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웅(수필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여보,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는 게 얼마만이요. 곱고 정갈하기만 하던 당신이 어느새 그렇게 늙어 버렸단 말이요?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깊어진다고는 하지만 근래에 한결 더 늙어보이는구려.
변명할 말이 전혀 없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당신의 노년을 즐겁고 편안하게 뒷받힘 할 수 없는 나의 무능을 미안하게 생각하오.
시골에 내려가지 말자고 극력 만류하던 당신이나 아이들의 말을 순순히 따랐더라면 하고 후회막심하오. 전주에 내려와서의 내 일상도 겉으로야 흔연했지만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만치나 짜증나는 생활의 되풀였다오. 그러나 어쩌겠소. 우리에게 닥친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마음 붙일 일을 찾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밖에 다른 방도가 없질 않소. 실타래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그것을 내동댕이 칠 순 없는 일이 아니오?
늙어서는 서로가 “살아서 옆에 있어주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삶의 지혜라고 합니다. 얼굴을 활짝 펴고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와 주시오. 제발.
/김세웅(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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