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라도' 중심 전주시 문화정책] '호남의 상징' 전라감영·미래자산 '무형유산'…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다시 꽃핀다
천년 전라도의 중심 전주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이다. 역사도시 전주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꿈꾼다. 계승보존해온 문화자원은 더욱 발전시키고, 현재 누리는 생활문화는 후대에 이어질 수 있도록 가꾸고 있다. 올해 복원이 마무리되는 전라감영과 세계 무형유산을 엮어내는 세계무형유산 포럼은 이러한 점에서 상징적이다. 유네스코와 바티칸이 인정한 전주한지도 세계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독립영화인들의 지지를 받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새해에도 전주의 문화자산은 더욱 다듬어지고 풍성해진다. 대한민국 문화특별시에서 글로벌 문화도시를 꿈꾸는 전주가 올해 펼칠 문화정책을 살펴본다.■ 역사를 가꾸다△전라감영 복원 마무리전주시는 전라감염을 거점으로 구도심 100만평을 아시아 문화심장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는 전주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원도심 100만평(약 330만㎡)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게 재생하는 사업이다. 파리나 로마처럼 문화도시들이 역사문화자산을 오롯이 보존해 세계 대표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한 것처럼 전주도 이들 도시처럼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담은 프로젝트이다.대상지역은 중앙동과 풍남동, 노송동, 완산동, 동서학동 등이며, 이들 지역은 역사도심 재창조 권역과 미래유산 관광벨트로 조성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게 할 계획이다.이 프로젝트 첫 사업이자 핵심이 전라도 개도 천년을 상징하는 공간인 전라감영 복원이다. 전라감영은 과거 전북과 전남, 제주를 관할한 공간이다. 오는 10월 18일 열리는 전라도 개도 천년 기념행사도 바로 이곳에서 열린다. 지난해 11월 16일 고유제를 시작으로 복원에 들어간 전라감영은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도비와 시비 84억원이 투입돼 오는 2019년 4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하는데, 전라감사가 집무를 봤던 선화당을 비롯해 내아와 내아행랑관풍각연신당내삼문외행랑 등 감영의 핵심건물 7동이 옛 모습으로 되살아난다.전라감영은 옛 모습만 재현되는 것이 아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입혀 시민들과 소통하며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옛 길 정비해 도시문화 찾아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 우선사업으로 옛 길도 정비하고 있다. 거리 정비는 이들 공간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의 특성을 살리는 동시에 보행자 공간을 확보해주는 보행자 주권 찾기의 의미도 있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이웃한 풍남문과 남부시장, 전라감영, 객사까지 이어지는 옛 길의 원형을 살리면서 이야기를 담고, 안전하고 편안한 길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풍남문에서 전라감영까지, 지난해에는 전라감영에서 객사(풍패지관) 구간을 역사문화의 거리로 만들었다.올해는 풍남문에서 전주시보건소까지, 또 남부시장에서 라온호텔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단장한다.특히 전라감영에서 완산교까지 500m구간은 전통문화거리로 조성한다. 이 도로에는 근현대 건축물과 전통식당, 고미술점, 한방관련 상점 등이 밀집해 있다. 이들 자원을 활용하는 지역 특성화사업도 계획하고 있다.또 남부시장에서 명산약국, 라온호텔까지 이어지는 길이 270m, 폭 3m의 골목에는 고물자(구호물자)골목 재생사업도 전개한다. 이곳은 조선시대 은방골목이 형성됐던 옛길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데, 이 길에는 전통공예 등 전통문화 관광콘텐츠로 채울 예정이다.시는 구 도심의 옛길이 각각 특성이 있고 걷기 편한 길로 바뀌면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남부시장과 풍남문, 전라감영을 거쳐 구 도심 곳곳으로 흩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동학농민혁명 정신 기념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조 발상지인 전주는 경기전과 태조어진, 전주사고 등으로 대표되는 왕의 유물이 간직된 왕(王)의 도시로 불려왔다. 전주는 또 근대이후 민(民)의 도시로 주목받았다.전주는 동학농민혁명의 꿈과 좌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부에서 봉기한 동학농민군 전주성 입성후 전주화약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 집강소가 설치됐다. 집강소는 최초의 관민 협치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를 바로세우고, 근대민주주의를 실천했던 전주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전주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 조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동학농민혁명의 상징공간인 전주완산공원과 완산도서관, 곤지산 일대 주요 전적지를 활용한 기념 공간을 조성중이다. 우선 올해 상반기 안으로 완산칠봉 꽃동산 뒷편 배수지를 리모델링해 전주역사박물관에 임시 안치된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을 안장하고, 동학정신을 알릴 전시관(가칭 녹두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곳과 연계해 2021년까지 시립도서관 인근에 홍보교육관도 만든다. 이에 앞서 시는 환경 정비 차원에서 2016년부터 동학농민혁명 유적지인 초록바위에 아트파크와 생태탐방로를 조성해왔다.△후백제 왕도 찾기 본격화전주시는 조선왕조 중심의 전주의 역사문화콘텐츠를 후백제까지 확대하기 위해 후백제 유적 발굴도 본격화한다.시는 지난해 후백제 왕궁으로 추정되는 노송동 물왕멀 일원과 도성으로 추정되는 동고산성과 남고산성, 오목대 등 약 1653만㎡(500만평)을 대상으로 정밀지표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분묘유적과 성곽유적, 건축유적, 생산유적, 생활유적 등 34개소를 새로 발굴하는 성과도 거뒀다. 