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휘상(시인)
서녘 산위에 엎질러진 노을이 곱습니다.
어머니! 하늘나라도 지금 붉은 꽃들이 지천으로 만발한 꽃달인가요. 어머니가 가시던 사월, 자운영꽃 금수로 흐드러진 들판을 가로질러 꽃집 한 채 요령 흔들며 떠날 때 눈이 붓게 울던 개구리는 이제 몇 안남았습니다만 성두리의 봄은 복숭아꽃 살구꽃이 예처럼 아늑한 풍경입니다.
어머니의 인생 역정은 말 그대로 신산의 길이었습니다. 젊어서 아버지를 여의고 남기고 간 여섯 자식들을 기르고 가르쳐서 이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낸 그 부덕은 지금도 고장에 귀감으로 남아 칭송이 자자합니다.
그의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한다는 뜻에서 생전의 비를 세워드리고자 했을 때 어머니는 겸손하게도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그러나 주민의 동천, 군민의 향천, 향교에선 통문을 내리고 군의 유지들이 비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군수가 그 장으로 앞장섰습니다. 나라의 제일시인 미당(서정주)이 비문을 선뜻 지어주었고 한국 서예계 최고봉인 일중(김충현)이 글씨를 써서 당대의 명비를 세우던 날 어머니의 만족한 웃음 지금도 기억에 선합니다.
어머니, 지금은 편한 세상 살으시지요, 사월이 오고 고향에 갈 때마다 동구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는 비를 바라보며 생전의 모습에 젖곤 합니다.
/유휘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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