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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회고록 읽어보았으면 - 정기동

정기동(군산대 명예교수)

고려 조선조는 물론 멀리 삼국시대에도 사관(史官)이란 벼슬아치가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왕의 언행과 정사 그리고 백관들의 잘 잘못을 직필로써 후세의 거울로 삼게 하려는데 있다. 사관의 기록에 대하여는 시비를 할 수 없고 왕도 그를 수정 또는 폐기할 수 없음으로 그들의 기록행위는 일종의 면책특권이었으며 그 신분도 보장되었다.

 

이렇게 거의 2000년전 까마득한 몽매시대에도 그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진력하였건만 오늘의 문명시대에 역사적 사료가 폐기되었다면 진정한 문명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국가기록원에 의하면 해방 이후 국사에 대한 기록이 지극히 허술하다고 한다. 미군정시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승만 때도 중대사에 대한 기록이 허술하며 12·12군인반란, 5·16광주학살기록은 통째로 없단다. 전두환 전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은 퇴임 때 트럭 몇 대 분량의 기록을 사저로 가져갔다고 하며 김영삼도 상당 분량의 기록을 태워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비문명시대에 불향한 통치자들은 자기의 행적을 바르게 쓰자니 그의 범죄행위가 드러날까 두려웠고 거짓으로 쓰자니 국민의 눈총이 무서웠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 작고한 최규하씨는 크게 죄진 일이 없고 학식도 풍부하며 성격도 꼼꼼한 편이어서 성실한 기록이 있을 것 같아 좋은 회고로이 유고로 나오기를 바란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유고(有故)였기에 회고록을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할지 모르나 이 분들도 평소에 착실히 기록을 남겨 두었더라면 유고로 훌륭한 회고록이 나왔을 것이다. 그들은 한국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통령직을 30년이상 지냈으니 그 시대의정직한 자료가 더욱 필요하다. 미국의 많은 대통령과 세계의 지도자들이 회고록을 남겨 후세에게 좋은 자료로 삼게한 것은 본받을 만한 일이다.

 

전직 대통령 중 아직 진실한 회고록이 한권도 없다는 것은 지극히 아쉬운 일이며 있는 자료조차 없애버린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논어에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면 그것이 즉 아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잘한 것은 잘했다 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면 그것이 즉 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는 헌정질서 파괴범으로 죄가 많은 자들이기에 진솔한 회고록을 남겨 속죄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국민들에게 그나마 용서를 비는 그 조그마한 일일 것이다.

 

전직 국가원수가 회고록을 낸 일도 있지만 내용이 미흡하다고 한다. 윤보선, 장면 등이 회고록을 남겼지만 대부분 자기 해명 위주란다.

 

그리고 요직에 있던 사람들도 자기의 행적과 국가사료를 위하여 나름대로 좋은 회고록을 많이 남기도록 해야 한다. 일반인들도 자기 생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하여 일기를 쓰거늘 하물며 나름대로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야 후진과 국민을 위하여 당연 좋은 회고록을 남겨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이 나라도 기록문화가 정착되어 뜻있는 사람들이 후세를 위하여 가지 가지의 문집(회고록, 자서전, 비망록, 고백, 기타 등)을 남기는 풍토가 이룩되어야 할 것이다.

 

/정기동(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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