올해부터는 정밀지표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굴 및 발굴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는 후백제 유적이 전주시 전역에 분포돼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후백제 역사를 재조명하고 문화유산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후백제 역사문화 재조명 수립 용역도 추진하고 있다. 각종 조사와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후백제 역사 규명과 기념사업도 펼칠 방침이다.■ 문화중심 도시로 나아가다△무형문화유산 거점 만들기 시동전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간문화재를 보유한 도시이다. 또한 국립무형유산원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전주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세계 무형유산의 거점이다.지난해 세계무형유산 프레(pre)포럼을 열어 무형유산의 가치를 알린 전주시는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을 받아 세계 무형유산포럼을 개최한다.이 포럼은 국내는 물론 세계 무형유산의 보존과 계승을 화두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다. 세계적인 무형문화유산 전문가들과 무형유산의 보존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전주를 세계적인 무형유산 도시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러한 활동을 통해 전주가 보유한 전통공예와 예술 등도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전주한지 세계화 작업 도약올해도 전주한지 세계화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해외공관 리모델링사업으로 전주한지 알리기에 나섰던 전주시는 지난 2016년부터 유네스코와의 협력사업을 통해 한지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한지 원형보존에도 힘을 기울인다.전주한지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주목하면서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지난해 5월 소장 문화재 복원에 전주한지를 활용한 루브르박물관은 11월에 문화재 복원재로서의 한지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세계 천주교회의 중심인 바티칸도 지난해 전주한지로 만든 문서를 비밀문서고 소장품으로 지정했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세계종교평화협의회 등이 고종황제가 교황 비오 10세에게 보낸 서한을 한지로 똑같이 만들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했다. 이에 앞서 바티칸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추정 문서도 한지로 재 제작되기도 했다.시는 또 유네스코와도 한지를 활용해 세계문화유산 보존과 교육 등을 하는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s)를 체결했다. 유네스코와의 협력 활동을 통해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인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전통한지 원형보존과 거점화 사업은 닥나무 재배단지 조성과 생산시설 구축으로 속도를 낸다.지난해에 이어 2018년에도 국비 지원을 받아 과거 전주한지를 생산했던 흑석골 일대에 전통방식의 한지 생산시설을 만든다. 이와 함께 우아동 왜망실 일원에 닥나무 재배단지를 만들어 전통한지 생산환경을 구축한다.시는 전통한지 생산시설이 복원되고 닥나무 재배단지가 제 모습을 갖추면, 전주한지의 원형 보존과 세계화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전주국제영화제독립영화를 응원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켜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미 국내외 영화인의 사랑받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전주영화제는 정부의 지원축소 등의 피해를 받으면서도 영화 상영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위상을 더욱 굳혔다. 자백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천안함 프로젝트 노무현입니다등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의 영화잡지 무비메이커가 전주영화제를 세계에서 가장 멋진 영화제로 꼽기도 했다.올해는 영화제 성장의 또 다른 발판을 마련한다. 전용공간이 없어 영화제때마다 개막식장을 옮겨 다녔던 전주영화제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우선 올해는 국비 5억원 등으로 용역에 착수한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들어설 전주독립영화의 집은 전용 상영관과 개폐막식 공간이 마련되고, 독립영화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La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성한 신조어)과 아카데미 등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독립영화의집이 건립되면 전주는 국내 독립영화의 중심지이자 영상문화를 선도하는 거점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는 후백제 왕도이자 조선왕조 발상지,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등 천년의 역사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간문화재의 솜씨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전주한지 등 찬란한 문화를 간직한 도시다. 또, 공식 통계에서 천만 관광객을 돌파한 전주한옥마을 등 세계인도 즐겨 찾는 관광의 저력을 모두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라며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자산을 바탕으로 가장 세계적인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이러한 전주의 경쟁상대는 이제 대한민국에는 없다. 전주를 파리와 로마 같은 글로벌 문화도시로 만드는 꿈을 착착 일궈내, 문화로 부강한 대한민국, 문화강국의 꿈을 실현시키는 일에 전주시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