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태(국립임실호국원장)
올해로 벌써 52회째 현충일을 맞았다. 잘 아시는 것처럼 현충일은 6.25 전쟁으로 우리조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을 때 조국을 구하고 산화하신 수많은 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전 국민 추모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나라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하며 우리들이 나라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깨닫는 그런 소중한 하루가 되어야할 것이다.
이번 현충일 추념행사는 국립임실호국원에서 전라북도 주관으로 개최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행사를 계기로 호국원에 잠들어 계시는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참전유공자 등의 명예선양은 물론 유족 및 도민들의 긍지함양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우리고장에 위치한 임실호국원이 나라사랑의 산 교육장으로 자리매김 될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현충일 추념행사에는 도지사를 비롯한 도교육감 등 도 단위 기관 ?단체장, 보훈가족, 도민, 학생 등 약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개최되었으며 참배객 등 총 2만 여명이 이곳을 찾아 호국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경건한 하루를 보냈다. 제언을 하자면 전 국민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현충일 추념행사를 현충일의 경건함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규모 추모음악제등의 다변화된 행사를 마련함으로써 실질적이 국민통합의 계기로 삼았으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본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매년 5월의 마지막 월요일 이면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펼쳐지는 현충일 의식은 지금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국격(國格)을 새삼 일깨워준다.
그날에는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3부요인과 상?하원 의원, 참전군인, 및 재향군인 단체회원과 시민들이 국립묘지 노천극장에서 장엄한 현충일 행사를 치른다. 행사에 앞서 대통령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전야제 공연으로 벌이는 추모음악제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귀빈들이 참석한다. 국가 지도자들의 이러한 몸가짐은 모든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보훈부는 140년 전부터 전쟁실종자의 유해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더라도 ,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 가족의 품에 돌려보낸 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립묘지에 안장시킴으로써 국가의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과 이를 신뢰하는 감동적인 보훈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는 미국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된 그런 애국심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 보훈정신의 요체는 잊혀진 이름을 국가가 찾아주고 불러주는 것이다. 비록 육신은 먼지로 날리고 재로 뿌려져 버렸지만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호국영령들의 명예를 선양함과 동시에 그 공적을 나라사랑 정신의 귀감으로 삼아 영구히 잊지 않도록 하는데 있는 것이다. 6월은 우리가 살면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공훈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그런 소중한 한달이 되어야 한다. 우리 호국원이 국가보훈처로 이관된 원년인 올해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된 현충일 행사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엄마 아빠와 손을 잡고 고사리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할아버지의 묘소를 찾는 아이들의 모습과,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바치고 현충탑 앞에서 묵념을 올리는 어린새싹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저 어린이들의 밝은 얼굴처럼 환해지리라 생각했다.
/조춘태(국립임실호국원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