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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주국제춤페스티벌, ‘GAZE: 서로를 바라보다’⋯춤으로 세계와 하나 된다

예술가들의 땀과 열정이 빚어낸 춤으로, 전주가 다시 한번 ‘춤의 도시’로 숨을 고른다. ㈔금파춤보존회는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 유항겸홀에서 ‘2025 전주국제춤페스티벌(JIDF)’을 열고, 춤으로 세계를 잇는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GAZE: 서로를 바라보다’다. 단순히 무대 위에서 시선을 교환하는 행위를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세대가 어우러지는 예술적 선언을 담았다. 이번 페스티벌은 ‘사색무: 인생을 그리다’(28일), ‘풍남춤樂페스티벌–국제안무가전·국제무용대전’(29일), ‘전주국제춤페스티벌’(30일)로 이어진다. 특히 첫날 무대인 ‘사색무(四色舞): 인생을 그리다’는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사색무’는 인생을 다섯 가지 색으로 풀어낸다. △흑(黑)-삶의 시작과 진혼, 인간의 근원 △적(赤)-불꽃처럼 타오르는 생명과 열정 △청(靑)-젊음과 꿈, 이상을 향한 도전 △황(黃)-풍요와 평화, 공동체의 울림 △백(白)-귀소와 회귀, 그리고 희망을 춤으로 표현한다. 무용가와 일반인, 청년, 학생, 어린이 무용수가 한 무대에 올라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의 의미를 더한다. 둘째 날 열리는 ‘풍남춤樂페스티벌–국제안무가전’에서는 해외 안무가들의 창작 작품을 통해 새로운 춤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마지막 날의 국제무용대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대로, 전주가 ‘무용 허브 도시’로 도약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애미킴 ㈔금파춤보존회 이사장은 “춤은 언어 이전의 언어이며, 세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원초적인 예술”이라며 “이번 페스티벌은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바라보고 존중하는 무대가 될 것. 세대를 잇는 교류, 전통과 현대의 융합, 그리고 지역과 세계의 연결이 이번 축제의 핵심이며 지역과 국내 예술계가 세계와 호흡하기 위한 문화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북은 한국전통예술의 본산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과 미학을 품고 있는 땅이다”며 “전통을 기반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미래지향적 축제인 이 무대에서 지역의 ‘문화자부심’, ‘예술의 고향’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을 주최·주관하는 ㈔금파춤보존회는 전북춤의 원류 고(故) 금파 김조균 선생 전북무형문화재 제17호 한량무 및 수백편의 춤유산을 계승하고 재해석하며, 한국 춤의 미래를 개척하는 문화적 전위대로 활약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8 07:16

전주문화재단, '전주예술난장' 거리공연·공공미술 참여자 모집

(재)전주문화재단이 오는 10월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2025 미래문화축제 전주예술난장’에 함께할 거리공연팀과 공공미술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전주예술난장은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된다. 1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팔복예술공장 곳곳이 무대가 돼 다양한 거리공연이 펼쳐지고,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주에술난장은 2023년 ‘도시의 거리와 공간이 곧 무대가 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170여 팀이 공모에 지원하는 등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전주의 대표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공모는 거리공연과 공공미술 프로젝트 두 분야로 진행된다. 거리공연 부문에 선정된 팀은 공연 기회와 함께 중규모 작품 기준 최대 800만 원의 제작 지원비를 받는다. 공공미술 부문에 선정된 창작자에세는 프로젝트 당 최대 500만 원의 제작 지원비가 지원된다.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기회이자, 시민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전주예술난장은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로, 도시의 공간과 일상이 예술로 확장되는 현장을 보여줄 것”이라며 “거리공연과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많은 예술가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3회 전주예술난장은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문화재단 주관하며, 미래문화축제와 연계해 추진된다. 자세한 내용은 전주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7 16:06

