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큰 축복
11세에 삼수로 겨우 입학한 나는 학교 늦게 들어 간 것이 ‘의미 있는 늦깎이’라 여기면서도 마음의 부담은 어찌 할 수 없었던지 수치스런 감정을 떨치지는 못했다. 하나님은 이런 나의 마음을 아시고 보상해 주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월반 시험이 있었는데, 합격하여 3학년을 넘어 바로 4학년이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1년이 보충된 셈이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에 입대한 1957년 무렵은 전쟁 직후였기 때문에 당국은 남아도는 군인을 소화시키는 것 큰 문제였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에게는 복무기간 1년 반이란 특혜가 베풀어졌다. 특혜시비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조치는 몇 년 만에 곧 취소되었는데 나는 첫해에 이 혜택을 받았다. 만년 일등병으로 있다가 상병으로 진급하자마자 제대했고, 남보다 빠른 시일에 복학할 수 있었다.
성경말씀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는 약속이 있다. 장로 아들로 누구나 다 가는 초등학교에 두 번씩이나 떨어지고, 동생들 같은 어린 아이들과의 공부도 다 하나님의 섭리 때문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신사당에 가서 참관만 하고, 2학년 때부터는 신사참배를 시켰다. 만일 첫해나 둘째 해에 합격했다면 신사에게 절할지도 모르는 신앙적 변절자가 될 뻔한 것이다. 내 약한 의지를 아시는 하나님은 이 길을 피하도록 하셨고 뒤진 학업도 보상하여 주었다. 하나님의 세밀한 계획은 일생을 통해 이러한 방법으로 나를 후대해 주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우연이란 것이 없다는 경험을 너무나 많이 했다. 필연만 있을 뿐이라는 믿음과 함께 나의 앞길을 그분께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였다.
나는 성격이 매우 소심한 편에다 극히 내성적인 성품이어서 말수가 적었고,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사교성은 물론 없었고 여러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사귀는 친구들을 보면 참으로 부러웠다. 나의 장래는 큰 책방에서 책 파는 점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였다. 얼른 책 팔고 구석에 앉아 한없이 책을 보았으면 하는 소원 때문이었다. 지도자가 되는 소질은 도무지 없었고 우울증 걸릴 확률만이 다분히 있었다. 나는 나의 성격을 대단히 미워하게 되었다. 목사는 교회 지도자로 과감함과 넓은 마음, 그리고 통솔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러한 내가 45년간 교회목사로서 큰 살림을 이끌어 왔다는 것은 “힘으로도 아니 되고, 능으로도 아니 되고, 오직 나의 신으로 되느니라.”는 성경 말씀 그대로이다.
그때 소년시절과 지금의 나를 생각하면 두 가지 결론을 말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있는 그대로를 쓰신다는 사실이다. 나는 소심한 반면 조용히 앉아 책을 읽어 실력을 기르고 정성을 다하는 끈질긴 성격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차분히 앉아 지탱하는 지속적 노력이 나의 일을 감당케 하였다.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그것도 하나님 안에 있을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은 성격을 변화시킨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매사에 감사와 긍정적인 삶으로 내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의 쾌활한 인생관으로 바뀐 것인데 참으로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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