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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 대표 축제도 '부익부 빈익빈'

도내 각 시군 대표 축제간 성적이 서열화되면서 지원금의 부익부 빈익빈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일몰제에 대비해 하위 축제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17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시군 축제 가운데 평가결과 상위 등급은 김제 지평선축제, 남원 춘향제, 무주 반딧불축제, 순창 장류축제다. 지평선축제는 도비 1억2000만 원과 국비 3억 원, 나머지 3개 축제에는 도비 9000만 원과 국비 4200만~1억5000만 원이 지원됐다.반면 하위 3개는 진안 마이문화제, 임실 통합축제, 부안 마실축제다. 이들에는 도비 2000만 원이 지원됐다.이같은 시군 대표 축제의 성적은 최근 3년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상위 4개 축제는 3년 연속 같다. 하위 3개 축제는 지난해의 경우 완주 와일드푸드축제, 진안 마이문화제, 임실 소충사선문화제였고 2010년에도 진안 마이문화제, 완주 대둔산축제, 임실 소충사선문화제였다. 매년 순위에 따라 지원금이 결정되면서 축제간 서열은 고착되고 있다. 도는 지난 2010년 말에 공포한 '전라북도 지역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14개 시군의 대표 축제를 심사해 차등 지원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상위 축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관광축제로 추천하고 있다. 도내 지역 축제의 평가를 수행한 전주대 산학렵력단 최영기 교수는 "문광부에서 축제 평가지원과 관련 3년 이상 같은 등급에 머무르는 축제는 지원을 중단하는 일몰제를 거론한 만큼 각 지역에서도 이를 대비해 순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부 지역축제는 지역민을 위한 축제로 자리잡아 평가 지표에 개의치 않고 변화가 없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전북도 관계자는 "기존 문광부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지역 축제는 등급을 올리고 도내 신규 축제가 문화관광축제로 진입하도록 해당 시군과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면서도 "축제를 육성하겠다는 자치단체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세명
  • 2012.12.18 23:02

