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도교육청 장학관)
공교육이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하여 노골적인 불신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학력신장을 위한 노력이 사교육에 비해서 뒤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생활지도도 뒤져 있다고 한탄을 한다.
문득 어린시절 산골 중학교의 풍경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선생님만을 믿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과 조금이라도 잘 가르쳐서 도시의 좋은 학교를 보내고자 열과 성의를 다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 때의 선생님은 엄한 아버지보다 더한 존재였다. 공부를 못한다고, 더러는 태도가 바르지 못하다고 우리는 무던히도 맞았다. 그러나 선생님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에 그 매는 보약보다 더 효험이 있었고, 돌이켜 볼 때면 언제나 가슴이 뭉클하다. 물론 나는 체벌 옹호주의자는 아니며 학생들에 대한 비인격적인 체벌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요즈음 학교에서는 늦은 밤 학원수업으로 고단한 몸을 이기지 못하여 수업시간에 엎드려 단잠을 청하는 학생들이 많으며, 이를 엄히 야단치는 교사에게 학생이나 학부모가 거칠게 항의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차분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학교의 교육과정을 지켜보고 결과를 기다리라고 하기에는 이 땅의 교육 수요자들은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듯싶다. 이미 사교육에 비해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저하된 것이 사실이라면, 공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이러한 현실 앞에서 과연 학력신장이나 인성교육의 측면에서 긴장된 교사의 모습을 견지하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인성교육과 학력신장은 어쩌면 한꺼번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즐거운 학교생활과 이를 통한 올바른 인성교육이 성공적인 학력 신장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적인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학습이란 성실한 학교생활의 결과이며 그것은 올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성교육과 학력 신장은 잡을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라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한 마리의 토끼이기도 하다.
지금도 지속적인 인성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학력신장으로 이어진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데 이는 나름대로 많은 체험과 고민 끝에 얻은 생활지도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 진학부장을 맡으면서도 모든 문제를 학생과 동료 교사가 마음을 열어, 같이 고민하고 같이 선택한 프로그램을 운영 실천함으로써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학력 신장만을 위한 오늘날 우리 교육이 바람직한 인간형성을 위한 인성교육을 외면하고 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러나 학력 신장은 인성교육의 토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생활지도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지도 프로그램을 세워 진실되게 추진해 나갈 때 교사와 학생의 인간적인 공감대가 구축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성실한 학교생활을 위한 심리적으로 안정된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당연한 결과가 바로 성공적인 학력신장일 것이다.
즐거운 학교, 신뢰와 사랑이 넘치는 사제 관계, 자발적인 학습의욕으로 충만한 교실, 그것이 아마 우리 모두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교수 학습의 전문가이다. 어느 학교나 어떤 학생이든 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인성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모든 것의 초석이 된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재삼 강조하고 싶다.
/이재경(도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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