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마을 문의쇄도 '포화상태' "한자시험 볼때가 제일좋아요"
땡볕이 쨍쨍 내리쬐는 8일 낮 12시.
30여명의 아이들이 낭독하는 ‘공자왈, 맹자왈’이 한여름 속 매미소리처럼 시원하다.
장수군 산서면 동화리 산서면사무소 맞은 편, 경로당과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육영당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1989년 경로당이 최우수시설로 지정되면서 받은 상금 100만원과 장수군의 지원으로 세워진 육영당은 올해로 17년째 산서면 아이들의 한문과 예절 교육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때론 엄한 호랑이선생님처럼, 때론 다정한 부모처럼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권승근 ‘훈장님’(66).
지난 12년간 육영당에서 한문을 가르쳐 온 양석호씨(83)의 뒤를 이어 권씨도 올해로 5년째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에 ‘충효예교실’을 열고 있다.
“요새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문만 알아서는 안됩니다. 컴퓨터도 알아야 하고 게임, TV도 알아야 대화가 됩니다.”
남원여고 국어교사를 마지막으로 2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쳤다는 권씨는 정작 자신의 고향인 장수군에서 아이들을 한번도 가르치지 못해 아쉬웠다고 한다.
육영당 훈장자리 제안을 받았을 때 두말 없이 승낙한 것도 이 아쉬움 때문이었다.
현재 육영당에는 37명의 학동이 한문과 예절을 배우고 있다. 면내에 학원 등 마땅한 교육시설이 없어 방학때 아이들의 유일한 배움터 기능을 하고 있다. 학부모 100여명이 후원회를 세워 아이들의 교재와 간식비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는 것. 인근 오수, 지사 등지에서도 육영당에 다닐 수 없냐는 문의가 많지만 육영당은 현재 포화상태다.
권씨도 시설이 좁아 아이들을 더 받을 수 없어 아쉽다고 한다.
추구와 사자소학을 3년간 배워 기초반 과정을 졸업하면 명심보감반에 들어간다.
올해로 2년째 기초반에 다니는 신광수군(11·초등4)은 “집에 있으면 놀다가 엄마에게 혼나기만 하는데 한자도 배우고 친구도 보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다.
7년간 한문을 배워 이 곳 최고참인 명심보감반 정재석군(15·중등2)도 “명심보감을 안보고도 외울 수 있다”며 “학교에서 한자시험을 볼때가 제일 재미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권씨는 “더운 여름날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공부에 임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스럽고 스스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흐뭇해 했다.
산서면의 여름은 아이들의 한문 향학열로 더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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