전북도, 브랜드 공연 그 길을 묻다 : 서울 벤치마킹 동행취재 - 국내외 관광객 겨냥 콘텐츠 주목

올해 문화계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전라북도 브랜드 공연이었다. 공연 규모·콘셉트·공연장 등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갈팡질팡한 브랜드 공연에 놓고 도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 전북도가 전북 브랜드 공연의 추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벤치마킹한 서울의 상설공연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 정동극장. (재)명동·정동극장의 넌버벌 공연'미소(MISO·美笑) - 춘향연가'를 만났다. 무대는 춘향과 몽룡이 만나는 단옷날로 열려 사랑가를 부르는 결혼 장면으로 닫혔다. 사랑에 빠진 춘향과 몽룡의 춤이 표정을 입고 너울댔다. 그 사랑의 떨림을 국악기들은 부지런히 소리로 옮기고, 월매는 창으로 여울진 춘향의 마음을 전했다. 문짝을 들고 나와 춘향과 몽룡의 첫날밤을 몰래 엿보다 들키는 춤은 압권. 춘향의 그네가 객석으로 날아올 때 객석과 무대는 하나가 됐다. 정동극장의 상설 공연'미소'는 춤과 소리, 기악, 사물놀이가 맛깔난 상차림으로 차려진 무대다. 1997년부터 16년 간 4200회를 기록하며 72만명 관객을 모은 전통예술무대의 업그레이드 버전. 2008년부터 전 세계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사랑'에 초점을 둔 이야기로 대폭 손질해 "한국적 뮤지컬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후 8시 서울 판타스틱 전용관. 외국인 관광객들로 꽉 들어찬 공연장에서는 국악을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판타스틱'이 신나게 울렸다. 하늘의 북을 찢은 가문 귀신이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한 음악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설정으로 신명 나는 국악기와 사물놀이를 아우른 퓨전 국악의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 (주)해라(대표 지승용)는 외국인 유머 코드를 녹여내고 해외 마케팅에 주력해 외국인 눈높이에 맞춘 공연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1년도 안 돼 멀티플렉스 형태의 전용관까지 마련한 (주)해라의 급성장은 주목할 법 하지만, 넓게 퍼진 이야기와 인물을 좁히고 의상 등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이렇듯 전통 국악을 소재로 한 (재)명동·정동극장의 '미소'와 (주)해라의 '판타스틱'은 각각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올리는 상설 공연이다. 공공기관의 안정적 재정을 바탕으로 매년 8억 이상 투입되는 '미소'는 공연의 완성도·만족도 면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 평균 객석 점유율 77%를 기록한다. 반면 호불호가 갈리는 '판타스틱'도 급증하는 동남아 관광객들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쉽고 재밌는 공연을 선보여 평균 객석 점유율을 78%까지 끌어올렸다. 박진완 (재)명동·정동극장 공연기획팀 부장은 "'미소'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여행상품의 트렌드마저 변화시킨 최초의 문화상품"이라면서 "공연 유·무에 따라 여행상품이 고가·저가로 구분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재)명동·정동극장은 '미소'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7월부터 경북 경주에서 '미소 2-신국의 땅, 신라'까지 올리고 있다. 정동극장보다 규모가 세 배나 큰 700석 공연장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올해 10만 명(11월 말 기준) 유치(외국인 관광객 31%·내국인 관광객 65%), 관객 만족도 91%를 기록하며 고품격 문화 브랜드로 경주관광 콘텐츠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총 제작비 37억을 매칭 펀드로 투자하는 경주시의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희 (재)명동·정동극장 전략기획TF팀(경주문화사업부) 부장은 "지자체가 상설 공연을 시작하려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주의를 버려야 하는데, 이것을 설득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면서 "지자체의 지속 가능한 예산 지원을 위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북도가 브랜드 공연을 추진하기에 앞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은 성과주의를 버리고 예산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난타', '점프' 등 넌버벌 퍼포먼스를 내놓은 전문가들은 공연 규모·콘셉트·공연장 등과 관련한 이견 조율도 만만치 않은 과제이겠으나, 1~2년 내에 원하는 만큼의 객석 점유율·관객 만족도 등을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판타스틱'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완성도 높은 공연 외에도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도 브랜드 공연 성패의 중요한 요소. 지승용 '판타스틱' 대표는 "외국인 관람객이 양적으론 확대됐지만 질적인 수익성 면에서는 떨어진다"면서 "마케팅 전략을 짤 때 일정 수준 이상의 티켓 가격이 유지해야 공연의 질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지 관광객을 통해 객석 규모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기보다는 개별 자유 관광객에 대한 홍보에 힘을 기울여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8 23:02