순수한 하모니로 전하는 희망과 치유…전북 어린이예술단이 선사하는 감동의 두 무대

도내 어린 연주자들이 선율로 희망을 수놓는다. 전북특별자치도 어린이교향악단과 어린이국악관현악단이 오는 29일과 31일, 각각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무대에 올라 도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감동의 정기연주회를 선보인다. 광복 80주년의 의미와 2036 전주올림픽 유치의 염원을 담은 이번 무대는 어린이들의 맑은 열정과 순수한 하모니로, 음악이 전하는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깊게 울려 퍼뜨릴 예정이다. △제28회 전북특별자치도 어린이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물너울’ 도내 예술적 역량이 있는 꿈나무들의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2000년 3월 창단된 전북특별자치도 어린이교향악단이 오는 29일 오후 7시 30분, 정기연주회 ‘물너울’을 열고 관객을 맞는다. 이날 무대는 도내 어린이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에게도 풍성한 공연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며, 아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많은 위로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무대는 클래식 공연부터 한국 창작곡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번 공연을 여는 첫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피치카토 폴카’로, 밝고 경쾌한 주법을 통해 유머와 생동감을 전하며 관객에게 활기찬 무대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가 어우러져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단조, Op.23 제1악장’을 군간대 음악과 김준 교수와 함께 연주한다. 세 번째 무대는 에드바르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으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위로와 휴식을 누리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우리 전통 아리랑을 환상곡 풍으로 편곡한 최성환 작곡의 ‘아리랑 환상곡’으로,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선율 아리랑을 주제로 서양 음악의 화성과 결합해 아리랑의 정서를 세계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제21회 전북특별자치도 어린이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달 아래 피어난 해’ 도내 전통음악에 재능 있는 어린이 음악교육을 위해 2004년 4월 창단된 전북특별자치도 어린이국악관현악단은 오는 31일 오후 4시 정기연주회 ‘달 아래 피어난 해’를 연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광복 80주년과 2036 전주올림픽 유치 염원을 담아 정성껏 준비한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무대에 오른다. 약 60분 동안 진행될 이날 무대는 광복 80년 2036 전주올림픽을 그리다 – 넌버벌 타악 퍼포먼스 ‘북장대소’로 힘차게 막을 연다. 다음으로는 중학교 3학년 단원들이 중심이 돼 열정과 활력, 그 광대한 에너지가 춤을 추는 실내악 ‘프로티어’로 진취적이고 힘찬 분위기를 자아낼 예정이다. 세 번째 무대에서는 우리 후손에게 남긴 안중근의 피에 맺힌 격동기를 국악관현악 ‘하늘의 뜻’으로 표현하며,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고 세계 만방에 대한민국의 의기를 떨쳤던 안중근 의사의 행적과 사실들을 음악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어 어사가 된 이몽룡과 춘향의 만남을 담은 판소리 협주곡 ‘춘향가 중 어사상봉’으로 도민들의 지친 일상 속 휴식처를 전하고,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에서 잃어가는 따뜻한 소리를 되찾는 국악관현악 ‘소리놀이1+1’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현대사회를 당당하게 살아내는 우리에게 따뜻한 용기를 전한다. 두 공연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티켓 예매는 전북도립국악원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남는 좌석은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5 18:00

8월 끝자락 풍성하고 다채로운 미술전시회로 떠나볼까

눈으로 감상하고, 일상에서 느끼는 미술 전시회가 전북에서 열리고 있다. 단순히 그림 감상을 넘어 작품의 질감과 감각이 살아있는 작품들은 신선한 자극과 흥미를 유발한다. 8월의 끝자락 풍성하고 다채로운 미술 전시회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교동미술관, 일상에 숨겨진 것들 26일부터 교동미술관 본관 1전시실에서 열리는 ‘일상의 숨겨진 것들’은 일상의 틈새에 숨어 있는 기억과 감각, 그리고 사유의 흔적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다. 김미소, 김미영, 데릭 핀, 정은경, 한준 등 다섯 명의 작가가 함께 참여해 익숙한 사물과 풍경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회화, 섬유, 자수 등 여러 매체가 어우러져 반복되는 하루의 풍경 속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짚는다. 전시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엄수현 개인전 ‘HAPPY HAPPY LAND’ 전주문화재단이 마련한 릴레이전시 ‘동문그림가게’두 번째 주인공은 엄수현 작가다. 평소 환경문제를 자신만의 화풍으로 재치 있게 그려 주목을 받아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라져 간 존재와 사라져 갈 존재에 대한 시선을 담아냈다. 작품 속 생명들은 동화처럼 밝게 웃고 있지만, 사실은 멸종 위기에 놓은 동물들이자 잘려나간 나무들이다. 끝없는 파괴 속에서도 치유와 공존의 가능성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9월 4일까지 동문거리 공유화음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북수채화협회 회원전 전북 최대 수채화 잔치인 제21회 전북수채화협회 회원전이 28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자극하는 61명의 수채화 작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종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원초의 색들을 통해 수채화만이 지닌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최인수 전북수채화협회장은 “전북수채화협회 회원들께서 땀 흘려 이룩한 작품들이 한데 모여 있다”며 “수용과 창조라는 수채화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석산우송미술관 기획전 ‘풍경채집’ 연석산우송미술관에서 9월 11일까지 김온·주인영 초대기획전 <풍경채집>을 만날 수 있다. 살아 숨 쉬는 자연과 자기 눈으로 보고 느끼는 자연을 무한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포착해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김온의 ‘마이가든’은 동상골에 살면서 만난 산과 바람, 무지개와 바위 등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들의 생명력을 조명한다. 작가는 자기 주변에서 더불어 사는 것들을 차분하게 채집해 작품화했다. 주인영은 나무와 숲 등 명확한 경계를 허물고 변화하는 과정의 것, 찬란한 순간을 포착했다. 작품 제목 ‘Growing’처럼 항상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이름 없는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을 보여준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8.25 17:58

