이파이젠 신협 운동에서 대안을 찾았다. 돈 로렌조 구에티(Don Lorenzo Guetti) 신부를 따르는 사람들은 라이파이젠과 영국의 로치테일 등을 연구하면서 트렌토에 맞는 협동조합 방식을 고민했다. 이들은 1854년 인근 토리노에서 만들어진 생협 매장을 보고 가능성을 확신했다.

 

사람들을 조직하고 협동조합이 뿌리내리는데 주민간 갈등은 적었다. 위기상황인 만큼 풍요로울 때보다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트렌토협동조합연맹의 임원인 미켈리 도리가티 씨(Michele Dorigatti·43)는 "협동조합 자체가 위기 극복에 잘 적응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참여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유럽의 재정 위기 속에도 우리는 계속 성장하며 일반 기업보다 더 잘 적응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이는 교육의 힘도 컸다. 30여년 전부터 ACS(As-

 

socuzione Cooperativa Scolastica)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것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지역 100여개 학교의 학생들이 모의 협동조합을 만들고 사업 계획을 짜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대의원과 조합장도 선출해 본다. 협동조합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게 된다.

 

도리가티 씨는 "19세기에는 젊은층이 트렌토를 떠났지만 20세기에는 공부를 위해 볼로냐, 파도바 등으로 떠났던 이들이 공부를 마치면 다시 돌아온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지역의 젊은층도 지역에서는 일자리 찾기가 쉽다"면서 "국가 전체의 평균 실업률이 8~9%일 때, 트렌토는 3%일 정도로 매우 낮았다"고 설명했다.

 

 

▲ 트렌토 인근 산 중턱마을에 있는 상점. 트렌토협동조합 산하 300개 소규모 조합 매장 중 하나다. 베오초 씨가 기자에게 협동조합 상품이 진열된 매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탈리아 트렌토=이세명기자

△협동조합, 일자리 창출보다는 역량강화

 

트렌토 지역의 사회적 협동조합은 1980년대 시작됐다. 기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이 목표였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와 같이 발전하기 위해 생겨났다. 이탈리아 정부는 1991년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지역의 복지서비스는 대부분 사회적 협동조합이 담당한다. 협동조합이 아닌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제대로 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 의료기업과 경쟁입찰을 하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은 자원봉사자가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일자리 창출보다는 시장 친화라는 역량을 강화한 것이 협동조합의 성장 요인이다.

 

도리가티 씨는 "공공부문은 부채와 예산 적자로, 사기업도 비용절감으로 일자리 창출이 힘들다. 남은 대안이 협동조합이다"면서도 "협동조합이 일자리 창출에 연연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생존하는 역량 강화가 먼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협동조합간 사업 연계도 시장친화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리가티 씨는 "트렌토협동조합연맹 소속이라고 해서 우선적으로 거래를 할 수는 없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트렌토가 다른 지역보다 유리한 조건이지만 아직도 협동조합간 협력이 부족해 이를 활발히 하는 것이 과제다"고 말했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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