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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람 이병기 - 현대시조·국문학 연구의 태두

한국 문학의 오늘이 있기까지 전북 출신 문인들이 기여한 공은 참으로 컸다. 특히 한국 현대시의 탯자리에 전북의 시인들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문단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전북 시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들춰보는 연재물을 마련했다. 김동수 백제대예술대 명예교수(66)가 매주 한 차례씩 시인 한 분의 시와 시시계를 조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김 교수는 남원 출신으로, (사)한국미래문학연구원장전국대학 문예창작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온글문학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야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 「난초 4」 전문, 『문장』, 1939. 가람(1891-1968)은 성품이 호탕하여 술과 더불어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가운데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위력의 시인이었다고 한다. '굳은 듯 보드라운' 난초의 외양에서 부드러우면서도 꺾기 어려운 선비의 기품을, '우로 받아 사느니라'에서는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난초의 고고한 성품을 그리고 있다. '원고를 쓰다가 밤을 새우기도 왕왕 하였다. 그러하면 그러할수록 난의 위안이 더 필요하였다. 그 푸른 잎을 보고 방렬(芳烈)한 향을 맡을 순간엔, 문득 환희의 별유 세계(別有世界)에 들어 무아무상의 경지에 도달하기도 하였다'고 할 정도로 난초와 매화를 지극히 사랑하면서 세속과 가사와 명리를 잊고 오로지 시조와 학문 연구에만 열중하였던 가람이었다. 나의 무릎을 베고 마지막 누우시던 날 쓰린 괴로움을 말도 차마 못하시고 매었던 옷고름 풀고 가슴 내어 뵈더이다. 까만 젖꼭지는 옛날과 같으오이다 나와 나의 동기 어리던 팔구 남매 따뜻한 품안에 안겨 이 젖 물고 크더이다. - 「젖」 전문, 『가람시조집』, 1939 고시조의 상투적인 영탄조에서 벗어나 시적 발상도 자유롭고 감동적인 현대 시조이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자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자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말할 기력이 없자 궁리 끝에 앙상한 가슴을 헤쳐 까만 젖꼭지를 꺼내 보이신다, 마치 석가가 영취산에서 제자들에게 들어 올린 연꽃처럼 이승에 남아 있는 자식들에게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주고 싶었던 무언의 깨우침, 이는 서경(敍景)으로써 서정을 대신한 입상진의(立象盡意)의 가르침이 아니었던가 한다.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 「별」 전문, 1947, 9 가을 밤. 밤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생각을 한 줄로 결합 시키는 선경후정(先景後情)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가로운 한국적 야경도 좋으련만 밤늦도록 호젓이 뜰에 나와 우주의 신비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골똘한 응시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람 시조의 특징은, 경물을 통해 넌지시 선심(禪心)을 드러내는, 말을 다했으되 그 뜻(興)은 다함이 없는 '무기교의 기교'에 있다.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에서 출생하여 육당과 더불어 시조 부흥에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서울대 문리대 교수와 전북대 문리대학장, 학술원 회원 등을 역임하면서 국문학 연구의 초석을 닦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요 국문학자였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김동수 시인 약력△남원 출신 △백제예술대 방송시나리오극장과 교수 △1982년 월간 '시문학'추천 완료 △한국미래문학연구원장 △국제펜클럽 전부지부장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전북문화상백양촌문학상한국비평문학상시문학상 수상 △수필집 '전라도 사람들', 시평론집'한국현대시의 생성미학', 시창작작이론서 '시적 발상과 창작', 시집 '흘러' 등 7권 저술

  • 문화일반
  • 기고
  • 2012.09.19 23:02

원불교 차기 종법사 누가 될까

개교 97년을 맞은 원불교가 최고 지도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종법사 선출을 앞두고 교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원불교에 따르면 오는 22일 익산시 신용동에 있는 중앙총부에서 교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首位團會)를 소집해 새 종법사를 선출한다.연임이 가능한 종법사는 수위단회에서 법위등급이 출가위 이상, 연령 74세 이하를 추천하는 것으로 피선자격이 주어진다.이미 지난 18일 원불교내 최고 의결기구인 남·여 각 9명으로 구성되는 수위단회 선출을 마무리 지으면서 종법사 선출이 임박한 상태다.종법사는 원불교의 3급, 3위 등 6단계의 위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대각 여래위'의 바로 아래 단계인 '출가위' 등급의 15명 중에서 수위단회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 자격을 얻게 된다.추천을 받은 출가위 등급들 중 수위단회의 비밀투표를 거쳐 3분의 2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종법사로 최종 추천된다. 여기에서 3분의 2이상의 득표를 얻지 못하면, 최종 1위와 2위가 결선 투표를 통해 최종 종법사 후보가 결정된다.현재로선 지난 2006년 11월에 추대된 장응철 현 종법사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수위단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원불교 관계자는 "원불교의 입법 자격을 갖는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회의 구성이 마무리됐고, 이들은 오는 22일 투표를 거쳐 종법사를 추천하게 된다"며 "당선자는 11월 첫째주 일요일에 추대식이나 대사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이번에 추대되는 종법사는 연임의 경우 오는 11월 4일 추대식을 갖게 되고, 신임 종법사가 선출되면 같은 날 대사식을 시작으로 6년간 원불교를 이끌게 된다.한편, 올해로 개교 97주년을 맞은 원불교는 1916년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어 개교한 우리나라 4대 종교 중 하나다.법신불(法身佛)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으며 사은(四恩), 즉 내가 받은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4가지 은혜를 돌려 갚는 것이 핵심교리이다.현재 국내 14개 교구 500여개 교당과 원광대학교와 원음방송국, 한국 최초의 대안 중고등학교인 영산성지고 등 180여 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20개국에 교당과 20개 기관을 두고 활발한 교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 문화일반
  • 김진만
  • 2012.09.19 23:02