국립민속국악원, 도법스님과 함께하는 삶의 성찰 8월 '다담' 개최

국립민속국악원이 오는 27일 오후 7시, 남원 예음헌에서 국악콘서트 '다담(茶談)'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차와 음악, 그리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자리로, 8월 이야기 손님으로 도법스님을 초청해 삶과 수행, 공동체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나눈다. 도법스님은 청정불교운동과 귀농학교, 생명평화 탁발순례 등으로 잘 알려진 사상가이자 수행자다. 이번 공연에서 스님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자기 성찰과 명상,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사유를 관객과 공유할 예정이다. ‘우리 음악 즐기기’ 순서에서는 국립민속국악원 국악연주단의 박원배 연주자가 대금 독주곡 '청성곡'을 들려준다. 가곡의 선율을 기악화한 이 곡은 대금 특유의 섬세한 시김새와 긴 호흡으로 고요하고 사색적인 무대를 완성한다. '다담'은 매회 차 한 잔과 함께 인문학적 이야기와 국악 무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 기획공연으로, 깊이 있는 주제와 품격 있는 연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국립민속국악원 관계자는 “도법스님의 진솔한 이야기가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울림과 위로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은 50석 규모로 무료로 진행되며, 예약은 13일 오전 10시부터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 카카오톡 채널 또는 전화(063-620-2329)를 통해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4 16:38

판소리의 진면목, 김봉영 ‘박초월제 수궁가’로 만난다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되살아나는 전통 판소리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는 무대가 전주에서 펼쳐진다. 소리꾼 김봉영이 깊이 있는 판소리의 매력을 선사하는 무대가 오는 24일 오후 3시 전주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유파별 해설이 있는 판소리 다섯바탕’ 시리즈의 네 번째 무대로, 이우성 고수의 장단과 국립남도국악원 박경정 원장의 해설이 더해져 판소리의 예술성과 현대적 가치를 한층 풍성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이번 무대에서 김 소리꾼은 박초월 명창의 가락을 잇는 ‘박초월제 수궁가’를 선보인다. 고전 판소리의 해학과 풍자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단순히 충(忠)의 서사를 넘어, 병든 권력의 상징인 용왕, 충성을 가장한 자라. 그리고 이용당하는 토끼를 통해 인간 사회의 권력구조와 탐욕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특히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을 통해 약자가 희생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던지며, 재치와 기지로 위기를 탈출하는 토끼로 억압받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김 명창은 박초월제 소리 가운데서도 서늘한 풍자와 깊은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박 원장이 곁들이는 해설은 작품의 구조와 인물, 역사적 맥락을 친절하게 풀어내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김 소리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로 활동 중인 실력파 소리꾼이다. 그는 제20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금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다양한 창작 판소리 작품과 복합장르 공연에 참여하며 판소리의 저변을 넓혀왔다. 또한 수원화성문화제, 궁중문화축전 등 다채로운 무대에서 주목받으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젊은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판소리의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으로도 주목된다. 공연은 우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전석은 1만 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와 전화(063-272-7223)를 통해 가능하다. 이번 무대는 판소리 애호가는 물론 판소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1 19:20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예술’⋯제22회 전북민족예술제 개최

사단법인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전북민예총)이 오는 30일과 31일, 양일간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제22회 전북민족예술제’를 개최한다. 올해 예술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예술’을 주제로, 동학농민혁명 131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민주주의의 역사와 예술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지난해 겨울 계엄 정국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2030 여성 세대와 민주 시민의 연대를 기리는 자리로, “예술을 통해 오늘의 위기를 새로운 희망으로 바꾸겠다”는 기획 의도가 담겼다. 첫날인 30일은 기념식을 시작으로, ‘2025, 아름다운 사람’이 무대에 오른다. 녹두꽃 시민합창단과 전주소년소녀합창단이 세대와 세대를 잇는 합창 무대를 선보이고, 국악그룹 센티멘탈로그와 재즈밴드 바람처럼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크로스오버 공연을 펼친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 민중가요의 상징인 고(故) 김민기 1주기를 맞아 추모 무대가 마련돼 의미를 더한다. 둘째 날인 31일에는 기획공연 ‘우리는 빛’이 이어진다. 민요씨스타_즈 춘삼월은 전통 민요를 현대적 리듬으로 재해석해 흥을 돋우고, 민속악단체 율마가 깊이 있는 가락을 전한다. 또한 무용단 퍼포밍 폼은 몸짓으로 민주주의의 정신을 표현하며, 음악제작단체 ‘음악의 틀’이 실험적인 사운드로 무대를 완성한다. 이창선 전북민예총 이사장은 “민족예술제는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니라, 과거의 정신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되살리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예술적 전환의 장”이라며 “예술을 통해 민주주의와 자주성을 지켜온 전북의 역사적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전했다. 전북민예총은 1970~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민족통일운동 과정에서 ‘예술로 사회를 변혁한다’는 정신으로 탄생했다. 현재 문학, 미술, 음악, 연극, 풍물, 영상, 사진, 서예, 문화기획 등 13개 분야 예술인들이 함께 활동하며, 민주주의 확립과 지역 정체성 강화, 청년 예술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1 19:20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리뷰] 보이는 창극, 들리지 않는 마음

