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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회에서 아버지는 자녀를 직접 돌보기보다는 어머니가 자녀를 잘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간접적 방법으로 자녀 양육에 참여하여 왔다.
이러한 아버지의 역할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생계유지자로서의 도구적 역할이라 규정되어 왔으며, 어머니는 돌봄의 주체로서 표현적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아동학의 주요 연구주제도 어머니가 아동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두어 왔다.
그러나 20세기 말 기혼여성의 취업 증가 현상은 가족의 삶과 아버지 역할에 변화를 가져 왔다. 더 이상 아버지는 자녀양육에서 잊혀진 헌신자가 아니라 자녀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 양육자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키워드는 ‘아버지’이며, 대중매체에서 묘사하는 아버지 모습은 친구같은 아버지, 양육적인 아버지이다.
<아버지의 부모역할과 아동발달> 은 과거의 좋은 아버지가 좋은 부양자였다면, 오늘날, 그리고 미래사회에서 좋은 아버지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충분히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는 남성들에게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부모역할과 아동발달〉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진화론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아버지를 살피고 있다. 수컷이 아버지가 되는 진화적 과정을 살피면서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새로운 단서로서 아버지의 돌봄을 이야기한다. 거의 모든 조류와 포유류의 경우 번식을 위한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새끼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지만 인간 아버지는 지속적으로 자녀를 돌보며, 특히 부부관계가 끝난 뒤에도 자식에게 계속 투자하는 유일한 종인 것이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사회문화적 기대는 어머니 역할에 비해 매우 다양하다. 가부장적 아버지, 생계부양자 아버지, 양육적인 아버지 등 아버지 모습은 시대의 흐름과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진화되어 왔으며 지금도 진화중이다.
2부에서는 한국 아버지의 부성(父性) 찾기를 시도하였다. 전통사회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자식들의 엄격한 훈육자였으며, 1960년대 산업화 이후에는 생계부양자 역할이 강조되었다. IMF를 거치면서 아버지들은 가부장적 권위의 쇠퇴와 실직, 가족으로부터의 소외와 삶의 고단함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아버지가 생계부양자 역할에 버거워하고 있는 반면, 어린 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취업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아버지의 자녀양육참여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아버지들에게 자녀 돌봄에 대한 책임은 일과 대체되는 것은 아니며, 아버지의 일에 자녀 돌봄이라는 영역이 추가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 아버지들은 자녀를 위해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하지만,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아버지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갈등에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3부에서는 아버지가 아동발달에 미치는 직접적, 간접적 영향에 관한 연구들을 정리하였다. 아버지의 양육 참여는 자녀의 사회?정서 및 성격 발달, 인지 발달과 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아버지 자신의 심리적 성숙과 조화로운 부부관계 및 친밀한 아버지-자녀 관계 형성에 긍정적이다. 특히 3부 9장에서는 ‘아버지-자녀’관계에서 관심을 두어야 하는 9가지 이슈를 다루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첫 1년 동안 어린 아기가 아버지를 통해서 세상에 대한 신뢰를 배우는 애착발달에 대한 설명, 걸음마 시기 자녀와 쉽게 상호작용하기 위한 자녀의 기질에 대한 이해, 자녀양육에서 아버지의 온정과 통제 등 9가지 이슈는 아버지들이 아동발달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육적 아버지가 되는데 중요한 팁을 제공한다.
4부에서는 21세기 아버지인 새로운 아버지를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오늘날의 아버지들은 좋은 부양자를 넘어서 자녀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자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자녀양육비용의 상승으로 생계유지자 역할이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으며, 사회적·경제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아버지들은 가족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빠져들게 한다. 반면 어머니의 급격한 취업률에 비교하여 아버지의 자녀양육참여는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아이들은 과거의 아이들보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감소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아버지들이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정책들을 펼쳤지 살피면서 아버지가 자녀출산과 양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족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어머니의 취업이나 이혼의 증가와 같은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 어머니 없이 성장하는 아동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아버지의 양육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아버지들 스스로 자녀양육 참여의 필연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하며, 이를 지지하기 위한 정책적,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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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전북대 아동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보육지원학회장을 지냈다. 〈마음의 힘 키우기〉(공저) 〈사이좋은 친구, 함께하는 우리〉(공정)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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