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의 이중성 - 근면은 절대적인 미덕인가?
■ 쟁점 자료 분석하기〈자료 1〉아이히만은 이아고도 맥베스도 아니었고, 또한 리차드 3세처럼 "악인임을 입증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그의 마음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일이었다.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데 각별히 근면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는 어떤 동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상관을 죽여 그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살인을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를 흔히 하는 말로 하면 그는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한 것이다. (......)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철저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였다. (......)이처럼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과 이러한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었다. (......) 아르헨티나와 예루살렘에서 회고록을 쓸 때나 검찰에서 또는 법정에서 말할 때 아이히만의 말은 언제나 동일했고, 똑같은 단어로 표현되었다. 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할 수 없음은 그의 생각할 수 없음, 즉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음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와는 어떤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말과 타자의 현존을 막는, 따라서 현실 자체를 튼튼한 벽으로 에워쌌기때문이다. -아렌트, 〈예수살렘의 아이히만〉 중에서 〈자료 2〉어떤 관료- 김남주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 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쟁점 논제1. 논술 논제〈자료 1〉의 관점에 근거해서 〈자료2〉의 '어떤 관료'가 보인 '근면'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이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시대의 관리'가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해 논술하시오. ※보낼 곳 : nettesvoll@hanmail.net2. 면접 논제공무원이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세 가지 생각해 보고, 그 이유를 말하시오.■ 쟁점 자료 비판적 읽기〈자료 1〉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학살에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만행을 주도한 독일 나치스 장교입니다. 전쟁 후 체포된 그를 재판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철학자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달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내놓습니다. 전대미문의 범죄,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아이히만이 사실은 그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근면, 성실하게 행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아렌트의 보고서는 보통 사람들에게 언뜻 당혹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만약 그에게 명령을 내린 수령이 히틀러가 아닌 도덕적 인격자였다면 아이히만은 훌륭한 장교로 기억될 수 있었겠지요. 그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자료 1〉에 제시되어 있듯이 '철저한 무사유' 때문입니다. 여기서 무사유의 의미는 단순히 생각이 짧다든가 지능이 낮다는 뜻이 아닙니다. 동기나 목적이 없는 삶, 그리고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동이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인 것입니다. 즉, 아이히만은 자신이 받은 명령이 유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없었던 것이지요. 즉 '무사유'는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분업화, 전문화가 급속도로 진행한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성찰할 여유가 없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찰과 방향성 없이 그저 부지런함과 성실함만을 좇는다면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모두가 '예'라고 대답할 때 그 행위가 타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각하고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멋지게 표현한 광고가 있었습니다. 이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게 하는 '사유'는 특별한 개인들만의 권리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가는 개인들 각자의 의무가 돼야합니다.〈자료2〉앞에서 살펴본 〈자료 1〉에 나타난 관점을 근거로 활용하여 '어떤 관료'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자료2〉의 '어떤 관료'가 보여준 근면, 정직, 성실, 공정, 봉사는 '무사유'로 인해 악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지요. 관료란 국가 기관에서 일을 하는 공무원, 특히 정치에 영향력을 가지는 고급 관리를 가리킵니다. 그들이 '사유'하지 않고 전체주의만 표방한다면 시인은 그를 '개'라고 부릅니다. 봉급과 밥을 주는 사람에게만 충성한다면 새로운 주인이 아프리카 식인종이 되더라도 계속 관리 생활을 할 것이라 조롱하지요. 개인의 역할이 세분화된 분업화, 전문화 시대,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 기술의 시대에 잊지 말아야할 관리들의 덕목은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는 여유이며 이는 모든 개개인의 의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쟁점 확대하기[찬성] 1. 부지런함은 값없는 보배다. -강태공2. 전체 속에 구성원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이다. 3. 거지도 부지런하면 더운 밥을 얻어 먹는다. -속담4. 積水成川(적수성천) -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을 이룸과 같이 작은 것을 쌓아 큰 것을 이룩한다. - 명언 5. 큰 재주를 가졌다면 근면은 그 재주를 더 낫게 해줄 것이며, 보통의 능력밖에 없다면 근면은 부족함을 보충해 줄 것이다. - J.레이놀즈 6. 부지런함에도 의와 이의 구분이 있다. 닭이 울 때부터 부지런하기로는 순임금이나 도적이나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 가정집 7. 사람은 부지런하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착한 마음이 일어나는데, 놀면 음탕하고, 음탕하면 착함을 잊으며, 착함을 잊으면 악한 마음이 생긴다. - 소학 [반대] 1. 방향성이 틀어진 부지런함은 악이다.2.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다른 사회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유하는 것이 의무이다. 사유하지 않고 근면하기만 한다면 인간답지 못한 사회가 될 것이다.3. 근면 성실하게 하기 싫은 일을 추진하면 그 일은 바로 노동이 된다.? 노동을 수행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4. 어린 시절부터 하기 싫은 일을 근면 성실함이라는 명목으로 강요받으면서 성인이 된 사람들은 이중 인격자가 된다. 겉으로는 하기 싫은 일을 참으며 근면 성실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의심과 분노로 뒤범벅된 무질서로 가득 차게 된다.5. 