소리축제에 바란다 - "외국 프로그램 적고 장르 모호" 이정덕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전주 한옥마을에서 펼쳐진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들은 판소리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집중도가 높은 음악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명창들이 공연한 학인당은 특히 공연뿐만 아니라 마당과 한옥의 풍경도 아주 빼어나 듣는 사람들을 더욱 설레게 한 것 같다. 외국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고 처음 판소리나 산조를 들었다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나가야할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소리축제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이들이 아마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서인지 성인 프로그램에 까지 많이 찾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린이나 학생들의 전통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성인프로그램들도 학생들을 고려해 정보를 더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소리축제를 많이 즐길 수 있었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 전통음악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수준 높고 깔끔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세계축제로서의 한계도 많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소리축제에서 전체적으로 주제가 무엇인지 불명확했다. '소리 한상 가득'이라는 주제는 머리속에 바로 이미지가 떠 올리려지지 않는다. 특히 외국의 프로그램들은 좀 더 많아지고 이들을 포괄하여 머리에 탁 떠오르는 주제와 구호로 제시되면 좋겠다. 외국의 프로그램 수가 적었고 또한 공연된 외국프로그램들이 누구를 타겟으로 어떤 장르를 발굴하여 온 것인지를 알기 어려웠다. 해마다 주제를 정해 양질의 외국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 소리축제가 개선해야할 중요한 방향으로 보인다. 주제는 남미, 유럽, 동구유럽, 중동, 아프리카, 이슬람 등 지역을 중심으로 선정할 수도 있고, 또는 세계의 창극류, 판소리류, 악기와의 병창, 또는 농민음악 등의 장르별 주제를 선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앞까지 주제를 미리 공고하고 관련 음악들을 세계적으로 발굴하여 수집하면 소리축제가 전라북도민을 넘어서 더 많은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주제에 따라 반복적 방문도 늘어나고 새로운 관람객도 호기심을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다. 학인당에서의 판소리 공연에서는 한글과 영어 자막이 나와 보는 사람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다른 곳에서는 영어설명이 아주 간단하였고 한국가사들도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한글과 영어 자막이 동시에 갖추는 것이 필요해보였다. 명인홀에서 공연된 국수예술단의 공연도 한글자막과 영어자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천성 천극의 한 장면을 공연할 때 한글자막이 부실해서 답답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대폭 개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한옥마을에서의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축제가 발전해야할 좋은 모델로 보인다. 세계에서 발굴한 좋은 프로그램들이 한옥마을에서의 공연처럼 이루어진다면 소리축제가 세계축제로 성정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판소리와 관련된 한국 음악과 세계의 음악을 잘 발굴하여 한옥마을에서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공연하면 관람자를 계속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의 좋은 전통 음악들을 발굴하여 소리축제로 모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즐거운 공연을 제공한 소리축제 당사자들에게 감사드리며,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9.18 23:02

"해외팀 더 초청 못해 아쉽다" 소리축제 집행부 폐막 기자회견

축제를 이끈 집행부는 올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관람객들의 참여가 늘고, 해외음악과의 교류 및 한국음악의 다양한 변화를 제시했으며, 지역 문화인력과의 협업을 강화한 점 등을 성과로 꼽았다.김한 축제 조직위원장과 박칼린김형석 공동 집행위원장김승택 사무국장이 17일 소리전당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서다.올 소리축제의 질적 수준과 관련, 김한 조직위원장은 "개막식때 어린이 소리꾼의 등장과 젊은 판소리 마당 등과 같이 커가는 소리꾼들에게 기회를 준 게 새로운 시도였다"고 의미를 부였다. 박칼린 집행위원장은 해외 팀들을 더 많이 초청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예산만 뒷받침 된다면 전세계의 음악을 끌어들이고 싶은 욕심이란다.세계소리축제의 정체성과 관련, 김형석 집행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퀄러티라고 말했다. 국악퓨전세계 음악 등 장르와 무관하게 각 분야에서 퀄러티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이를 위해 예산이 가장 문제라고 두 집행위원장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한 위원장은 올 국비 지원 삭감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도비 지원 등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협찬사 등을 통해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내년도 소리축제 방향과 관련, 박칼린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창법들이 있는지,'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함께 하는 무대를 어떻게 꾸릴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해보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9.18 23:02

