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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무자격 교장 공모제가 혁신인가 - 오태근

오태근(전주 한들초등학교장)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야단들이다. 연간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교육비가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사교육 기관으로 빠져 나가는 학생들을 잡아 두기 위해서 학교로 하여금 방과후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에서 확대 실시하겠다는 교장 공모제는 과연 공교육을 어디로 몰고 가는 처사인지 묻고 싶다.

 

자격증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증서’로서 생명과 건강을 취급하는 의 ·약사가 그렇고, 법을 집행하는 판 ·검사와 변호사가 그렇고, 국민의 교양과 정신을 육성하는 교사가 대표적인 예다. 말하자면 이러한 일들은 국가에서 소정의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는 특수한 업무인 것이다.

 

교육은 제2세 국민의 정신을 담당하는 일로서 그 일을 담당하는 교사는 지적, 정서적, 신체적 제반 조건이 갖추어진 사람에게 특별한 교육(사범교육)을 실시하고 난 연후에 최종적으로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교사를 지도 ·감독하는 교육행정가에게는 학생 지도와 학교 경영의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실시하려고 하는 교장 공모제의 내용은 무엇인가. 교육 경력 15년이면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다는 논리는 교사-교감-교장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국가가 정한 원칙(법)을 스스로 어기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국가가 발행한 자격증을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모순된 논리로서 국민의 정부 시절에 ‘젊은 피를 수혈하여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시장 경제 논리를 적용하여 정년을 단축함으로써 교육을 뒤흔들어 놓은 혼란에 버금가는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각 분야에 걸쳐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교육 분야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변화해야 할 것과 변화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가정에서 존경과 사랑이라는 기본 윤리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또 사회에서 신의와 협동이라는 미덕이 퇴색하고, 국가가 자유와 평등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다면 어떻게 될까.

 

차제에 교육부는 교장 공모제와 같은 땜질식의 제도 도입을 통하여 교육을 혁신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정한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선진국 수준의 교육 재정의 확보를 통한 학교 교육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과 교원의 안정적인 근무 여건과 교원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승진 체계를 마련하기 바란다.

 

교육주간을 맞으면서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직시(直視)하고, 그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올곧은 성장과 충실한 발전을 위한 환경으로서의 교사, 정보화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 방법을 실천하는 교사, 변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땀을 흘리는 교사, 교원들이 마음 놓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우리 교육이 혁신(革新)되고 우리 아이들이 세계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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