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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제가 이야기꾼이 된 것도 모두 어머니의 덕입니다

소석호(아동문학가)

어머니! 오늘따라 풀벌레 소리가 더욱 처량합니다. 텔레비젼이나 라디오도 없던 시절 오늘같이 달이 밝은 밤이면 마당가에 모깃불 지펴놓고 자식들에게 찐 감자, 옥수수를 호호 불어 입에 넣어 주시며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해주셨지요.

 

어머니의 이야기는 마치 맑은 샘에서 쪽박으로 물을 퍼 올리듯 항시 새롭고 거침이 없으셨습니다.

 

제가 지금 이야기꾼이 된 것은 모두 어머니의 덕택임을 알고 있습니다. 어린 자식 4남매만 남겨 놓으시고 먼 길을 떠나신 아버지. 눈물도 마를 시간 없이 오직 자식들에게만 온 정성을 쏟으신 어머니, 혹시 아버지 없이 잘못 자랄까 두려워 항시 바른길로 가도록 좋은 책도 읽어 주시고, 좋은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때로는 엄하게 꾸짖기도 하셨던 어머니는 끝내 73세를 마지막으로 꽃피는 3월에 주무시듯 편안하게 부처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효도는 온갖 행실의 근본이라고 하고 세상의 죄악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는 죄가 가장 크다고 했는데 살아생전 정성을 다하여 모시지 못한 점 뼈에 사무치게 뉘우쳐집니다.

 

어머니! 저도 어머니의 가르치심대로 항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욕심 없이 살며 만나는 사람에게 기쁨과 자비를 베풀며 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편히 주무시옵소서.

 

/소석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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