소리축제 결산 - 판소리, 역시 '소리축제 중심' 확인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 한13~17일 전주 한옥마을한국소리문화의전당)는 울고, 웃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와 태풍 '산바'에 울고, 전주 한옥마을에서 펼쳐진 공연에서 소리의 흥이 되살아나면서 웃었다. 소리축제의 지향점인 소리를 매개로 한 우리 음악의 정체성시대성세계성 찾으려는 시도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와 비교해 안정적인 축제 운영으로 판소리를 통한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인정 받았으나, 일부 기획 공연에 있어 창작음악의 넓이와 깊이를 보여주기엔 아쉬움이 있었다는 게 중론. '있던 것'을 적당히 우려내기 보다는 '새로운 그 무엇'을 기획하려는 시도로 알차게 채워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 개막공연은 개막 축하쇼에 가까워 우선 출발은 불안했다. 개막 공연이 축제의 성패와 직결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무대가 갖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하지만 박칼린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이 연출한 개막 공연은 '개막 축하쇼'에 가까웠다. 10분~20분 가량의 공연을 나열한 데 그친 데다, 공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사회자의 설명이 곁들이면서 도리어 흐름을 깼다. 그나마 무대를 살린 것은 성창순 명창과 제자들의 '엮은 판소리'와 안숙선 명창이 이끄는 100인의 가야금 병창. 일부 관객들이 공연장을 빠져 나와 같은 시간대 열린 CBS의 '별빛 콘서트'로 발길을 돌리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빚어졌다. 그러다 보니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고창 출신 신재효 선생을 기린 '2012 광대의 노래 - 동리,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가 오히려 개막 공연의 성격에 더 부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김형석 With Friends'는 가수 윤하김광진김조한 등이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주고, 북대금아쟁 등이 어우러진 연주를 곁들여 국악을 접목시키기 위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 판소리한국음악의 다양한 변화도 시도전주 한옥마을 내 학인당다문에서 열린 '판소리 다섯 바탕'과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은 비록 객석이 200석에 불과했으나, 이 단출한 프로그램의 흡인력은 대단했다. "얼쑤", "좋다" 등 관객들의 신명이 되살아나면서 소리축제가 걸어온 녹록치 않은 세월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 관람객들을 위해 5년에 걸쳐 판소리 다섯 바탕의 국영문 자막을 완성한 것 역시 소리축제의 또 다른 성과다. 과거 소리축제와 같은 기간에 열렸던 산조 예술제처럼 창 너머 그림자에 실려 나오는 대금 선율이나 유파별 산조를 비교해보는 깊이있는 기획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산조정가의 밤, 고음반 감상회 등은 나름의 운치와 여운으로 깊이를 가져다줬다. 해외음악과의 교류 및 한국음악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박재천이 이끈 무대는 한국 장단을 통해 스페인의 플라멩코, 몽골의 흐미, 호주의 드럼, 일본의 사쿠아치 등 해외 전통예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 지를 모색한 자리였다. 또 젊은 국악인들이 펼친 소리프론티어어와 소리프린지는 한국음악의 미래를 살핀 실험적 무대였다. 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 포르투갈의 전통 성악'파두'의 여제 클라우디아 오로라의 애잔한 공연은 한옥마을과 잘 어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안겼다.△ 지역과 하나되는 축제 지향 올해 소리축제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단체를 껴앉는 시도로 보폭을 넓혀 지역과 하나되는 축제를 지향했다. 특히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이 외부 연출자 류기형씨까지 끌어들여 올린 '춘향 아씨'는 공연의 완성도를 떠나 시도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국악원이 소리축제를 여러 차례 찾았으나, 소리축제만을 위한 초연 공연을 기획한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한옥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진 소리 주막은 따로 만든 무대가 오히려 객석과의 경계 없는 흥을 나누기엔 방해가 됐다. 지난해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한 어린이 소리축제는 올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로 옮겨 오감 만족 체험전시'판소리 스토리 박스'를 진행한 결과 몰입도가 더 높았다는 평가다. 어린이 국악 뮤지컬'공작새의 황금 깃털'와 가족 마당극'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신화 이야기' 역시 인기가 높았다. △ 소리축제 건강한 방향성 찾아야올 소리축제 관람객이 22만명으로 집계돼 지난해보다 관람객 수가 늘었지만, 전북지역 국회의원 등 지역사회 지도층들의 참여가 예년에 비해 미흡했다. 대선 정국과 태풍 등 여러 내외적 요인이 있지만, 지역의 대표 축제에 대한 지역 지도층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축제 내부적으로는 '소리축제를 앞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끌고 갈 것인지'등의 세미나와 같은 담론의 장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실제 소리축제 조직위원들조차도 거의 들러리에 가까운 역할을 하거나 이해관계로 인한 공연 참여로 비춰지는 등 프로그램과 관련해 소통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9.18 23:02

