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20대 국회 전북 정치 풍향 어떻게 달라졌나
전북지역에서 3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일당독주 시대가 막을 내린 뒤, 전북의 정치 지형은 3당 체제로 변모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전북 정치권의 여야는 경쟁 구도를 구축한 뒤 미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여야 간에 너나 할 것 없이 치열한 예산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고, 중앙 정치권에서도 호남의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전북의 정치 풍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본다.△ 3당 체제 따른 예산확보 경쟁= 30여 년 만에 다당제 시대를 맞은 전북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기존에 견제세력 없이 일당독주체제가 지속됐던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다.특히 여야 3당은 전북을 위한 예산확보를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각 정당의 예산성적표는 차기대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흐름을 결정하는 지표가 될 수 있어서다.일례로 현재 여야 3당의 의원들은 전북 최대 현안사업인 새만금 개발을 위한 예산확보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대다수 의원이 새만금 개발 예산확보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으며, 최근 새만금 남북 2축도로 건설 사업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데 대해서는 각자의 공이라고 내세우는 모습도 보인다.전북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예산확보 경쟁이 한 층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북 같은 경우 새만금 국가별 경협 특구 기반조성사업 등 주요 현안 사업 예산이 부처 단계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국회 예산안 조정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들에 대한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전북의 예산확보와 관련해서, 전북도 및 자치단체들도 정치권의 3당 구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치단체장들이 같은 사업에 대한 예산확보와 현안해결을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탁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여당이 예산을 확보하는 데 용이한 위치기 때문에,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실에 자치단체들이 청탁을 많이 넣는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여야 각 의원은 자신의 체면치레와 지역구 민심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뛸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중앙 정치권, 전북 구애작전 활활= 3당 경쟁체제 후 또 하나 달라진 모습은 여야 중앙정치권이 전북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지난달 32년 만에 국회의원을 배출한 새누리당, 총선에서 전북의 수권정당이 된 국민의당, 총선 패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은 전북을 향한 예산지원을 약속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유세를 32년 만인 지난달 3일 전주에서 개최한 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전북도에서 이정현 당 대표, 주광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호남은 더 이상 새누리당에서 소외세력이 아니며 당내 한 축이라면서 전북의 새만금개발 사업 등 주요 현안 사업에 지원을 약속했다.여당 예산협의회가 전북에서 열린 것은 최초이며, 새누리당 당 대표가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국민의당 지도부는 지난달 10일 전북도에서 첫 번째 지역 현장 비상대책 위원회를 개최한 뒤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 전북 출신 임명, 새만금 사업 지원과 수서발 고속철도(SRT) 전라선 증편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했다.앞서 지난달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은 전북도와 전북더민주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북의 예산을 광주전남 예산과 연동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관심을 요청한 새만금 내부간선도로(남북 2축) 건설, 서부내륙권 관광개발사업, 태권도 명예의 전당(태권전, 명인전) 건립 등 전북 현안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약속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3당 체제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전북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대구 출신 야권대표, 호남 출신 여권대표= 올해 여야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에 상대당의 지역기반 인사가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새누리당 당대표에 전남 곡성 출신의 이정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대구 출신의 추미애 의원이 선출된 것이다.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은 정치 경력에서도 닮은 듯 대칭을 이루는 지점들이 있다.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영남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사(史)에서 첫 호남 출신 대표다. 반대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0여 년 민주당사에서 최초의 대구경북(TK) 출신 당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구도가 당내 지역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더민주는 호남을 텃밭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자신의 출신 기반인 대구경북영남권을 겨냥한 동진정책을, 새누리당은 자신의 텃밭인 대구경북영남권을 기저에 두고 호남을 공략하는 서진정책의 기조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새누리당까지 호남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호남 쟁탈전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당내 경선에서 호남의 며느리, 호남정치 부활 등을 강조했던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텃밭 복원이란 명목 하에 호남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대선 구도를 끌고 가기 위해 서울(약 4만 명)의 2배인 8만 명에 이르는 전북과 광주전남의 선거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지난 6일 교섭단체에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호남과 새누리당이 연대연합 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413 20대 총선 때 20여 년 만에 당선된 정운천 의원을 교두보로 지지세를 확장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