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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푸대접받는 전통과 문화유산 - 이병채

이병채(남원문화원장)

우리고장 전북은 전국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오랜 역사와 훌륭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전통과 문화가 살아숨쉬는 지역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이러한 전통과 문화유산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래된 것은 나뿐것이고 새것만이 좋은것이라는 의식이 사회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새것들만을 선호하는 현상은 비단 우리고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아니 우리민족의 습관과 사고때문으로 길거리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유독 신형외제자동차부터 대형매장에서 유통되는 고급 신제품이 고가일수록 더 잘팔린다는 것이다. 새것도 내일이면 헌 것이 되기 마련이다. 하루만 가치있는 새것에 욕심내기보다 훨씬 많이 남아있는 옛것들을 아끼는 것이 더 바림직하게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할 때 마시고 죽은 독약의 이름은 헴록(hemlock)이다. 미나리과의 일종인 이 식물은 우리의 전통 사약과는 달리 마시고 서서히 죽는다는 특징이 있으며, 호흡기를 치명적으로 압박하기 때문에 말을 하면 할수록 더 빨리 죽게되는 특이한 속성을 지녔다. 평생 지식을 통하여 인간의 가치를 알리던 소크라테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방법으로 이 독약이 선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죽일때까지도 지식과 언어를 금지시킨 ‘지적사형’의 독한 본보기인 셈이다.

 

헴록은 소크라테스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소크라테스를 죽인 상징적 기호가 된셈이다. 헴록이 유죄인가 아니면 그것을 사용한 사람들이 유죄인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문화현상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정치나 경제보다도 오히려 문화의 ‘총체적위기’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늘 하는 말이지만 사람들이 책을 안읽는다거나 말초적 대중문화에만 편중되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갈수록 소비재의 일부로 몰락한다거나 자본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책방들이 비명을 지르고 순수예술의 공연장은 예외없이 텅비어있다. 거의 모든 세미나장은 동원된 관객 이외에는 정작 관심을 갖고 모여든 관객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본이나 제도, 시스템, 매니지먼트에 의하여 관리되는 일부의 귀족적 문하형식이외에는 거의 모든 문화가 스잔한 사막에 버려진 것들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현상들은 국민의식과 습관뿐만이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각종사업에서도 문제가 있다. 6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는 것은 좋았다. 그러나 요즘 각급기관단체들의 청사신축 및 뉴델정책에 의한 각종 국책사업들로 하여금 보존에 대한 문제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것들은 요즘 신세대들에게까지 모든 것들을 새것으로 바꾸려는 사고를 갖게 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자체마다 지역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경쟁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각종 축제 또한 우리의 전통과 미풍약속마저 점점 멀리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가 엉망이고 경제가 불황이라도 그것은 일정한 싸이클을 전제로 한 시대의 현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는 몸살을 앓게 되면 그것이 스쳐간 상처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미묘한 생명체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사람이나 한세대가 아닌 우리 전체의 영원한 상처라는데 심각성이 제기 되고 있으므로 이제라도 우리 조상 대대로 이어온 전통과 문화유산은 작은문화체험활동을 통해서 더 큰 문화를 만들고 가꾸는데 새로운 국민적 관심과 당국의 특별한 대책마련을 기대해본다.

 

/이병채(남원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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