전주세계소리축제, 태풍에도 성황리 폐막

전 세계 소리와 음악, 사람이 어우러지는 소리의 향연 '2012전주세계소리축제'가 닷새간의 여정을 마치고 17일 막을 내렸다.이번 축제는 전통 음악과 퓨전 국악, 해외 초청 공연 등으로 우리 소리의 대중화와 공연 다양성 등 지난해보다 프로그램 구성면에서 탄탄한 래퍼토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를 반영하듯 연일 내리는 비와 태풍에도 축제의 공연 좌석점유율은 91.4%로 지난해 85.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특히 좌석점유율 90% 이상 공연은 25개 유료 공연 가운데 19개로 대부분 공연이 성황을 이뤘다.전체 관객 수도 22만5천여명으로 지난해 21만2천명여명에 비해 1만여명 넘게 늘어나 소리축제가 예술성과 함께 일반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축제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박칼린김형석 두 집행위원장이 이번 소리축제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전통성 강화'는 모든 프로그램에 녹아들며 소리축제만의 특성을 부각시켰다.소리축제의 대표 공연이 '판소리 다섯바탕'은 기존 명창의 원숙한 소리와 함께 유태평양남상일정은혜민은경조정희 등 젊은 소리꾼도 무대에 올라 판소리 공연을 풍성하게 했다.해외 초청 공연도 '카말 무살람', 'DJ클릭', '사이먼 바커' 등 한국 전통 음악에 관심이 많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소리축제 전체를 관통하는 '정통성'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줬다.김형석 집행위원장의 '김형석 with friends'를 중심으로 가수 하림, 탑 밴드 출연팀인 '고래야' 등 닷새간 곳곳에서 마주친 친숙한 얼굴들은 예술성과 함께 공연의 대중성을 높이는 데 공헌했다.특히 김 집행위원장의 공연은 만석 3천명을 넘어 3천4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축제 운영에서는 지난해 지적된 티켓부스 일원화와 영문 및 외국어 홍보물 부족 등이 크게 개선됐으나 한옥마을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주변의 주차공간 부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김한 조직위원장은 "악천후에도 공연장을 찾아 준 관객분들게 감사하다. 태풍으로 야외공연 9개가 취소되는 등 여건이 좋지 못해 올해 목표 관객 수인 25만명을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주변에서 '공연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내년에도 더 수준 높은 공연과 재미로 관객 분들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2.09.17 23:02

"대중성 '탈피' 아닌 '회피'는 안돼" 전북작가회의, 시집 '북항' 시적언어 갱신 놓고 토론회

안도현 시인의 시적 언어의 '갱신노력'이 작가들 사이에 관심사가 됐다. 안 시인의 최근 시집 '북항'(문학동네)을 두고서다. 전북작가회의가 14일 전북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도민과 함께, 찾아가는 문학토론회'로 안 시인의 '북항'을 주제로 올렸다.발제자인 복효근 시인은 시집'북항'이 갖는 한계로, 소재·발상의 자기복제 문제와 난해함을 이야기했다. 2001년 발표된 '낭만주의'에서 '나는 장차 배를 밀어 산꼭대기에 올려놓을 것이다" 고 한 안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덕진 연못의 오리 배를 훔칠 수만 있다면, 용산다리 아래로 가져가서 만경강을 거쳐 서해로 가고자 한다'는 것을 두고 자기복제를 이야기 한 것이다. 복 시인은 시인이 지향하는 낭만성이 10년이 지나도 건재함을 굳이 과시할 필요가 없는데, 자기복제 내지는 자기표절의 징후로 읽히지 않을까 염려했다.복 시인은 또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중성 탈피를 위한 안 시인의 치열한 갱신 노력과 함께 성취에 박수를 보내지만, 시에서 나타나는 모호함과 불투명함을 넘어서서 난해함으로 다가서기 불편한 작품이 많다고 보았다. 모호함과 불투명에 따른 '대중성의 탈피'가 아닌 '대중성의 회피'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토론자로 나선 김다연 시인은 "'북항'이 널리 회자됨은 4대강의 운명적 절망을 끊임없이 한탄했던 시인의 어두운 그늘과 절묘하게 만났다"며, "북의 요새 같은 '북항'의 확장된 심각성을 눈치챌 수 있다"고 해석했다.문신 시인은 '안도혁식 어법의 미적 형식'을 주목했으며, 이길상 시인은 '시대와 인간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랑의 기록'으로 시집을 평가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9.17 23:02