2025년 8월 13일,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막을 연 개막작 창극 《심청》은 국립극장과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공동 제작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상임 연출가 요나 김이 극본과 연출을 맡고, 작창은 한승석이 참여했다. (음악감독은 당초 최우정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프로그램북에서는 그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총 157명의 출연진이 무대를 채웠으며, 제작비는 1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역대급 규모의 창극이었다. 이 작품은 전통 판소리 《심청가》를 바탕으로 하되, 효녀 심청이라는 상징을 벗겨내고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시도를 했다. 심청은 더 이상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순종적 인물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의 상징으로 재구성되었다. 무대 디자인과 영상 활용, 의상, 어린이 합창단의 도입 등은 시각적으로 신선했고, ‘보이는 창극’으로서의 완성도는 높았다. 특히 라이브 카메라를 활용해 배우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송출하는 연출은 관객의 몰입을 돕는 인상적인 장치였다. 최근 창극 무대에서 이런 효과는 처음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영상의 역할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고, 특히 심청이 극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장면 영상은 위트가 있어 좋았다. 무대는 시각적으로 풍성했지만, 청각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창극의 모태인 판소리는 본래 눈물 속에 웃음이 있고, 웃음 속엔 풍자가 있으며, 줄거리와 상관없는 소재까지 음악화하여 사실과 상상이 뒤섞인 소리예술로 승화된다. 청중들은 이야기의 비상식이나 사실성 여부를 따지기보다, 소리꾼의 창 너머에 담긴 의미망을 헤아리며 예술미에 감동한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판소리의 본질적 미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배우들의 절창은 기술적으로 훌륭했지만, 그 소리가 청중의 마음까지 와닿지 않았다. 소리의 기승전결과 극적 맥락은 희미했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제창과 반주단의 연주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새롭게 짜 넣은 타악 구성조차 밋밋하여 전체적으로 늘어질 수밖에 없는 공허한 구조만 드러냈다. 음악이 이렇게까지 양보되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것이 연출가의 어떤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면, 그 의도는 청중에게 충분히 전달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서사의 해석 역시 뼈아프게 공감되는 이야기였지만, 그것이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심청을 사회적 약자로 재구성하는 시도는 이미 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1978), 황석영의 장면소설 《심청, 연꽃의 길》(2002), 젊은 소리꾼 권송희의 《인당수》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작품의 서사 변화에 놀라고 찬사를 보내라 한다면, 그 요청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겠다. 이 지점에서 오늘, 우리가 창극을 보는 마음을 헤아려보지 않을 수 없다. 1인창의 ‘소리’만으로 자유롭게 해석해 오던 심청 이야기를, 풍성해진 청각 요소들과 눈으로 보여지는 시각장치를 동반하여 ‘이렇게 봐주세요’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그 ‘친절함’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음악적 감동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그런 변화에도 환호하고 응원해왔다. 문제는 이번 공연이 ‘이렇게 보고 들으셔야 해요’라고 말하면서, 반복되는 서사에 음악이 뒷전으로 밀려난 듯한 인상을 주었다는 점이다. 공연을 보고 난 뒤 뒷맛이 씁쓸했던 청중들이 있다면, 그것은 연출자의 서사 해석 때문이 아니라 음악적으로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전주소리축제 운영위원회와 국립극장이 공동으로 이 작품을 제작한 목적에는 백번 공감한다. 창극의 외연을 넓히고 시대와 호흡하려는 시도는 분명 의미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창극의 정서적 기반과 음악성의 본질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지만, 그 감정은 왜 우리의 가슴까지 와닿지 않았을까요?” 창극 《심청》을 향한 이런 질문에, 음악극으로서 충분한 ‘창극’으로 답해주기를 기대한다 송혜진(음악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 전시·공연
  • 기고
  • 2025.08.18 18:30

‘본향의 메아리'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5일간의 여정 마무리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는 이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로비에서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성과를 발표했다. ‘본향의 메아리’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닷새간 77개 프로그램, 91회 공연으로 꾸며졌다. 집계 결과 8256석 중 6635석이 예매돼 80.4%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전주의 아침 등 6개 프로그램 10회차가 매진됐다. 올해 개막작 판소리 씨어터 ‘심청’은 국립창극단과 공동 제작됐으며, 독일 출신 연출가 요나 김의 새로운 해석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탄생했다. 모악당 1층 좌석 점유율은 98.5%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또 전통음악 유통 플랫폼 ‘소리 넥스트’가 처음 선보여 신인과 전문가 추천팀 12개 팀의 쇼케이스를 통해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했다. 연지홀에서는 ‘판소리 다섯바탕’, ‘청춘예찬 젊은판소리’, ‘산조의 밤’ 등 다양한 전통음악 공연이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야외 공연 ‘소리썸머나잇’과 세계 음악가들의 협업 무대 ‘고잉홈프로젝트’는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고, 폐막 공연 안은미컴퍼니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지역 광복둥이 어머님들의 참여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왕준 조직위원장은“올해 축제는 임기 중 맡은 최고의 작품들을 선보여 많은 자부심을 느꼈다”며“축제를 찾아주신 모든 관객분들에게 감사하고, 내년에도 더 나은 축제, 함께 만드는 축제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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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08.17 18:02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무더위도 춤추게 한 여름밤 ‘소리썸머나이트’

