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섭(시인. 금산중학교 교감)
듣기 싫은 말이 더러는 약이 되는 때도 있지만 이와는 상이하게 세상을 살면서 우리들은 정말 듣고싶지 않은 뉴스가 더러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8천억 원대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와 현대 자동차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재산 1조원을 우리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보도이다. 누가 돈에다 침을 벴겠는가? 하지만 두 사람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천문학적 숫자의 돈은 기부문화의 가치로 따지면 일천 원도 못되는 미천한 것에 불과하다. 왜냐면 떳떳하지 못한 기업문화를 일군 장본인들이 우리 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자 면죄부(免罪符)를 받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에서 나온 기부행위이기 때문이다. 두 기업이 다같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가의 중대한 기간산업으로 세계에서 각광받는 우수한 그룹이고 국위를 선양한 사실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으며 그 그룹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열심히 땀흘려 노력하는 근로자와 작은 소망으로 아름답게 인생을 가꾸려는 소시민의 가슴을 때리는 슬픔 보도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주변에 조그맣게 벼농사를 짓고 텃밭을 가꾸며 대여섯 명의 자녀를 둔 학부모가 두 분이 있다. 이분들은 50대의 여자 학부형으로 결혼도 하지 않고 본인들이 낳지 않은 자녀를 기르는 모. 부자 가정으로 그 분들의 자녀 사랑이 남다르고 그 정성이 하늘에 닿을 듯하여 필자는 이 분들의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흔히 연말 연시나 혹은 명절 때 양로원이나 불후시설 같은 곳에 돈 몇 푼 헌금하거나 국군 장병 위문 금 조금 내고 봉사했다고 생각하지 않나 뒤돌아 봐야 할 것이다. 봉사활동처럼 아름다운 가치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부와 명예를 얻게되면 배고프고 고생한 시절은 까마득히 잊게 마련이고 속인들은 그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이 현실이 아닌가? 우리 세상의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가 양극화 현상임을 모르는 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참으로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 왜냐면 생활이 곤궁하여 어려움이 있다해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육신의 힘이 있는 한 어둡고 그늘 진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매월 받는 적은 월급에서 월정 액으로 조금씩 떼어서 가정이 빈곤하여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에게 학비를 보내주는 개인 회사의 사원들에게 필자는 학교장 이름으로 감사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 사람들이 말로 나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삶을 사는 이 시대의 “슈바이쳐”라고 생각하며 존경받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부언하고 싶다.
작은 것부터 그리고 내 주위에서부터 찾아보자. 공원이나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도, 이른 아침 학교 정문 앞에서 교통 정리를 하는 것도, 노약자를 보호하는 것도 봉사활동의 일환이다. 그도 저도 형편이 안 맞으면 본인의 처지에 맞는 금액을 자선기관에 월정 액으로 헌금하는 것도 아름다운 봉사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더욱 보기 좋은 것은 우리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으로, 가족단위로 쉬는 날을 택하여 불후 시설을 찾아가 그 분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다. 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응시할 때 중학생이 내신성적으로 가지고 가는 70점의 성적 중 매 학년마다 18시간씩 3년 간 봉사활동을 했을 때 7%의 봉사활동 점수를 만점으로 받게된다. 학생들에게는 봉사라는 말을 가르치며 당락이 결정되는 치열한 경쟁시험에서까지 점수화 하면서 어른들은 과연 몇 점을 받을 수 있나 생각해 보면 나 자신부터 고개가 숙여진다. 왜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제부터라도 내 주위의 어려운 이웃은 없는가 고개를 돌려보자. 그리고 지금 작게라도 시작을 해 보자.
/최상섭(시인. 금산중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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