민주의 힘을 기억하며 녹두장군 다시 숨쉰다

다시 전봉준이다. 전봉준에 대한 담론은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를 침탈하려는 열강으로부터 민족을 지키겠다는 기치로 민중을 내건 혁명가의 이름이자, 민중들로부터 인정받은 또 다른 이름이며, 한 시대의 이름이었다.지난 15일 오후 4시 전주 한옥마을 내 동학혁명기념관에서 소설가 이광재씨가 펴낸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 책잔치가 열렸다. 한 때 학생운동에 몰두했던, 그러나 이제는 진보의 울타리가 돼 버린 선배들이 전봉준을 다시 불러들여 이 시대를 사는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풀뿌리 연대를 주문한 자리였다. 책잔치 준비위원장을 맡은 한국화가 송만규씨는 "이광재는 고등학교 때부터 반항 기질이 다분한 소년이었다"고 회고했다. 오랜 시간 학생운동·사회운동에 헌신하면서 뜨거운 한 시대를 살아온 그를 지켜본 선배로서 '봉준이, 온다'는 역사적 가치와 문학적 상상력이 풍요로운, 이 시대의 교과서적인 책이라고 했다.책잔치 사회를 맡은 이재규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는 "책 잔치의 부제를 '끊어진 꿈, 이어지는 꿈'이라고 한 것도 분단된 현실, 한·미 FTA 체결로 인한 절망에 빠진 민중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혁명이 좌절되고 교수대에 목이 매달려진 채 전봉준의 삶은 마감됐으나, '전봉준 시대'까지 종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축사를 맡은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은 "전봉준 사후 118년 만에 나온 일대기'봉준이, 온다'는 조선의 사회상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도 현미경으로 보듯 꼼꼼하게 전봉준의 삶을 들여다본 책으로 많은 감화를 받게 했다"면서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켜 세웠다. 책잔치에 참석하지 못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골목대장 '씨화로'에서 '녹두장군'으로 교수대에 오르기가지 전봉준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한반도에 '근대'를 가져온 힘은 '갑오정권'의 엘리트도, 제국주의 일본도 아니다. 전봉준과 함께 싸우고 죽었던 수많은 민중이 그 힘이다. 작가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전봉준을 다시 호명하는 이유도 이 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송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던 조성용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고문, 서지영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고문, 김성주 국회의원, 이광철 전 국회의원, 방용승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위원장, 이영호 동학혁명기념관 이사장, 김남규 시의원 등 200여 명도 참석해 녹두장군 전봉준의 끊어진 꿈을 다시 잇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9.17 23:02

2012 소리 프론티어 대상에 '바이날로그'

결국 '바이날로그'가 웃었다. 빗속에서 무려 6시간 동안 진행된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 한)의 소리 프론티어에서 'KB 소리상'(대상·상금 1000만원) 주인공은 '바이날로그'가 쥐었다. 30분 정도 지연된 경연은 오락가락하는 비로 인해 객석이 썰렁했으나, 참가팀들의 열기가 빈 객석을 채워주고도 남았다. 다재다능한 피아노 연주자를 비롯해 베이스·대금·아쟁·해금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바이날로그'는 국악기와 전자음악의 색다른 만남을 주선해온 단체. 브라질 풍의 삼바와 남도 가락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국악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이들은 "우리 음악을 사랑해주셔서 가슴이 벅차다. 이번 'KB 소리상' 수상으로 내년 초청될 소리축제 단독 콘서트에서 더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신설된 수림문화재단의 '수림문화상'(특별상·상금 1000만원)은 열정적인 피리 선율에 어쿠스틱 기타 와 퍼커션, 콘트라베이스 등을 얹어 이색적인 조화를 보여준 '안은경 Purity'가 선정됐다. 윤중강(국악평론가) 김동원(원광디지털대 전통공연예술학과 교수) 이윤경(국악방송 편성부장) 등 전문심사위원 외에 관객심사단(50명)이 심사를 맡았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9.17 23:02