감나무 4

감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검어진다검은 가지에 쌓인 흰 눈의 대비도 고상한 느낌을 갖게 해 준다감나무가 흔하다고 해서 하찮게 보이진 않는다. 마을 근처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귀티가 나고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품격과 격조가 있는 나무가 감나무다. 오래 된 감나무는 오래 된 나무대로, 어린 감나무면 어린나무대로 다 자기의 품위를 갖추고 서 있는 모습이 품격이 느껴진다. 오래된 감나무에 몇 개 달린 붉은 감과 그 감나무에 앉아 있는 까치의 모습은 고졸하다 못해 문기가 넘치는 한국화를 연상케 한다. '근원 수필'을 쓴 김용준 선생의 감나무와 까치에 대한 글은 오래 된 고전이다.감나무 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뭐니 뭐니 해도 감나무가지에 눈이 쌓인 모습일 것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가지가 굵고 검은 감나무는 눈을 많이 받는다. 뭉툭하게 꺾인 마디, 굵고 투박한 검은 가지에 가만가만 내려 소복하게 쌓인 눈은 눈이 부시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다. 감나무 가지에 쌓인 눈이 여기저기서 천천히 허물어져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적막을 깨운 것이 아니라 적막을 삼키는 것처럼 보인다. 감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검어진다. 검은 가지에 쌓인 흰 눈의 대비도 다른 나무에 비해 고상한 느낌을 더 갖게 해 준다.감도 잎도 다 떨어진 겨울이면 서산을 넘어 온 햇살을 받은 감나무가지들을 눈이 부시게 바라보는 것을 나는 좋아 한다. 뭉툭한 감가지에 떨어진 겨울 햇살은 눈부시다. 유리창에 턱을 괴고 내가 제일 많이 바라보는 것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감나무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었다. 모든 나무들이 다 그렇듯이 감나무도 나이가 들고 고목이 되어 이 가자 저 가지가 죽어간다. 뿌리에서 먼 곳으로부터 자기를 버리는 나무들의 자연사는 사람을 닮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머니는 강을 건너지 못하셨다. 강가에 이르러 강 건너 밭을 보다가 강가까지도 못 가신다. 회관에서 노시다가 회관도 못 가신다. 그러다가 집 마당으로 마당에서 마루로 마루에서 방으로 들어오셔서 돌아가셨다. 나무도 그와 같다. 감나무의 꾸밈새 없는 모습은, 오래오래 한 마을에 살면서 품성을 곱게 쓰고 자연으로 살아 온 동네 어른처럼 믿음이 간다. 사람도 저렇게 나이가 들면 자기 생각을 죽이고 버리고 가다듬어 살아 온 세월을 말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런 감나무를 닮은 시를 쓰고 싶다. 빈 나무로 서 있으면 또 그런대로 그 모습과 자태가 품격이 있는 감나무는 그러나 이제 사람들의 뒷전으로 물러났다. 토종감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한 그루 두 그루 사라지고 이제 산이 되어 버린 옛 밭 터 숲속에 몇 그루 초라하게 서 있다가 가을이 되면 붉은 감의 얼굴을 보여주다가 만다.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토종 감들이 눈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꽁꽁 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농부들의 일평생 같아, 꽁꽁 언 감보다도 내 마음은 더 춥다. 자기 나라에서 자라는 과일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내 팽개쳐 놓은 나라가 원망스럽기도 하다.감나무가 있는 가을 풍경은 아름답다. 감을 다 따고 까치 밥 몇 개가 달린 감나무 아래에서 보리를 갈다가 쉴 참이면 우리들은 돌멩이를 던져 감을 따 먹었다. 서리를 맞은 감은 아! 얼마나 달고 맛이 있었던가. 감나무가 있는 풍경 중에서 선운사 감나무도 아름답다. 키가 큰 감나무에 달린 붉은 감들은 우아한 검은 기와지붕과 어울려 그 풍경이 고즈넉하고, 그 감나무 아래 서서 감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모습도 그림이다. 산길을 가다 보면 잡목들이 우거진 까칠한 야산의 초겨울 풍경 중에 붉은 감빛도 우리의 산야를 아름답게 그려준다. 감은 가난한 농촌 사람들에게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큰 소득원이었고, 농촌의 풍경을 끝까지 소박하고도 조촐하게 그려주던 나무였다. 감나무는 순박한 삶을 가꾸어 온 우리네 저 유구한 농부들과 그 운명을 같이 해 온 셈이다. 〈끝〉※ 그동안 제 글을 읽어준 독자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저의 글 연재는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2.12.18 23:02

한식조리학교, 사회적기업과 잇단 업무협약

예비사회적기업 (사)수을(대표 박시도)이 국제한식조리학교(교장 정혜정)와 예비사회적기업 (주)공정여행 '풍덩'(공동 대표 김춘희·박종석)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전통 가양주 문화가 음식문화와 적극적으로 접목되고, 전통주 체험이 문화상품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3일 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 진행된 (사)수을과 국제한식조리학교(정혜정 교장)는 업무 협약식을 통해 학술 교류 및 교육 과정을 포함한 공동 연구 개발, 교수와 학생의 현장실습 및 취업 지원, 산업체 인사의 인적 교류 확대 및 업무 교류, 양 기관의 발전에 필요한 사항 지원 및 상호 협력 가능 분야 발굴 및 협력 사항에 관해 지속적으로 교류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 정혜정 교장은 이날 "지역 내 우리술의 가치를 지켜가는 (사)수을과 함께 세계적인 쉐프를 꿈꾸는 학생들과 우리술 빚기를 배우고자 하는 전통주 교육생들을 음식 문화를 선도할 인재로 육성해나가자"고 제안했다.지난 15일에도 (사)수을은 (주)공정여행 '풍덩'과 함께 업무 협약을 맺고, 체험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참여자 교류, 체험 교육 및 여행에 따른 지원, 상호 협력 가능한 분야를 발굴 및 협력 등을 약속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7 23:02