한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누그러진 15일 오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은 해가 지기도 전부터 관객들로 북적였다. 오후 6시 30분 ‘소리썸머나이트’의 막이 오르자 관객들은 부채를 부치고 얼음물 병을 움켜쥔 채 자리를 지켰다. 한낮의 땀방울이 채 마르기도 전에 무대가 시작되자, 웃음과 춤이 어우러진 축제의 밤이 펼쳐졌다. 첫 무대는 강릉 단오제 전승자들이 꾸민 ‘푸너리’였다. 힘찬 북소리와 장단이 어우러진 연희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어 등장한 피리밴드 ‘저클’은 향피리, 저피리, 태평소 등 관악기의 다채로운 음색을 호기롭고 익살스럽게 풀어냈다. 연주 중간마다 해학적인 몸짓과 표정이 더해져 놀이마당은 금세 웃음바다가 됐다. 스페인 포커스 프로그램으로 초청된 ‘비구엘라’는 전통 기타와 노래로 30여 년간 지켜온 스페인 민속음악의 깊이를 전했다. 이국적인 선율이 전주 여름밤 공기를 부드럽게 감싸자 관객들은 눈을 감고 박자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공연의 열기는 공연 관람객으로 가득 찬 놀이마당뿐 아니라 인근 푸드트럭 존까지 번졌다. 한낮의 불볕더위로 한산했던 곳이 공연 시작과 함께 활기를 되찾은 것. 관객들은 허기와 갈증을 달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곳곳에 마련된 테이블과 벤치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놀이마당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범 내려온다’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밴드 ‘이날치’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관객석은 들썩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몸을 흔들었고, 어린아이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두 하나가 돼 춤을 췄다. 공연을 즐기던 김승연(29) 씨는 “날씨가 더워 관람을 망설였는데, 이렇게 재미있고 신나는 공연은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 처음 방문한 소리축제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온 친구들과 무대를 즐기던 대학생 이경인(22) 씨는 “이날치 공연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인데,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에너지가 대단했다. 이렇게 재밌는 공연이 무료라니 놀랍다”고 웃었다. ‘소리썸머나이트’는 오는 17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남은 이틀 동안도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무대가 준비돼 있어 놀이마당의 열기는 한동안 식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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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6 00:42

전통예술, 해외 진출 길을 묻다⋯‘소리 넥스트’ 포럼 개최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신설 프로그램 ‘소리 넥스트’가 15일 마지막 포럼을 열고 한국 전통예술의 해외 진출 모델을 재점검했다. 이날 오전 11시 송천동 ‘평화와 평화’ 산책 종점에서 열린 ‘전통예술 해외진출 모델 전환과 모색’ 포럼에는 김미소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총감독이 사회를 맡았고, 천재현 전통예술 연출가, 계명국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감독, 김형군 더텔테일하트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2000년대 중반 서울아트마켓 출범 이후 본격화된 전통예술 해외 진출의 흐름과 배경이 공유됐다. 김미소 총감독은 “전통예술이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15~20년 전”이라며 “정책 지원과 아티스트들의 열망이 맞물리며 활발한 교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계명국 감독은 “초기에는 해외 아티스트 초청에 집중했지만, 2010년 전후부터는 한국 아티스트를 해외에 소개하는 교류가 활성화됐다”며 “덴마크 ‘워멕스’의 ‘코리안 나이트’가 전환점이었다. 국악에 대한 해외 네트워크의 호응이 큰 동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김형군 대표는 밴드 ‘잠비나이’를 사례로 들며 “비행기표 지원을 받아 쇼케이스에 참여했는데 공연 제안이 이어졌고, 6개월 만에 40회 투어가 성사되기도 했다”며 “처음엔 단순한 욕망에서 출발했지만, 활동이 커지면서 해외 투어가 팀의 중요한 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천재현 연출가는 “시장 확대보다는 예술가들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나갔다”며 “다른 장르 예술가와 협업하며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홍콩 등 해외 교류를 계기로 국제 무대로 나갔고, 단순 공연 초청이 아닌 콜라보를 통한 창작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지원정책의 변화와 한계도 논의됐다. 과거 아티스트 중심이던 지원이 무대기술, 연출, 기획, 홍보 인력까지 확대됐지만, 코로나19 이후 투어 비용 급등과 사업 제약으로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김형군 대표는 “한국의 지원 규모가 세계적으로도 큰 편이지만, 주요 공연 시장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 교통·물류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계명국 감독은 “아시아 투어도 유럽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경우가 있다”며 “지원은 늘었지만 투어 전략의 자유도는 오히려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세 패널은 해외 무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재현 연출가는 “한국이나 대만, 홍콩처럼 인구가 작은 시장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전국 투어나 축제 공연으로 자리를 만들고 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해외 시장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해외는 최종 목적이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명국 감독은 “돈이 되지 않고 팀만 데리고 다니는 투어이지만 해야 할 이유가 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관객이나 시장, ‘파랑새’를 찾아 떠난다는 마음으로 해외 투어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군 대표는 “해외 진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로서 하고 싶은 일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소 총감독은 “소리 넥스트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통예술 유통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네트워크와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포럼을 마무리하며 계명국 감독은 “올해 시작된 마켓이 3년간 이어질 예정”이라며 “잠비나이처럼 꾸준히 활동하는 팀부터 신진 아티스트까지 다양한 해외 진출 경로와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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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08.15 17:24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고전을 해체한 ‘심청’, 실험과 과제 사이