"B급 스타일 웃기는 광대도 필요" 광대의 노래 '동리,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대박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관심을 보인다. '강남스타일'이 있다면, '전주 스타일'은 무엇일까. 더불어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만들어내야 할 '소리 스타일'은 어떠해야 할까?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기획한 광대의 노래 '동리,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14~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연출 지기학)는 앞의 궁금증과 관련해 뜻깊은 작품이었다. △ 동리 스타일 vs 강남 스타일남성에서 여성으로, 소리꾼을 확대한 사람이 동리 신재효(1812 ~ 1884). 아전에서 양반으로 구경꾼을 확대한 사람도 동리 신재효다. 그는 이른바 그 시대에 '동리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이젠 '강남 스타일'. 이 노래가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두 가지에 주목하자. 스스로 'B급'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이젠 '(지)기학' 스타일연출자 지기학의 작품에는 지기학이 있다. 문순태의 소설 '도리화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전체적으로 A급이었다. 사무친 그리움을 억압하는 인물이 중심축. 오동과 같은 존재인 신재효(김대일 역)가 봉황처럼 찾아왔으면 하는, 가슴에 품은 가공인물 진채선(방수미 역) 봉선(정승희 역)이 극을 이끌어간다. 알려진 이야기 속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서사 구조도 탁월했고, 판소리로 출발해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무대 활용 역시 유연했다. 소리에 대한 무한한 열정,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 기회도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웠다. 이런 '(지)기학 스타일'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기학 스타일'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축제 속의 작품으로는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극을 생기발랄하게 이끌고자 했던 정민영(풍각쟁이)은 구원투수처럼 비춰졌다. 판소리가 충분히 '발라드'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한 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무대였다.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음악감독을 했던 김백찬은 대중적 감수성을 알고 있었다. 황성현(타악), 허진(피리)과 좋은 트리오를 보여줬다. 이런 형태의 소극장 판소리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들었다. △ 소리축제는 B급 같아 뵈는 A급 스타일로 이번 작품은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만나는 '광대의 노래'라는 이름의 세 번째 작품이다. 튼튼한 구성에 깔끔한 연출이 빛을 발했다. 송순섭 명창이 극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그렇다면 소리축제에서 만나는 '소리 스타일'은 어떠해야 할까? 내 생각엔, 'B급' 같아 보이는 'A급'이었으면 한다. 욕망에 대한 억압보다는, 세상에 조화하는 아름다운 욕구였으면 더욱 좋겠다. 대중은 진지함보다는 진솔함에, 억눌림보다는 솟구침에 반응한다. 무거운 것을 무겁게 표현하는 것에 박수를 치는 수효는 점차 줄고 있다는 뜻이다. 그게 축제를 매개하는 작품에선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판소리 또한 울음(비장)과 마찬가지로 웃음(골계)이 절반의 영역이 아닌가! 소리축제의 앞으로 '소리 스타일'은 처절한 외침이나 사무친 그리움은 조금 절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설픈 광대일지라도, 웃기는 광대를 만났으면 좋겠다. 적어도 축제에선 그랬으면 좋겠다. 소리판에서도 'B급 스타일'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윤중강(국악평론가)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9.17 23:02

'소리성찬' 어깨춤에 전주가 '들썩'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희비도 엇갈렸다. 13~1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주 한옥마을은 썰렁한 분위기가 계속 돼 축제 분위기가 영 살아나지 않는 듯 했다. 15일은 축제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날씨가 맑게 개이자 많은 관람객들이 야외에서 소리축제를 즐겼다.소리축제 조직위는 주말 공연에만 7~8만여 명의 관람객들이 프로그램을 즐긴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관람객들의 매진 행렬을 이끌어낸 프로그램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펼쳐진 '판소리 다섯 바탕'과 길거리 게릴라 무료 공연으로 진행된 '소리 프린지'. 특히 풍남문 광장과 소리전당 야외 놀이마당에 마련된 '소리 프린지'는 밤 늦도록 많은 시민들이 바닥에 앉아서, 걸터 앉아서 자유롭게 공연을 즐겼다.소리 마니아들을 비롯해 판소리에 호기심을 갖는 다양한 계층이 찾은 '판소리 다섯 바탕'은 고택 학인당에서 다소 한갖진 여유와 국악의 멋이 잘 맞아떨어져 호응도가 높았다. "얼씨구!""좋다!" 추임새를 이끌어내는 것은 창자의 걸쭉한 입담. 한옥마을 다문에서 이어진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소리꾼 남상일은 '판소리'를 왜 '판소리'라 부르는가 등을 묻고 답변을 이끌어내는 열린 방식으로 진행해 '앵콜!'세례를 받기도 했다. 한옥마을 학인당에서 열린 '산조의 밤'과 '정가의 밤'은 관람객이 많진 않았으나, 관객의 몰입도가 특히 높았다. 특히 '정가의 밤'은 격정적이지 않고 느릿느릿한 선율이 계속 돼 지루할 법도 하지만, 상당수 관람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빠른 세상의 박자를 잠시 늦춰보는 여유를 즐겼다.15일 전주한옥마을에서 대금 명인 원장현 마스터 클래스를 관람한 김남중씨(서울시립단 비올라 연주자)는 "명인을 만나는 좋은 기회였을 뿐아니라 인생철학까지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특히 "명인의 오랜 수련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정말 가슴으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창단 50년 연륜을 자랑하는 푸에르토리코의 전설적인 살사 그룹'엘 그랑 콤보'의 공연에선 목소리 옥타브가 맞지 않는 음이 많이 흘러 나와 아쉬움이 컸고, 박재천의 'Korean Grip Meets the world'에선 플라멩코를 추는 스페인 댄서의 엉덩이 춤에 여자 관람객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소리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는 '소리 주막'에서는 밤 늦도록 막걸리에 빠진 외국인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한편, 폐막일인 17일 소리전당 야외 놀이마당 등에서 펼쳐질 야간 소리 프린지는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지난 13일 개막한 소리축제는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폐막공연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한다. 폐막공연(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은 국악·클래식·월드뮤직의 융합 공연으로 펼쳐진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9.17 23:02

2012 광대의 노래 - "신재효와 진채선의 애달픈 사랑 판소리극으로 느끼세요"

