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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최씨 문중 시집 오셔 고생하신 어머니 품이 더욱 그립습니다

최신림(시인)

어머님, 찬바람에 유리창이 덜컹거리고 초침은 자꾸 어둔 시간을 벗어나 바삐 내일로 향합니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긴 겨울밤엔 따스한 어머님 품이 더욱 그리워 지곤 합니다. 어머님, 홀로 그 먼 나라에서 어떻게 지내신지요.

 

여산 송 씨 막내딸로 곱게 자라, 가난한 최 씨 문중 장손에게 시집 오셔 한 평생 모진 고생 하시다 이젠 살만하다 싶으니 위암이라는 몹쓸 병으로 예순 갓 넘어 이승의 마지막 끈 놓아 버리셨습니다. 몇 개울 후 매제도 간암으로 세상 등졌을 때, 저는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세상 원망하며 수많은 시간 허비하며 방황하였습니다.

 

어머님, 세월이 참으로 빠릅니다. 벌써 십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못난 아들은 이제야 가정 꾸려 아들, 딸 쌍둥이 키우며 행복하게 지냅니다. 뭐가 그리 바쁘셨는지 친손자 얼굴 한 번 못 보시고 자식 곁을 영영 떠나셨는지요. 지금도 어머님 생각만하면 가슴 저 밑에서부터 슬픔이 아려오기 시작합니다. 자식을 키워보니 어머님께서 제게 베푼 사랑이 얼마나 크나큰지 느꼈고, 또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많이 느꼈습니다.

 

어머님! 내년 봄 온 산에 고운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 어머님의 둘째 며느리와 손자, 손녀 손잡고 어머님이 계신 산소를 꼭 찾아 뵙겠습니다.

 

/최신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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