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애(시인)
세상은 온통 봄이 웃는 소리에 소란스럽습니다.
산자락과 벌판 가득 생기를 불러오고 길목마다 개나리 진달래도 피었습니다.
그 길 저만치서 젊은 날의 당신이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환영이 보입니다.
우리가 청춘이었을 땐 요즘아이들처럼 활기차고 당차지를 못했지요. 갈림길에 다다라서도 늘 주춤거리기만 하면서 잡을 듯 잡힐 듯 서로를 멀리 두고 비껴가기만 했지요.
인생길이 외길이 아니라는 걸 왜 몰랐을까요.
엉뚱한 갈림길에서 갈라져 서로 다른 길로 멀어진 뒤에야 한토막 아름다운 추억으로 문득 깨달아지는 소중한 인연.
나의 봄이 진즉 흘러가 버린 뒤에야 당신이 혹시 나의 그리운 사람이었지 않나 떠올리며, 새삼스레 무안해집니다.
눈매 곱던 열여덟의 봄이 이따금 마른 이마를 스쳐 지나갑니다.
나는 단지 일상의 스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여인네. 다만 아직도 봄이 오면 잃어버린 나의 봄날을 떠올리며 당신을 잠깐 그리워해 봅니다.
돋보기 안경 너머 사라져가고 있는 뒷모습이 호젓합니다.
/이현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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