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환경보전협회 전북지회 사무국장)
구랍 27일 전해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2교대근무 극적 타결’소식이 지난 3일 노조원들의 찬반투표 결과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반전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렇지만 노사관계는 더 꼬여가고 정상화를 위한 협상은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 생산량 배가에 맞춰 납품을 위해 많게는 수십억원씩의 설비투자와 10∼30명의 인력을 증원하여 부품을 미리 만들어 쌓아 놓은 30여 협력업체는 경영난을 겪고 있고 채용통지만을 학수고대 해온 700여명 취업 대기자들과 그 가족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또한 자식같은 젊은이들을 찾아 냉대를 무릅쓰고 간절하게 호소했던 지역의 많은 원로인사들, 도지사 등 도민대표단의 방문 설득, 추위를 참아가며 정상화 기원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수많는 도민들의 충정 등등. 한겨울 천막을 치고 정상화를 촉구하던 현대차지키기도민운동본부 회원들과 찬반투표 당일 출근하던 노조원들에게 장미꽃을 건네며 정상화를 호소하던 도민들의 정성 등 눈물겹기까지 했던 온갖 노력들을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솔직히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게 된 것은 울산공장 본부노조의 입장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니 정말 답답한 일이다. 울산과 전주간 노조내부의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전주공장의 문제에 울산본조가 관여 하는 것은 분명히 외부개입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사태가 보도된 것처럼 성과급 문제가 원인이라면 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성과급은 노사가 약속한대로 성과를 올린 만큼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따르는 것이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장기간 파행은 생산차질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대외 신인도 하락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앞서 지적한 협력업체와 취업대기자 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대기업 하나를 더 유치하는것 이상의 금쪽같은 많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했던 도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혹시 공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타 지역이나 외국으로 이전하게 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떨쳐버릴 수 없다. 또한 기업유치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지자체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등 지역경제 전반을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지금 세계의 자동차 산업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GM이 2008년까지 북미공장 12곳을 폐쇄하고 순차적으로 3만5000명을 감원한다거나, 폭스바겐사가 2009년까지 2만명을 감원하고 근로시간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동결했다.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푸조시트로앵 등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일부 공장폐쇄와 대규모 해고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 연속 임금을 동결해 오다가 올해에는 단돈 1000엔 만을 인상키로 노사가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치열한 구조조정과 경쟁 속에서도 많은 주문량을 확보하고 이를 맞추기 위해 고용인력을 증원하고 생산시간을 늘리겠다면 오히려 그 구성원들이 발벗고 나서서 회사측 방침에 따라 줘야 하지 않을까.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는 어느 젊은 구직자의 고백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은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수 많은 구직자는 물론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에서 박봉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임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하루속히 우선 2교대 근무에 참여하고, 요구사항은 정상가동을 해가며 노사가 함께 대화로 풀어 나가기를 도민들은 간곡히 바라고 있다.
/윤태섭(환경보전협회 전북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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