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너 나 함께 오래 견디면서 내속 네속털어놓고살자

송재옥(시인)

이런 저런 인연을 맺고 또 떠나보내기도 하면서 막상 나에게 가장 그리운 사람을 가려보라고 하면 딱 부러지게 누구라고 지목하기가 어렵다. 내 삶이 누구를 유별나게 사모했거나 절친했거나 수원을 지었거나 크게 싸움 같은 것도 해본 적이 별로 없으니 사람들이 그저 좋게 이야기하지만 돌려놓고는 싱겁기 그지없고 맹탕 같다고 수군거릴것이다. 그래도 어느 때는 뚝심으로 어정거리기도 했던 게 생각하면 우습다.

 

남들이 어려운 세상 용케 잘 헤쳐 왔노라 자랑하지만 나는 그저 세월에 떠밀려 부대끼며 간신이 뒷줄에 서서 겨우 낙오하지 않고 이 지점까지 도달한것이 자랑이랄까 행운이랄까. 돌이켜 보면 일제 때부터 철이 좀 일찍 들어서 그 때의 학정을 감지할 수 있었고 해방 후로도 갖은 수난과 고초를 겪었으면서도 그 어려웠던 시절이 자랑 같은 추억으로 남아 묵은 필름을 되돌릴 때도있다.

 

거기에는 푸른 물감 같은 재미가 군데군데 묻어 있기도 하지만 험한 세파 먼저 벗어던지고 새 세상 찾아 앞질러 가는 통에 말벗이 끊겨 편지 쓸 일도 없어졌다. 20대초까지 단짝 친구인 P가 고향 떠나 서울 살면서 일이 년 만에 한 번 만날 동 말 동하는데 그 사람이나 만나야 지금도 불알친구로 내 속 제 속 드러내 놓고 속말도 풀어놓는다. 제발 너나 좀 같이 오래 살자 속말 터놓고 실컷 하게.

 

/송재옥(시인)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