시간을 비틀면 사랑은 더 절절해진다. 떨어진 꽃잎처럼 더 이상 곁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두고두고 아프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신재효(1812∼1884).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012 광대의 노래'에서 신재효의 제자이자 평생 사모했던 진채선 명창을 울혈 진 그리움으로 불러낸다. 판소리 퍼포먼스 그룹 '미친 광대'의 창작 판소리극 '동리 -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14일 오후 7시·15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는 문순태의 소설 '도리화가'라는 '그리움'이라는 모티브를 얻되 나머지는 새롭게 각색하는 방식을 취했다. 극이 불려나오는 형식부터가 재밌다. 최근 유행처럼 접목되고 있는 '시간여행', 즉'팩션'(faction·사실을 토대로 한 소설)의 구조가 차용됐다. '방랑의 아침'(1막),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2막), '동리정사'(3막), '진채선'(4막), '도리화가'(5막)로 이어지는 무대의 첫 장면은 2020년 무대를 꽉 채워줄 진정한 광대를 기다리는 연출가 '신재효'와 200년 전 신재효의 아호(雅號)로 알려진 '백원'이 등장한다. 젊은 날 신분제로 인한 갈등으로 길고 긴 방황 끝에 예술에 눈을 떠가는 '백원'과 머리가 하얗게 센 오동을 자신과 일치시키며 푸른 울음을 토해낼 봉황(진채선)을 기다리는 '신재효'가 무대와 객석의 경계에서 교차되는 방식. 그러나 다섯 장면의 전환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배우 지기학 김대일 박추우 정민영 정승희는 무대와 객석의 이렇다 할 경계도 없이 오동나무와 소리북 등을 통해 장면 장면을 전환시킨다. 악기도 됐다가 배우가 올라서고 걸터앉는 곳이기도 한 북을 이용한 공간 연출을 두고 연출가 지기학 씨는 "이게 바로 한국적인 연출 방법"이라고 했다."'춘향전'을 10년 넘게 연출해왔어요. 그 사이에 형식이 세 번 넘게 바꿨습니다. 화려한 무대 세트를 활용하다가 해를 더해갈수록 덧마루만 깔아두고 하는 단출한 방식으로 변형됐죠. 우리 춤이나 놀이를 꾸준히 보다 보니, 청송이나 녹죽 등을 들고 나오면서 장면이 바뀌는 형식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그 장면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소품이 모든 걸 대변해주죠. 오히려 이런 방식이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무대를 온전히 지탱하는 것은 무빙 라이트도 화려한 무대 세트도 아닌, 배우들의 몰입 능력. 각기 작창한 무대로 이야기를 확장시켜나간다. 한복은 아니지만, 아주 모던한 분위기의 의상도 무대를 빛나게 한다.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작·편곡을 담당했던 음악감독 김백찬의 중독성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연출가 지기학은 공연장으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을 고집해왔다. 마이크가 아닌 육성으로 관객과 관객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을 돌파해보려는 시도. 과거의 광대가 오늘날의 광대로, 애달픈 사랑이 '도리화가'로 형상화되면서 그리움의 서사를 확장시킨 작품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9.14 23:02

한국 공예의 오늘과 가능성을 보다‡ 도립미술관 서울관서 한국공예문화협 회원전

한국공예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3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전관에서 '2012 한국현대공예아트 페스티벌'이 열렸다. 한국공예문화협회(이사장 이광진 원광대 교수) 주최로 열린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공예의 우수성과 세계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한국공예문화협회는 한국공예문화의 저변확대와 공예인재양성을 위한 '익산 한국공예대전' 공모전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초대전과 기획전을 개최해 한국공예의 우수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그 여세를 몰아 한국공예문화협회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4번째 회원 전시회를 갖고 있다(17일까지). 김두봉·김정희·김종연·유희경·김이재씨 등 39명의 회원이 참여한 전시다. 금속공예 작가 김두봉씨는 현재 '두봉'주얼리 대표와 원광대 미술대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작가는 행복이란 테마와 자연 속에서의 사랑이야기를 주얼리로 표현한다. 도자 작가 강정이씨는 현대도자예술의 순수 조형적 측면에서 원형을 모티브로 삼아 삶의 원형에 대해 새로운 공간과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대한민국 명장인 목칠작가 김종연씨는 규칙적이며 정형화된 산업화 사회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나무와 새들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섬유작가 유경희씨는 빛과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빛과 그림자라는 이중적 의미공간이 아닌 다른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9.14 23:02