전통 창극 ‘심청전’이 오늘날 무대에서 새롭게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난 13일 열린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심청’은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었다. 이날 초연된 판소리씨어터 ‘심청’은 불편하면서도 색다르고, 익숙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겼다. 여성주의 관점에서의 파격적인 해석과 독일 오페라 무대의 극적 요소가 결합됐지만, 전통 판소리의 깊이 또한 놓치지 않았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바다 한가운데 선 심청을 떠올리게 하는 파도 소리가 관객을 맞았다. 이어 대형 스크린에는 현대인들에게 ‘심청이 누구인지’를 묻는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이 끝나자 객석 뒤편에서 수십 명의 어린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 등장한 심청은 뿔테 안경에 단화, 초록색 후드 집업을 입은 평범한 15세 소녀였다. 그러나 폭력과 핍박은 이 모습이 오래가지 못하게 했다. 원작 속 애틋한 부녀로 그려진 심학규는 어린 딸을 핍박·착취하는 기득권 인물로, 해학을 담당하던 뺑덕은 탐욕과 질투의 화신으로 재해석됐다. 심청을 도운 장승상댁 부인은 냉혹한 권력자로, 세 아들은 심청을 노리개처럼 대하며 괴롭혔다. 심청 역시 순종적인 딸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목을 조르며 분노를 드러내는 당돌한 인물로 그려졌다. 전·후반부 2막 9장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서 심황후는 등장하지 않는다. ‘효’ 대신 ‘희생’이 자리했고, 그 뒤에는 폭력·성폭력·방관이 있었다. 실험적인 무대였던 만큼 평가는 엇갈렸다. 고전을 해체해 연극·무용·영상 장치를 결합한 무대에 대해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과 “창극 본연의 요소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서정민갑 문화평론가는 “‘심청’은 전설이 될 작품이다. 심청가의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심청가를 전복하는 파격적이고 영화 같은 미니멀 미장센에 클래식 어법을 더했다.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무대”라고 평했다. 다수의 심청 창극을 연출한 이왕수 연출가는 “파격적이고 강렬한 연출이 돋보였다. 처음에는 전통 서사와 다른 전개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예술가로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집중하니 몰입할 수 있었다”며 “공연은 맹목적 효도에서 벗어난 현대적 가치관을 반영하며, 여성·남성·부모·자녀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명창과 전문가들이 불편함을 표했지만, 일반 관객들은 오히려 감정이입이 잘 된 모습이었다. 젊은 세대가 심청의 희생을 납득하지 못하는 만큼, 판소리의 현대적 해석과 세대 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명창 출신 전문가들은 “창극에서 소리만 빌려온 무대”라며 혹평했다. 전통 판소리 비중이 줄어든 점, 영상과 의상, 70여 명 아역 출연의 의도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연은 끝났지만 논의는 계속됐다. 누군가는 불편함을, 누군가는 반성을, 또 누군가는 공감을 표했다. ‘심청’은 전통예술의 세계화 과정에서 던져야 할 질문을 무대에 올리며 예술의 순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전통 창극과 현대적 장치가 어떤 접점에서 만나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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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08.14 19:17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기자회견] “올해가 가장 알차고 혁신적인 무대”

