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아! 몇 년 전 너는 동백꽃이 질 무렵, 지금 부산에서 고창 선운사에 가고 있으니 그곳에서 만나자는 소식을 전해왔지. 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 단숨에 달려왔다는 내 이야기에 콧등이 시큰해져 우린 두 손을 잡고 놓을줄 몰랐지.
언제나 나를 만나면 이야기 무대는 고향이고 자기가 태어난 본향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고향소식에 목말랐던 너. 선운산 정상바위에 앉아 서해의 낙조를 바라보며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지.
너와 헤어진 한 달 후, 너는 뇌출혈로 동의대 침상에서 가느다란 호흡으로 나를 맞이하였지. 세 모녀의 처절한 흐느낌이 나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고 푸른 부산바다를 뒤로 하고 돌아왔다. 너는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항상 내 곁을 지켜주는 반가운 친구였다.
어쩌면 네가 먼저 가야할 길을 미리알고 이별의 아픔을 선운산 정상 바위 위에 새겨 놓았을지도 모른다.
“친구야! 이 계절에, 나는 너를 그리워하며 해마다 이 선운사 동백꽃을 찾는구나. 보고 싶다. 친구야!”
/윤상기(수필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