한국소리전당, 우수 문예회관 문화부 장관상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가 주관하는 '2012 전국 문예회관 운영 우수 사례 발표 대회'에서 광역시·도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 12일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한문연이 주관한 대회에서 문예회관의 모범적인 운영과 지역 특화 예술 프로그램에 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결과물로 지난 10년 간 민간위탁을 해오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문광부 장관을 수상한 셈이다.대회는 A그룹(광역시·도 문예회관), B 그룹(시·구 문예회관) C그룹(군 문예회관)으로 나누어 평가 선발해 서면 심사, 현지 실사와 발표대회 본선을 거쳐 결정됐다. 소리전당은 지역 특성에 맞춘 실버 세대를 위한 예술 체험과 공연장과 주변 공간을 콘텐츠로 활용한 다원 제작 방식에 대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3개 시·군을 아우르며 찾아가는 예술사업을 펼쳐 지역 거점 아트센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민간위탁을 정착시킨 소리전당은 도내 산하 21개 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유일하게 4회 연속 우수 혹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으며, 국내 문예회관 운영 부문 최초 품질경영 ISO9001 인증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문화예술회관 최초 교육기부기관 인증, 웹 접근성 마크 부여 등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도출해낸 바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7 23:02

"백제 도성, 손꼽히는 동아시아 고대 궁성"

익산 왕궁성이 삼국시대와 위진남북조를 통틀어 유일하게 동아시아 전체 도성사 중 몇 안 되는 고대 궁성으로 꼽히며, 특히 왕궁성의 토목기술은 일본에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15일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안승모)가 익산시와 함께 '백제 왕도속의 익산'이란 주제로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 국제학술회의에서 충남대 박순발 고고학과 교수가 이같이 주장했다.박 교수는 부여 사비도성과 익산 왕궁성을 비교하면서 왕궁성은 동아시아 전체 도성사에서도 몇 안 되는 고대 궁성으로, 시기적으로도 앞섰고, 성을 쌓은 토목기술은 일본에 전파돼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번 국제학술회의는 백제시대 왕도였던 익산과 한성웅진성사비성의 도성체계 및 중국 남조도성제, 일본 등원궁경과 비교연구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익산역사유적지구'의 역사문화적 정체성과 그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의 주옌스(朱岩石)박사와 일본 나라문화재연구소의 후카사와(深澤芳樹)부소장을 비롯한 국내외 학자 10여명이 주제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최완규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추진위원장은 백제왕도 익산은 백제 중흥의 소통과 화합 및 동서 화합의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강력한 메시지를 가진 상징적인 땅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신희권 문화재청 청덕궁 관리소장은 익산은 입지적으로 도시발달의 최적지이며, 고고학적 증거로 볼 때 고대수도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어 백제도성의 전모를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다며 고도 익산의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완규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장은 "백제왕도 익산의 도성체계 규명은 익산의 백제문화유산이 지니는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규명함과 동시에 향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함에 있어서 이들 문화유산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향키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이번 회의를 통해 백제 무왕대에 천도한 왕도 익산의 문화적 위상을 정립하고 탁월한 세계유산적 가치를 규명함으로써, 2006년부터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추진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익산은 지난해 공주부여와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우선등재추진대상에 선정된 이후 올해 통합사무국을 설립하고 2015년 등재를 목표로 등재신청서 작성용역이 진행 중에 있다.

  • 문화일반
  • 김진만
  • 2012.12.17 23:02

전북문화계 결산 ③ 국악·양악 - 소리 대중화 '합격점'…소통은 '글쎄'