소리축제 100배 즐기기 - 마스터 클래스·이색 워크숍·전시 체험…함께하고 빠져드는 재미

다양한 소리 성찬을 준비한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를 100배 즐기기 위해 부대행사에도 눈을 돌려보자. 명인들의 진솔한 삶과 예술의 이야기를 따라 들어가는 '마스터 클래스'와 해외 예술가들의 이색적인 '워크숍',국제한식문화재단이 차리는 전시·체험'소리와 음식에 취하다'까지 탐나지 않는 것이 없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함께한 어린이소리축제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선호도가 특히 높다. 명인의 눈으로 음악세계를 들여다보는 '마스터 클래스'는 판소리·아쟁 명인 김일구와 박칼린 소리축제 집행위원장(14일 오전 11시), 대금 명인 원장현(15일 오전 11시)이 주인공이다. 전주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고택 학인당에서 명인들의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대담과 함께 상급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수업까지 만나볼 수 있다. 박재천의 'Korean Grip Meets the world'에 출연하는 스페인의 플라멩코 댄서 호아킨 루이즈(14일 오후 2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의 워크숍은 육감적인 춤에 대한 열기로도 뜨거울 듯.국제한식문화재단은 전북의 맛과 멋, 여기에 소리가 더해진 상차림을 준비했다. '소리와 음식에 취하다'(1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1층)는 전북을 대표하는 음식·맛집을 소개하는 전시와 '판소리 다섯 바탕'에 등장하는 음식을 재현하고 조리하는 일과 더불어 음식과 관련된 대목까지 배워본다. 어린이소리축제는 가족들을 위한 소리 놀이터. 숨조형연구소가 기획·제작한 '판소리 스토리 박스'는 '심청가'와 '흥보가'를 주제로 연꽃 만들기, 박타기 놀이 등이 어우러지는 오감 만족 체험. 이미 매진 행렬에 오른 극단 '외치는 소리'의 어린이 국악 뮤지컬'공작새의 황금 깃털'외에 극단'우금치'의 가족 마당극'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신화 이야기'(17일 오후 3·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도 기대를 모은다. 대한민국 전통 연희 창작 부문 대상(2008)을 수상한 이 마당극은 삼신할미가 강림도령과 원청강 오늘이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들려주는 방식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9.14 23:02

추천! 이 공연 - "굿거리 장단이 세계적 리듬 못 될 이유 없죠"

천진난만하게 웃는 것 같지만, 이 남자의 미소에 방심하면 안 된다. 타악 연주자 박재천(50)은 남들이 무심결에 넘기는 한국의 독특한 장단도 기어코 'Korean Grip'으로 풀어내고야 마는 연주자다. 오채질, 자진모리, 굿거리, 칠채 등 그의 관심사는 비단 전통 장단에만 머물지 않는다. 재즈나 월드뮤직까지 도저히 전통 장단으로는 결합이 어려울 것 같은 레퍼토리를 'Korean Grip'으로 소화하는 왕성한 식탐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가 창안한 'Korean Grip'이 대체 뭔가. '그립'(Grip)은 타악기 연주에 있어 스틱을 잡는 방식을 뜻한다. 양손이 비대칭 구조로 있는 전통식, 손의 검지가 위로 향하게 하는 프랑스식, 손등이 위로 향하는 독일식 등 세 종류가 있다. 그는 "우리 장단에만 있는 '기덕'과 '드르닥' 등과 같은 특별한 박자를 소화하기 위해 검지가 스틱 위로 향하는 특별한 기법"이라고 했다. 이를 고안하게 된 것은 "2006년 런던 공연을 앞두고 항공사의 실수로 장구·징 등이 도착하지 않는 바람에 드럼만으로 공연을 한 뒤 국악기 없이도 한국 장단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방법이 없는지 찾으면서부터"다. 흥미로웠던 건 다른 연주자들도 우리 장단을 접목시키기 위한 고민을 해봤다고 하는 것이다. 그는 2008년부터 아내와 함께 우리의 리듬과 소재만 갖고 음반을 만들기로 작심했다. 중앙대 작곡과 출신 이들 부부는 '조상이 남긴 꿈'(2008)을 내놓았다. 그는 "작품의 세밀한 구성과 대위법, 형식이나 박자에 대해 곱씹으면서 단순한 '퓨전'이 아닌, 우리의 장단이 재즈와 현대 클래식의 어법과 융합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대중적인 것이 좋다'는 등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무슨 분야든 깊이 파고드는 사람은 소수이게 마련이다. 그런 취향까지 넉넉히 받아줄 수 있어야 한 나라의 문화적 저력이 드러난다"고 했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선보이는 'Korean Grip Meets the world'(1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는 어떤 무대일까. 그는 "지난해 프로젝트가 드럼으로 한국의 장단을 연주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Korean Grip'으로 호주의 유명한 드러머 사이먼 바커, 일본 사쿠아치의 명인 아키카츠 나카무라, 몽골 전통창법인 흐미 싱어이자 마두금 연주자인 신츄 도린얌, 스페인 플라멩코 댄서 호아킨 루이즈 등이 한국의 장단으로 신명나는 소리를 빚어낸다. "저도 이제 쉰이 넘었어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산 같아요. 다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더 높은 산이 보이고, 그 산을 오르려면 또 다시 내려가야 하고. 그런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조바심이 나네요." (웃음)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9.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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