“새 조직위의 지난 3년의 성과가 전부 담겨, 가장 알차고 혁신적인 축제가 될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5일간의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로비에서 개막 기자회견을 열고 닷새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왕준 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 올해의 국창으로 판소리 다섯바탕 무대에 오르는 이난초 명창, 신설 프로그램 ‘소리 넥스트’에 참여하는 클라우디아 발라델리 아쉐월드페스타 예술감독 등 축제 관계자와 출연진이 참석해 소감을 밝혔다. 이왕준 위원장은 “새 조직위 출범 3년 차이자, 여름축제로 전환한 지 2년째를 맞아,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며 “어느 해보다 알차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많은 도민과 관객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야외무대는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근사하다”며 “여름밤을 뜨겁게 달굴 최고의 공연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선 집행위원장은 “소리축제는 전통과 예술성, 글로벌 확장성을 함께 추구하며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며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을 양축으로, 지역성과 세계성을 모두 담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난초 명창은 “올해로 세 번째 서게 된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무대에 올해의 국창으로 오르게 돼 영광”이라며 “소리축제 무대는 준비와 실현 모두 쉽지 않지만, 지역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려 규모의 축소 없이 이어진다는 점이 예술인으로서 든든하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소리 넥스트’는 전통음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류의 장이다. 전통음악 유통 거점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캐나다·영국·폴란드·대만 등 세계 각국의 공연기획자와 축제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축제 기간 국내 아티스트 공연을 관람하고, 해외 무대 초청을 논의한다. ‘소리 넥스트’의 해외 게스트로 참석한 클라우디아 발라델리 예술감독은 “소리축제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축제라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또 소리축제가 아시아월드페스트와 협력 중인 축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만큼, 이번 축제의 방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5일간의 여정을 통해 캐나다와 한국 간 예술가 교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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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08.13 17:54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17일까지 닷새간 소리 울림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3일 막을 올렸다. 올해 축제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한옥마을 등 도내 곳곳에서 77개 프로그램, 91회 공연으로 5일간 펼쳐진다. ‘본향의 메아리’를 주제로 한 올해 소리축제는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다채로운 무대를 준비했다. 개막일 오전에는 어린이들의 감각을 깨우는 ‘어린이 소리축제’가 열렸고, 낮 시간에는 전북 출신 명창들이 선보이는 ‘판소리 다섯바탕’과 청년 소리꾼들의 열정을 담은 ‘청춘예찬 젊은판소리’가 관객을 찾았다. 전통음악의 확장과 계승 가능성을 논의하는 소리학술포럼도 함께 진행됐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전통음악 해외 진출 교류 프로그램 ‘소리 넥스트’도 첫날 문을 열었다. 우진문화공간에서는 소리프론티어 선정팀 조선아·공상과, 소리초이스 선정팀 해파리(HAEPAARY)·추대혜차지스가 쇼케이스 무대를 꾸며 전통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 개막공연에 앞서 소리전당 연지홀 지하 1층에서는 축제 개막을 기념하는 ‘개막 리셉션’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축제의 시작을 함께 축하하며 전통음악과 지역 문화의 의미를 되새겼고, 올해 주요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소개하는 간단한 안내도 이어졌다. 현장 분위기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개막공연으로는 세계 초연작 ‘심청’이 오후 7시 30분 모악당에서 관객과 만났다.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원전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공간·캐릭터를 변형해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향토 민요,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 공연, 전통음악 쇼케이스 등 지역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무대가 도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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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08.13 17:54

서신갤러리 초대전, 배병희 '생존신호'

서신갤러리 초대전 배병희 작가의 ‘생존 신호’가 31일까지 서신갤러리 별관에서 진행된다. 배병희 작가는 <빌딩 위 시민들> 연작 이후 ‘무너질 듯 서 있는’ 존재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존재에 대한 탐구를 나무로 표현한다. 작가는 나무 표면 위로 새겨진 체인톱의 비가역적 절단 행위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흔적과 사건의 명백한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시각화했다. 물질이 드러내는 생존 본능이 어떻게 시각적이고 상징적인 신호로 전환되는지를 고찰한 것이다. 실제 그가 만든 작품의 절단면은 나약함의 흔적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해지려는 의지의 표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손의 흔적을 서사적 자산으로 수용했다. 체인톱의 과격한 절단과 공격적인 조각 행위를 통해 현대 도시 문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인간이 겪는 불안정성, 그리고 그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산되는 필사적이면서도 강렬한 생존 신호를 보여준다. 무채색으로 남겨둔 나무의 표면과 달리 옷과 소지품에만 강렬한 원색을 사용한 것도 구조 요청(SOS)과 존재 확인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배 작가는 설명한다. 배 작가는 “빨강, 노랑, 파랑은 현대 도시 환경에서 위험 표시와 신호등, 네온사인 등으로 즉각적인 주의를 요구하는 신호로 기능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살아남았다’라는 생존 신호를 발신한다”라며 “파손과 버팀이 상호 공명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도시의 균열 사이로 각자의 생존 신호를 발견하고 서로의 신호에 응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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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08.12 19:22

'본향의 메아리'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 13일 개막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13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닷새간의 소리 여행에 나선다.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한옥마을 등 도내 곳곳에서 열리는 올해 소리축제는 총 77개 프로그램을 91회 무대로 선보인다. 여름 축제 전환 2년 차를 맞은 소리축제는 낮에는 실내 공연을, 밤에는 야외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해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를 마련했다. 올해 키워드는 ‘본향의 메아리’다. 음악의 디아스포라적 속성을 중심에 두고, 음악의 이주와 정체성, 향수를 담은 장르와 예술가, 현대적 재해석에 주목한다. 뿌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음악의 다양성과 예술적 가치를 전하겠다는 구상이다. 개막공연은 1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다. 소리축제와 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판소리씨어터 ‘심청’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효심을 강조한 기존 해석에서 벗어나, 심청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해석했다. 폐막공연은 17일 오후 9시 30분 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에서 무용가 안은미가 이끄는 안은미컴퍼니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가 장식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둥이’(1945년생)를 포함한 전북지역 어르신들이 전문 무용수와 함께 무대에 올라 공동체적 정신과 삶에 대한 경의를 전한다. 올해는 특히 소리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2025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전통음악 유통 활성화를 위한 뮤직 마켓 ‘소리 넥스트(SORI NEXT)’를 개최한다. 축제 기간 열리는 마켓에서는 기획·공모 쇼케이스, 토크, 팸투어, 네트워킹 등 전문가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통예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유통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전통음악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리캠프’도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흩뿌려진 소리의 기억을 찾아서: 디아스포라적 접근’을 주제로 현장 밀착형 교육을 통해 전문 예술인으로 성장하고 진로를 모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판소리 다섯 바탕’과 ‘청춘예찬 젊은 판소리’, 올해 키워드에 맞춘 ‘디아스포라 포커스’, 한국 전통 성악 장르를 집중 조명한 ‘성악열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관객을 기다린다. 김희선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 “전북특별자치도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리축제는 올해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호흡할 준비를 마쳤다”며 “많은 분들이 현장을 찾아 다양한 공연의 향연을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2 17:21