2012 공연계는 크게 출렁였다. 전라북도 브랜드 공연은 공연 콘셉트규모 등에 이견을 보이면서 갈 길을 잃은 반면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은 통합 마케팅 등과 같은 과제를 남기면서도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22만8000여 명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해낸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 대중화엔 성공했으나 지역 문화계와의 소통에서는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고, 올해 처음 시도된 판소리계 '나가수'인 '광대전'은 오랜 전통이 무색할 만큼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와 대조를 이루며 주객이 전도됐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다양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국악 오케스트라'바람꽃 오케스트라'를 창단했고,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은 대형 오페라'투란도트'를 시도해 문화적 자부심을 한껏 높였다. 올해 공연계를 사자성어로 정리해봤다.△ 용두사미(龍頭蛇尾) : 브랜드 공연 = 전북도가 시도한 브랜드 공연은 시작만 요란했다. 도는 전북발전연구원을 통해 지역 문화계와 브랜드 공연의 콘셉트규모공연장 등을 논의했으나 합일점을 찾지 못하면서 용두사미가 됐다. 물론 도가 완성도를 높인 공연 제작을 통해 전북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내놓겠다는 의도와 지역 문화계와 소통하면서 합일점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논의 과정을 공연의 성패를 판단할 마케팅 전문가 그룹이 아닌 전북발전연구원이 주도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감이 있었다. 대형이 아니라면 굳이 중소형 상설 공연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느냐는 지역 문화계의 회의적인 시선도 계속됐다. 반면 전북도가 시도한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가장 큰 수확인 전주문화재단(이사장 유광찬)의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는 별반 새로울 게 없는 공연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 96%, 유료 관객 62.3%를 기록하며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서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한국예총 익산지회의 창작악극 '백세지사 가람 이병기', 임실필봉문화촌의 '웰컴 투 중벵이골', (사)고창농악보존회 등의 '新 도리화가'는 지역적 소재를 접목시키는 작은 브랜드 공연으로서 연착륙했으나 통합 마케팅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 제시됐다. △ 청출어람(靑出於藍) : 광대전 =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광대들이 너도나도 전주에서 불꽃 튀는 경연을 펼친다면. 관객들이 흥에 겨워 이를 즐기는 '판'이 연출된다면. 이것이 바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자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전주 대사습이나 소리축제는 관객 몰이에 성공해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포석은 깔았으나, 전주 대사습 장원의 수준은 매년 하향 평준화되고 스타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소리축제는 지역 문화계와는 불통해 열린 '판'을 내놓지 못하면서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반면 전주 MBC(대표 전성진)의 판소리계 '나가수'인 '광대전'에선 자존심을 건 광대들이 치열한 경연을 펼쳐 관객들과 신명나는 판을 만들었다. "동생 노릇을 해야 할 광대전이 오히려 형님 노릇을 하는 형국이 됐다"는 일각의 지적은 전주 대사습이나 소리축제가 나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광대전'에서 우승을 한 왕기철 명창은 올해 판소리계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이 됐다. △ 명불허전(名不虛傳) : 투란도트 =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은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국내외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하고 각 단별로 깐깐한 공연 평가를 시도하는 등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특히 도립국악원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공장장 정준용)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본부(본부장 최영철)와 함께 아동복지시설 청소년들로 구성된 국악 오케스트라 '바람꽃 오케스트라'를 전국 최초로 창단한 것은 국악 교육에서도 전북이 앞서가는 곳임을 확인시켜준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여기에 '한국판 엘 시스테마'(빈민층 어린이 무상 음악 교육)인 '꿈의 오케스트라'를 내실 있게 진행해온 익산문화재단(이사장 이한수)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전국 최초로 교류 연주회'The Greatest Harmony'까지 열어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최고의 화제를 낳은 공연은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의 오페라'투란도트'였다. 호남오페라단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성악가와 연출가 초청은 물론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전북음악협회(회장 박영권)전주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강석희)전주시립합창단(상임지취자 김철) 등의 참여까지 유도한 대형 오페라를 통해 예향 전북의 자존심을 굳건히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7 23:02

