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이 또록또록 떨어진 도심지의 길을 걷다보면 맑은 햇살처럼 걸리는 추억이 있습니다.
울퉁불퉁 자갈이 박힌 길을 30여 분 걸어 살짝 굽어진 언덕을 넘으면 들꽃처럼 소박한 미소를 간직한 선생님이 계신 아담한 학교가 포근히 앉아 있었지요. 토요일 오후면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시는 선생님과 주변 산으로 풀숲을 헤치며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하얀 나비 떼가 되었지요.
수업시간 아이들이 졸릴 때쯤이면 ‘산 너머 남촌’으로 향하던 아름다운 그 목소리.
하얀 피부에 왜소한 체격, 감꽃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드리면 화사한 꽃으로 다시 피어나시던 그 모습이 가슴에 박히던 날부터 나는 선생님을 닮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했습니다.
문단의 말석에서 결코 밥이 되지 않는 글 한 줄 남기고 싶어 갈망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골학교에 선녀처럼 오셔서 어린 소녀들의 가슴에 새싹처럼 푸른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신 선생님의 싱싱한 향기는 산을 넘어 남촌으로 인생의 황혼을 건너고 계시겠지요?
조정희 선생님, 오늘따라 유난히 뵙고 싶습니다.
/박갑순(시인·소년문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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