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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산기슭에서 맺은 특별한 ‘천년 가약’

정재철·김옥선 씨 14살 나이 차 ‘꽃중년 남녀’ 결혼식 화제
“부부봉 닳아 없어질때까지 천년동안 아끼고 사랑하며 살것”
홍삼축제 무대 혼례식장서 거행, 신혼여행 경비로 장학금도

“바위산인 부부봉(마이산)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천년 동안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가정의 달 5월. 진안지역 ‘특별한 신랑과 신부’가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며 지인들 앞에서 한 약속이다. 신랑과 신부는 이른바 꽃중년을 자처하며 부부봉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마이산, 그 기슭에서 천년가약을 다짐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해마다 홍삼축제의 주무대가 되는 마이산북부 광장에 웨딩복 차림의 두 남녀가 하객들 앞에 섰다. 진안읍에 거주하는 정재철(62) 씨와 김옥선(48) 씨가 그 주인공.

14년의 나이 차, 이것 말고도 이들의 결혼은 특별했다. 신랑과 신부는 모두 ‘재혼’이었다. 하지만 초혼보다 멋진(?) 혼례를 행했다.

신랑 정 씨는 삼성전자 진안대리점 대표이고, 신부 김 씨는 주부들에게 인기를 끄는 노래교실 강사다. 신부는 ‘서윤’이란 예명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감초 같은 인기 가수이기도 하다.

이들의 결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신랑과 신부는 공교롭게도 둘 모두 ‘솔로’가 된 지 19년째다. 신랑은 환갑이 넘었고 신부는 1년 반 후에 50대가 된다.

신랑과 신부는 재혼 전 낳은 자녀가 각각 3명과 2명 있다. 재혼 전 둘은 모두, 한쪽부모로서 자녀들을 건사했다. 신랑은 첫째 자녀가 최근 결혼해 9개월배기 손주를 둔 자칭 ‘혈기왕성한 중년’이다.

신랑과 신부는 초혼 실패의 아픔을 경험했다. 하지만 신랑은 사업으로, 신부는 자기계발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진안이라는 한 공간에서 오며가며 만나 사랑을 싹틔웠던 두 사람은 자칭타칭 ‘의지의 꽃중년’으로 불린다.

이들의 결혼은 지역에서 2주가 지난 지금도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진안은 아직도 결혼과 가족에 대한 전통적 관념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시골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중년의 남자와 여자가 재혼을 하면서 하객들을 초청해 정식 혼례를 치르는 것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당당했다. 모바일 청첩장까지 만들어 보낼 정도로 20대 청춘 못지않은 결혼식을 준비하고 치렀다. 결혼식 직후, 하객들의 짓궂은 ‘공개 뽀뽀’ 주문도 무난히 소화(?)해 냈다.

둘은 재혼 혼례를 위해 전문 예식장이 아닌, 진안홍삼축제 주무대로 사용하는 마이산 북부 야외 광장(마이돈 테마공원)에 ‘예식장과 피로연 뷔페’를 마련했다. 부부봉(마이산)처럼 오랫동안 사랑을 이어가고 싶어서였다는 게 두 사람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행사 시간이 겹치지 않을 경우 소정의 사용료만 내면 누구든 이용 가능하다. 이날 신랑 신부는 마이산 북부 산기슭 일원을 통째로 사용했다. 사상 최고 넓이의 예식장이라는 촌평이 나왔다.

결혼식은 ‘가족과 지인의 축제’처럼 진행됐다. 신부의 재능을 닮은 아들은 축가를 독창했고, 신부 지인 10여명은 사전 준비 없이 무대에 올라 축가를 합창했으며, 신랑 지인은 즉석에서 지목돼 축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이날 신랑과 신부는 신혼여행을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시국이어서가 아니다. 20년가량 외쪽부모 노릇하면서 겪은 자녀 양육의 어려움이 사무쳐서다. 이들의 신혼여행 경비는 생활이 어려운 대학생 2명, 고등학생 1명, 중학생 1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됐다. 짧은 전달식 동안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인들에 따르면 신랑의 자녀는 신부를 친엄마처럼 따르고 신부의 자녀 역시 신랑을 친아빠 이상으로 여기고 있을 뿐 아니라 자녀들 상호간에도 우애가 돈독해 주변의 부러움을 살 정도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결혼식 직후 한 지인은 솔로임을 고백하면서 “나도 기회가 된다면 저런 결혼식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부러워했다.

국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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