가볼 만한 송년 음악회 - 한 해 마무리, 멋진 선율과 함께

음악은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또 하나의 멋진 방법이다. 시끌벅적한 망년회보다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 음악회는 어떨까. 전주시립예술단과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 등이 자신 있게 내놓는 송년 무대와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전의 리사이틀과 가수 JK김동욱 콘서트를 소개한다.△ 전주시립예술단 18일 송년 음악회'환희의 송가'= 전주시립예술단은 송년 음악회에 '귀한' 손님을 모셨다. 전주시립교향악단(지휘 강석희)합창단(지휘 김 철)이 조경화 (서울장신대 성악과 교수소프라노) 김선정(메조 소프라노) 강무림(연세대 성악과 교수테너) 이규석(동덕여대 성악과 교수바리톤) 등 올해 무대를 빛냈던 성악가들과 순천시립합창단을 초청해 합동 송년 음악회를 준비한다. 1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베토벤 교향곡 9번 라단조'합창'을 만난다. 오케스트라의 최상석을 차지하던 바이올린 대신에 금관악기를 전면에 내세워 장중한 느낌을 극대화시킨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처음 사람의 목소리를 도입하고 악장의 템포를 변화무쌍하게 바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베토벤 교향곡'합창'이 울려퍼진다. S석 1만원, A석 7000원. 문의 063)281-2748, www.jbticket.com △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전 18일 리사이틀= 매회 다양한 레퍼토리로 미국과 독일영국을 오가며 강렬한 무대를 선물해온 다니엘 전(본명 전강호)가 고향인 전주에서 리사이틀 공연을 갖는다. 앞서 광주와 부산서울에서 순회 공연을 열어온 그는 전주 공연에서 리사이틀 마침표를 찍는다. 1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서곡부터 슈베르트의 환상곡까지 다채로운 곡들을 들려줄 예정. 국내외 콩쿠르에서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를 거쳐 영국 길드홀 음대 대학원의 석사과정과 미국 미시간 주립대 박사과정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미국 주립대 교수를 역임했다. 개방성과 진취성을 무기로 자신의 음악적 반경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는 그를 비롯해 한국예종 출신인 정상급 연주자들이 지난해 결성한 '헤리티지앙상블'이 이번 리사이틀의 주최주관을 맡았다. 전주 공연의 건반은 박진우씨가 맡는다. △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 16일 송년 가족 음악회=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이 송년 가족 음악회'선물'(연출 양진환)을 내놓는다. 1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는 국악관현악단(지휘자 진성수)교향악단(지휘자 유수영)이 다소 서툴어도 그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호흡을 맞추고,비보이'이스트 기네스'와 연희놀음이 흥을 더하며, 미디어아트와 샌드 애니메이션 등 볼거리를 더한 무대로 준비한다. 전석 무료. 문의 1544-7063. www.jbticket.com△ JK 김동욱 with ZEBRA 14일 콘서트= 익산시가 송년 특별 콘서트에 JK 김동욱을 초청했다. 콘트라베이스(유정균)피아노(진한서)트럼펫(배선용)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트리오'ZEBRA'는 JK 김동욱과 감미로운 무대를 선물한다.JK 김동욱의 '미련한 사랑'과 '조율'을 부드러운 중저음 매력으로 만나고 트럼펫 솔로곡'넌버벌'과 피아노 솔로곡'난 행복해', 콘트라베이스 솔로곡'낙엽 톡톡톡'은 촉촉한 감성의 세계로 안내한다. R석(1층) 7000원, S석(2층) 5000원. 문의 063)838-607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4 23:02

비워내고 채워넣고…넘치지 않는 잔잔함

섬유공예가 송수미(47)씨는 의외의 면이 많다. 활달할 것 같으면서 낯을 가리고, 쿨할 것 같으면서 마음이 여린 구석이 있다. 지난 12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송수미 개인전'함께 나눌 수 있는 호흡'을 보노라면 그런 의외성을 정직하게 만나게 된다. 마음 한 켠에 밀쳐둔 우울함이나 슬픔이 그리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뚜벅뚜벅 걸어나올 무렵, 작품들이 하나씩 완성됐다. 그래서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비워내기'와 '채워넣기'의 반복"이라고 말한다. 곁에 있어도 사람이 그리울 때, 작업에 대한 확신이 도무지 들지 않을 때 한지는 그를 다독이고 위로해준 오랜 친구. 1991년 전북미술대전 대상 수상 이후 줄곧 한지로 위로받았다. 재료를 먼저 선택하지 않고, 기법을 먼저 선택하는 작업방식은 여전하다. 매일 내쉬는 숨이 같지 않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진행되듯 매일 봐오던 재봉틀그릇 등 소도구와 평범한 사람들을 다양한 층위로 바라보며 작품에 접목시킨 작품이 대다수. 누구라도 가장 은밀하면서도 정직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빛바랜 흑백사진을 통해 삶의 잔잔한 풍경과 그것이 지닌 역사성의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은 그러나 깊어졌다. "특별한 건 좋지만 넘치는 것은 싫다"는 작가의 고민은 이렇듯 한지 안에서 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오랜 작업으로 굳어진 그만의 스타일은 현란한 변주를 원하는 이들에겐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의 아홉번 째 개인전은 18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이어진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4 23:02

