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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문화정책, 예술단체가 주역 맡아라 - 문치상

문치상(풍남문화법인 이사장)

올 들어 문화예술계에 선거 붐(?)이 일었다.

 

전북예총 회장선거를 시작으로 전주예총 그리고 각 협회와 시·군 지부의 수장들이 바뀌거나 유임됐지만 대부분 막상막하의 경쟁을 통해 등장했다.

 

전북의 문화예술계는 추대 형태의 수장을 모신 경우가 참 많았다. 선·후배 또는 서열(?)을 중시하면서 어른을 모셨고 그 어른은 고사하였지만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통해서 모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장·단점이 뚜렷하지만 그래도 예도(禮道)다운 관습이었다.

 

작은 지역사회에서 조석으로 얼굴 맞대고 살면서 선택의 기준도 애매한 가운데 대결 양상은 보기도 좋지 않거니와 세월이 갈수록 험악하다.

 

이래저래 허물을 들추고, 편이 갈리고, 출마자 됨됨이보다는 연줄에 얽혀 결과를 도출하는 사례까지 빈번하다. 그보다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능수능란하고 거짓이 다반사로 통하는 정치판마냥 문화판도 쉽게 물들 것 같아 걱정이다.

 

각설하고 이제 새로운 예술문화단체의 수장들이 자리를 잡았으니 몇 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예술계의 품위와 품격을 높이자. 모든 행사에 참여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싶다. 표를 의식하지 않는데 왜 낄 곳 안낄 곳 구별 못 하는가. 특히 문화예술 행사의 경우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들에게 자리를 뺏기고 주인공에서 제외되는 판국 아닌가.

 

둘째, 문화예술 분야의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자. 기관이 내놓은 정책이나 지원에 들러리 설 일은 아니잖은가. 최소한 문예지원금 지원사업 권한 정도는 예총이 위임받아야 한다. 우선 문화예술단체의 필요성이 인식되도록 철저한 조직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셋째, 떠벌리는 축제의 장에서 벗어나자. 그것은 문화예술계의 몫이 아니다. 창작의욕을 북돋우거나 작품을 승화시키는 판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장르별 특색과 특징을 집합하고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이는 자리로 탈바꿈해야 한다.

 

넷째는 변해야 한다. 단체가 지금껏 해 온 것을 유지하는 게 전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험정신이 없이 어찌 진화할 수 있겠는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다섯째는 예산의 효율집행이다. 장르에 따라 제작비의 차이가 뚜렷함에도 균등 분배식의 예산 집행은 이기주의의 발로 아닌가. 이제는 예술문화인들도 철저하게 회비를 내서 떳떳한 단체가 되었으면 싶다.

 

문화예술단체가 전북문화예술 정책의 수립과 집행 그리고 비전제시에 주역이 돼야 한다. 장기든, 단기든 정책은 예술인들의 충분한 논의와 행동으로 마련돼야 한다. 그 중추적인 역할을 예술문화 단체가 맡아야 함은 당연하다. 허지만 지금껏 단체들의 활동은 주어진 예산의 집행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앞서야할 것은 믿음의 확보다. 관은 물론 온 도민이 문화단체의 하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고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을 만큼의 예술단체로 탈바꿈되기를 간곡히 바란다.

 

 

/문치상(풍남문화법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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