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모(수필가)
아들아.
그토록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쳤다.
코스모스 하늘거리고 고추잠자리 나는 청명한 가을이 되었다. 아름답게 모악산의 그림자가 전주하늘을 덮는구나.
네가 한여름 훈련소에 입소한 날부터 너의 어머니는 날이 무더워도 네 생각 비가와도 네 생각 날씨가 좋아도 네 걱정만 하고 산다. 네가 군에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한텐데 하고 말이다.
사람은 어려우면 가족이 생각나고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것이 혈육의 정이고 인지상정(人之常情)일진대 얼마나 네 어머니가 보고 싶으냐. 그리고 힘들지. 그 마음 아버지가 잘 알고 있지. 아버지도 군에서 격은 일이니 말이다. 네가 군에 간 후로 아버지는 어깨를 확 펴고 있다. 우리집안은 네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작은 할아버지, 그리고 네 작은아버지 두 분을 합하여 네 할아버지 아래로 우리집안 남자들은 모두 현역육군으로 만기 제대를 하였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니. 더욱 아버지가 대견스러운 것은 네가 빠르게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너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 판단한 아버지의 직감이지만.
며칠 후 너의 씩씩한 모습을 보러 면회를 갈 것이다. 자랑스러운 육군이등병의 힘찬 거수경례를 한번 받아 보자구나. 아버지도 많이 기대 되는 구나. 더 많은 말은 이따 만나서 하기로 하고 이만 줄인다.
아버지가.
/양용모(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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