24. 부안 유천리 출토 청자매병 - 천하제일 비색 품은 고려청자

고려청자를 보고 고려의 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그의 시에서 "푸른 자기 술잔을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려왔나 보구려"라고 하였고, 중국 송나라 문신인 서긍(徐兢)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도기의 색이 푸른 것을 고려인들은 비색이라고 하며, 근래에 들어 제작이 공교해지고 광택이 더욱 아름다워졌다."라고 하였으며, 중국 송나라의 태평노인은 "고려의 비색자기는 천하에서 제일"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고려청자의 주요 생산지가 바로 바로 전북이다. 줄포만에 인접한 고창 용계리와 반암리, 부안 진서리와 유천리는 전남 강진만의 용운리, 계율리, 사당리와 함께 양질의 고려청자가 만들어졌던 곳이다. 부안 일대의 청자요지에서는 음각, 양각, 투각, 상감, 철화, 퇴화, 철채 등 다채로운 기법으로, 구름과 학, 파도와 물고기, 국화, 모란, 연화, 넝쿨무늬, 포류수금 등 다양한 무늬를 새긴 청자를 만들었다. 주된 형태는 대접, 발, 접시, 잔과 잔받침, 병, 매병, 의자, 향로, 장구, 주자 등이 있다. 진서리에서는 양질의 청자 외에도 약간 질이 떨어지는 일상 용기들이 주로 생산된 반면,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는 양질의 세련된 청자가 생산되었다. 양질의 유천리 청자는 왕실에도 납품되었는데, 고려 명종(재위 1170~1202)의 지릉에서 출토된 청자와 유천리 청자가 유사한 점이나 유천리 특유의 흑백퇴화문 청자접시가 희종(재위 1204~1211) 석릉에서 출토된 점, 고려 국왕의 행궁으로 추정되는 파주 혜음원(1122년 창건) 유적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특히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는 70~90cm에 달하는 대형의 매병이 출토되기도 하였는데, 국립전주박물관에 전시 중인 매병 두 점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손에 꼽을 수 있는 대형 매병이다. 매병은 아가리가 좁고 짧으며, 어깨는 넓고 밑이 갸름한 형태의 병이다. 표면은 상감기법으로 모란과 용무늬를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고려청자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이 12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만약 거리와 시간의 제약 때문에 서울에 가지 못하는 분이라면, 국립전주박물관을 찾기를 바란다. 국립전주박물관 미술실에는 이 두 점의 매병 이외에도 부안 유천리에서 출토된 고려청자는 물론 고려백자, 고창 용산리의 분청사기 등 전북 지역의 도자문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1000년 전 하늘빛을 조우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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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2.12.14 23:02

갈팡질팡했던 39년 사목생활을 그리며

노벨문학상을 탄 버나드 쇼도 임종 직전 "죽는 것은 쉽지만, 희극은 어렵다"고 말했다. 인생은 희극이고, 객석에선 웃음보가 곧잘 터지지만, 그 무대에 선 배우는 땀을 뻘뻘 흘려야 한다. 그래서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적힌 구절은 '갈팔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다. 이제 거창한 사목은 그만. 전주 금암성당 주임신부를 끝으로 39년의 사목생활을 정리한 서석구 신부가 펴낸 글 모음집'구름 위에 별은 반짝이고'(신아출판사)는 '성령 충만기'라기 보다는 생각도 갈팡질팡, 삶도 우왕좌왕했던 자기 고백서에 가깝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를 읽은 신부는 '그래 나도 한 번 그리 살고 싶다'고 적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에 '사실은 나도 말은 이렇게 해보지만 닥쳐보면 어렵더라'라는 솔직한 고백은 오히려 친근감이 든다. 함께 들어줄 누군가가 대신 팔짱 끼고 지켜보는 구경꾼들은 즐비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한계에 도달해 신을 찾는 이들에게 서 신부는 얼굴이 온통 일그러지더라도 인생의 바벨은 절대 내려놓지 말라고 권고한다. 어찌할 수 없는 한계 앞에서 안간힘을 쓰며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는 나약함을 인정하는 대신 신 앞에 엎드릴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것. 둥지를 떠나는 신부는 "다른 한편 홀가분하다"며 마치 인류평화를 위해 장가를 가는 기분의 얼굴이 됐다. "인류평화를 위해 기꺼이 한 몸 희생해준 금암본당에, 전 인류를 대신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 그는 자신에게 '사랑의 영수증'이나 다름없는 책을 이별 선물로 내놓았다. "영수증 받은 뒤 시간 나면 한 번씩 들러 달라"는 당부도 곁들이면서. 1974년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는 진안·익산·고창 성당 등을 비롯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교포 사목을 두루 거쳤고, 시집 '하루를 살아도','세월이 지나간 자리', 주일 복음 묵상집 '밀알 한 알이 썩지 않으면', 수필집 '삶에는 연습이 없다' 등을 펴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4 23:02

