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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생명(5) - 정승현

정승현(장계성당 신부)

지금까지 저는 생명에 대한 제 생각을 독자들과 나누어왔습니다. 이 5월은 어쩌면 국민 모두가 생명을 경축하는 달 같아서, 더욱더 생명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그리고 5?18민주화운동기념일마저도 생명과 관련이 있는 날이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똑같은 제목의 글을 매달 읽느라고 독자들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같은 제목 안에서 우리는 오늘의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에 매우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는 온갖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형제도, 안락사, 낙태, 새만금사업, 생명공학, 환경오염, 북핵 문제 ... . 수많은 이 복잡한 문제들을 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명에 대한 생각이 바로 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일 우리가 이를 경제적인 차원, 인간의 편리라는 차원에서만 판단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더 큰 문제에 부딪치고 말 것입니다. 오히려 인간 생명과 나아가 인간 생명을 지탱해 주는 온갖 생물의 생존 편에 서서 깊이 있게 고민하여야 합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보전하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목소리가, 모든 문제를 경제적 차원에서만 밀고 나가려는 사람들의 주장과 힘에 가려지는 현실을 우리는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목숨을 걸고 생명 존중을 외치는 이들의 안타까운 호소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거기에서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미래의 엄청난 가치들을 살려내기 위해 우리 함께 마음을 합치고 힘을 합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생명을 하늘처럼 존중하는 마음이라면 사형제도가 합법적인 살인임을 즉시 알게 될 것입니다. 안락사는, 구차한 생명 보존은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하다는 어리석은 생각의 소치입니다. 낙태는 자신의 존재가 비롯된 근원을 부정하는 짓입니다. 유괴나 장기 매매, 상해나 살해 역시 사람을 내신 창조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반인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배아복제와 줄기세포로 난치병을 치료하겠다는 사람들은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감히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도 한말씀 드립니다. 당장 지상 낙원을 건설하려는 어리석은 생각에서 수만 년, 수억 년 동안 자연이 이루어놓은 놀라운 생명의 조화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짓은 삼가야 합니다. “하루아침”이라 했는데, 그렇습니다! 그 엄청난 세월에 비교하면 10년, 20년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무수한 세월을 통해 이룩한 생명 보전의 질서를 다 파악하였는가? 그리하여 지금 파괴되는 그 질서에서 예고되는 재앙에 대한 대비책도 완벽하게 세워놓았는가? 우리는 자연 대신 마몬의 우상(마태 6,24)을 깨뜨려야 합니다. 그래야 창조주께 이렇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샘이 정녕 당신께 있고, 우리 앞길은 당신의 빛을 받아 환합니다”(시편 36,9).

 

/정승현(장계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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