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전주지방환경청 화학물질관리과)
굴뚝에서 뿜어내는 회색 연기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성장에 가슴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전북은 국가 정책적으로 개발대상지역에서 소외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몇 십 년이 지나고 세기가 바뀐 지금, 전북은 전체면적의 87%가 녹지면적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게 되었다.
또한 성장위주의 개발로 삭막한 공간이 되어버린 도시지역에서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과거에 후발주자였던 전북은 자연이 그대로 유지된 몇 안 되는 지역으로 지금은 환경친화적인 개발의 선발주자로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주에서도 몇 건의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있었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규모 사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쾌감을 호소하였다. 다행히도 소규모 환경오염사고로 마무리되었지만 이 사건이 70년대 미국의 러브커넬(Love Canal) 사건이나 90년대 우리나라의 낙동강 페놀 사건과 같이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대형 오염사고 발생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자연 경관을 지닌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은 1970년대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으며 이는 1980년 12월에 미연방정부가 특별기금(Super-Fund)법을 제정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의 운하건설사업 중단으로 인해 생긴 러브커넬이라는 웅덩이에 후드케미컬 화학공장은 유독성 화학물질을 매립하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지역주민들은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였고 이 지역은 점점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해갔다. 결국 이 지역은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고 많은 주민들이 건강상 피해를 입은 채 이 지역을 떠나만 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이 발생한 구미지역도 환경재난지역이란 오명을 남겼다.
우리지역도 더 이상은 화학물질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화학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액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화학물질 사용량도 증가하고 그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그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며칠 전 전군산업도로에서 화학물질 운반탱크차량 전복사고 발생으로 화학물질이 누출되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운전자와 이웃의 생명을 위협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는 안일함과 부주의로 인한 끔찍한 화학물질사고가 우리 지역, 우리 가정에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기업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 화학물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공공기관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화학물질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우리들은 내 가정의 안녕을 위해서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를 미래의 거울로 삼아 우리 고장만큼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기석(전주지방환경청 화학물질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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