전북의 묵향… 흙의 숨결

전국 최초로 대학에 서예학과가 생긴 곳도, 2년마다 한 번씩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열리는 곳도 전북이다. 곳곳에 명필명가가 숨어 있고, 이름 높은 서예가가 쓴 현판과 비석이 즐비해 글씨의 호사를 경험할 수 있는 전북의 서예는 특출나다. 그러나 누군가는 삼베에, 누군가는 칡을 짓이겨 쓰는 엄혹한 수련이 묵향의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라북도가 기획 테마 책자로 펴낸 '전북의 재발견 - 서예'에서는 전북의 서풍과 서예가, 명필과 그에 얽힌 숨은 이야기가 곡진하게 녹아 있다. 김진돈 전주문화원 사무국장, 남신희 월간 전라도닷컴 , 이상덕 전라일보 편집부국장 등이 발품 팔아 쓴 전북의 심도 깊고 화려한 서맥부터 서예가 디지털과 만나고 디자인과 접목되는 현대적 변용까지 빠짐없이 아우른 결실. 흙을 조물딱 조물딱 빚어내는 토기와 옹기가 전북에서 특별하게 대접받는 이유가 뭘까. 고려청자의 절정기라 할 수 있는 상감청자의 주 생산지가 부안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 또한 몇 안 된다. 이처럼 깊고 넓은 전북의 도예는 토기옹기청자분청사기백자까지 다채롭고, 거실이나 부엌 찬장에서도 전북의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 기획 책자'전북의 재발견 - 흙'에서는 김미영 전북대 연구원, 남인희 월간 전라도닷컴 , 황풍년 월간 전라도닷컴 편집장 등이 흙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의 옹골진 이야기를 엮었다. 부안 이은규김제 안시성진안 이현배임실 이병로전주 방호식 유신아(부부)남원 김종옥 장인이 흙과 불과 가마에서 빚어낸 보물들은 다시 봐도 명불허전. 흙과 물불과 정성으로 빚어낸 전북 도예사의 숨결은 지금도 가슴 벅차게 차분하고 긴 호흡으로 내쉬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4 23:02

아동 청소년 자연과학책 잇따라 출간

자연과 과학 현상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자연의 색이 품은 비밀'(리젬)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서수연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어린이 자연 과학책이다.색을 이용한 생물들의 다양한 생존 전략과 자연의 색이 생기는 이유 등을 풍부한 사진을 곁들여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나뭇가지처럼 변장하는 대벌레, 8초 만에 몸의 색을 바꾸는 공작넙치, 청록색 알을 낳는 알락딱새 등 동식물의 '변신 이야기'가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우리는 어떻게 지구에서 살게 되었을까?'(비룡소)는 우주의 생성과 지구의 탄생, 인류 진화의 비밀을 알려주는 청소년 과학책이다. 인류가 지구에 탄생하기까지 우주와 지구에서 일어난 12가지 우연한 사건을 통해 태초에 우주가 어떻게 생성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설명한다.'원의 비밀을 찾아라'와 '달려라 사각 바퀴야'(작은숲)는 원, 사각형 등 수학 원리를 동화로 풀어낸 수학 동화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남호영 씨가 썼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수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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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2.12.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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