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시인)
정담로 벗님들께!
오후 두세 시에도 산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축복이야!
나지막한 미덕을 간직한 중인(中仁)리 길처럼, 우리 여생도 중용으로 완만한 오름이기를, 나태한 영혼의 내리막길이 아니기를.
연분암(염불암) 머릿결 하얀 보살님이 주시는 감국(甘菊) 청향처럼, 우리 여생 가벼운 배낭일지라도 맑은 보시행 오름이기를, 욕망의 골짜기길이 아니기를.
점심때 국수 한 그릇에 승소(僧笑)하는 마음으로 네 계절을 웃었던 날들처럼, 소나기 청춘도, 낙엽 시심도, 겨울 눈보랏길을 오르며 다시 동심으로 돌아갔듯이, 우리 여생 그렇게 어린노년으로 오름이기를, 잉걸불 꺼지는 소멸이 아니기를.
매봉에서 품었던 호시(虎視), 잔디밭에서 잠시 쉬며 생수로 다시 기운을 되찾아 도란도란 우행(牛行)하던 하산길에서도, 내려가도 결국은 산사에 오르는 정담로, 그 숨겨놓은 샘물처럼 용솟음하는 투명한 즐거움이기를.
마침내 그 길에서도 “저승길도 이만만 했으면 함께 걷기에 참 좋겠어!” 대각견성했던 벗이여! 벗님이여!
마음 내려놓을수록 끝내는 다시 올라가는 또 다른 인생길이기를.
/이동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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