근면 하라! 성실히 일 하라!는 말은 결국 초창기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활용하기 위한 속임수로 사용되었다.6. 자신의 적성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근면 성실함속에서 살아가는 착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엄청난 규율 속에서 그저 순종하면서 하기 싫은 일을 받아들인다. ■ 쟁점 기출문제1. 제시문 (나), (다), (라)를 활용하여 (가)의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서술해 보시오. (경기대 2009 모의논술)2. 제시문은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이나 견해, 그리고 이들 견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법감정'과 '법적 안정성'간의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술하시오. (동국대 2010 수시 1차 문항3-문제4)3. 자신의 제시문 (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겠는가? 그 근거를 들어 기술하시오.(1,000자 이내) (서울대 2009 정시)■ 용어 정리△두 가지 종류의 근면근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밖에서 강요된 근면과 스스로 부지런한 근면이다. 옛날 빈곤했던 시절에 논밭이나 작업장에서 오랜 시간, 나쁜 노동 조건 밑에서 기계적으로 일했던 것은 생활의 필요로 강요된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강요된 근면이다. 스스로 우러난 근면은 자기의 발전과 꿈을 이룬다. 한 걸음 한 걸음, 자기를 키우게 한다. 그리하여 시간이 감에 따라서 자기를 확립시키게 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부지런히 목표를 향하여 스스로 행하는 부지런함 역시 습성인 경우가 많다.■ 쟁점 관련 도서1. 강신주,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동녘, 2010년2. 한나 아렌트, 김선욱(옮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2006년■ 쟁점 관련 영화1. 로버트 영 감독, 〈아이히만〉, 헝가리 2007년2.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쉰들러 리스트〉 1993년■ 학생글과 교사 총평논제 : 〈자료 1〉과 〈자료 2, 3〉을 비교 분석하고, 〈자료 2, 3〉의 주장을 바탕으로 하여 종교 간의 갈등을 해소하여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술하시오.(900자 내외) (본보 5월 9일자 5면 제시문에 대한 학생글)1. 학생글지구상에는 수많은 기성 종교와 신흥 종교 및 토속 신앙들이 있다. 이들 종교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사랑과 평화를 중요한 가치로 전면에 크게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구촌의 현실은 종교 간의 갈등과 분쟁으로 인하여 암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자료 1에서 예루살렘은 유대인들의 정치적, 종교적, 정신적 중심지이면서 유대교,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지 예루살렘을 누가 지배하느냐를 두고, 옛날의 십자군 전쟁부터 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까지 갈등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자료 2에서 불교는 크기 없는 하나를 '무'라 하지만, 우리는 보통 '끝'이라고 한다. 또한 생명을 부르는 이름은 '브라만', '알리', '환인' 등 종교마다 다른 말로 불리고 있다. 자료 3에서 베네딕토는 모든 것에는 '가난함 속의 부유함', '순결 속의 사랑', '복종 속의 자유', '주일 속의 평일' 등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하였다. 이를 비교 분석하면, 자료들은 모두 종교 간의 갈등과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자료 1은 성지를 둘러싸고 지속되는 갈등이므로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반면에 자료 2와 3은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을 둘러싼 갈등이므로 해결할 수도 있다.각각의 종교들은 우리를 살리는 목숨을 이어주는 분이 우리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를 두고도 긴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살아 있음과 떼어놓고 생명의 근원을 따짐은 부질없는 일이다.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가치 있고 소중하므로 종교 간의 갈등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 따라서 종교간 화합은 어렵다. 종교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부각되는 부정적인 상황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서로서로 규제하고 의존하며, 서로 반대되는 실재를 하나로 아우르는 방식으로 자신의 깨달음을 다져 나가야 한다. 이렇게 획일성에서 벗어나면 편견과 고정관념이 없어지면서 오해보다는 이해, 불신보다는 인정 등 좋은 세상이 된다. 하지만 자기중심적 이기주의 때문에 먼저 양보하려 들지 않으므로 종교 간의 화합을 이룰 수 없다. 종교 간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자문화중심주의적 사고 하나만 버려도 조금은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인류가 지혜를 모아 종교 간의 갈등을 해결한다면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지구촌이 될 것이다. 서정현(원광고 2학년)2. 교사 총평'자기중심적 이기주의를 버리고 타종교를 이해하고 배려해야'이번 논제는 먼저 세 자료를 비교 분석하여, '〈자료 1〉과 〈자료 2, 3〉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술'하고, 다음으로 '〈자료 2, 3〉의 주장을 바탕으로 하여 종교 간의 갈등을 해소하여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술'해야 한다. 논제의 현안 문제는 '종교 간의 화합은 요원한가?'이다. 이 논제의 쟁점에 따라 '종교 간의 화합이 가능하다'라고 하거나, 아니면 '종교 간의 화합은 불가능하다'라고 논지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제시문에 대한 이해 분석력= 논제와 제시문의 분석은 주장하는 내용의 적절성을 잘 판단하며 해야 한다. 글의 주장을 무조건 긍정하여 믿는다거나, 무조건 부정하여 틀렸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즉, 글의 타당성을 판단하여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학생은 논제와 제시문 자료들을 바탕으로, 종교의 갈등과 분쟁에 대한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 논술의 창의적 사고는 깊이 있는 논의와 다각적인 논의 및 독창적인 논의의 틀 속에서 생긴다. 즉, 논제와 제시문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논지의 내용이 도출되도록 해야 한다. 학생은 '자료들의 비교분석과 종교 간의 화합이 가능한가'라는 논제의 요구에 대해, 제시문 자료들을 많이 인용하여 참신함이 떨어진다.△문제 해결력= 이번 논제의 쟁점은 '종교 간의 화합은 요원한가?'이다. 현재 종교 갈등과 분쟁의 내용을 바탕으로 무엇을 비판하고 무엇을 옹호하면서 어떻게 논지를 전개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이다. 학생은 성지 예루살렘을 둘러 싼 세 종교의 분쟁과 각 종교들의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화합이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를 잘 비판하였다.△문장력 및 표현력= 작성한 글은 스스로 퇴고하고 첨삭하여 좋은 내용과 형식을 갖추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문장은 자연스럽고 매끄러우며 비문이나 오류가 없어야 한다. 또한 논지에 알맞은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여 논술해야 한다. 정용복(원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