예술로 기념하는 '광복 80주년'…전북서 다양한 문화행사 열린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도내 곳곳이 역사와 문화의 향연으로 물든다. 전주시립합창단을 비롯해 국립민속국악원, 국립무형유산원, 국립전주박물관, 보훈무용예술협회 전북지회 등에서 공연·체험·경연을 마련해 시민과 관람객에게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예술로 기념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전주시립합창단, 창작 칸타타 ‘백범 김구’ 전주시립합창단이 광복 80주년과 전주하계올림픽 유치흫 기원하며, 창작 칸타타 ‘백범 김구’를 12일 오후 7시 30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임진현 대본, 전경숙 작곡의 이 작품은 김구 서거 70주기였던 2019년 전주시립예술단 위촉으로 초연됐다. 김구 선생이 겪은 고문과 도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민족 사랑이 담겼으며, 초연 당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 다시 무대에 오른다. 총감독·지휘는 김철, 각색·연출은 정경선이 맡았다. 테너 국윤종, 바리톤 박정민·오요환, 안대원, 이승만, 조수빈, 최진학, 메조소프라노 김보혜, 소리꾼 이용선, 해설 홍자연 등이 출연하며, 익산시립합창단과 전주시립교향악단이 협연한다. △국립민속국악원, 특별 음악회 ‘판소리 춘향가 눈대목 오라토리오 시즌Ⅰ 앙코르’ 국립민속국악원은 15일 오전 10시 30분, 남원 춘향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특별음악회 ‘판소리 춘향가 눈대목 오라토리오 시즌Ⅰ 앙코르 – 사랑, 愛, LOVE’를 개최한다. 지난 1월 초연돼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광복절의 역사적 의미를 국악과 서양음악의 융합으로 재해석했다. ‘춘향가’ 주요 대목을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재구성했으며,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기악단·무용단·연희부와 외부 예술인 등 100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 합창은 나주시립합창단이 맡는다. 유수정 예술감독, 송혁규 연출, 이태영 지휘가 참여하고, 작곡은 유민희, 대본·구성은 문숙현이 맡았다. ‘남원경치’, ‘사랑가와 이별가’, ‘기생점고’, ‘십장가’, ‘쑥대머리’, ‘암행어사 출두’ 등 다채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국립무형유산원, 광복의 기억 담은 ‘광복, 빛의 씨앗들’ 국립무형유산원은 15일과 16일 오후 4시 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광복 80주년 특별공연 ‘광복, 빛의 씨앗들’을 연다.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 속에서도 전승된 전통예술을 통해 저항과 연대, 회복의 이야기를 무대에 담는다. ‘시일야방성대곡’ 낭독으로 시작해 유관순 열사와 민중의 외침, 제주 해녀와 여공들의 투쟁을 그린 뒤 서도 민요와 군무로 광복의 희망을 전한다.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 정순임, 서도소리 보유자 김광숙, 동래야류보존회, 제주민요보존회, 전주어린이판소리합창단, 소리꾼 정은혜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무료이며, 예약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보훈무용예술협회 전북지회, 제20회 차세대전국무용경연대회 보훈무용예술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는 15일 오전 9시 30분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제20회 차세대전국무용경연대회를 연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고 무용예술을 통해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차세대 무용 인재 발굴과 육성을 목표로 한다. 한국무용(전통·명작무·창작), 현대무용, 발레, 실용무용, 규정 부문에서 경연이 펼쳐지며, 국회의장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여성가족부장관상 등이 수여된다. △국립전주박물관, ‘독도 스노우볼 만들기’ 체험 행사 국립전주박물관은 15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세 차례 광복 80주년 기념 체험 행사 ‘독도 스노우볼 만들기’를 연다. 참가자들은 독도 모형을 채색하고 태극기를 꽂아 장식한 뒤 글리터를 넣어 스노우볼을 완성한다. 독도의 지리·역사적 중요성을 배우고, 완성품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회차당 20명, 총 60명을 모집하며, 신청은 12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누리집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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