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사랑지킴이 노거수 사진전 성료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다.’
용비어천가 구절처럼 수백 년 동안 한 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 나무는 땅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땅 속에 거대한 뿌리를 뻗고 우뚝 선 나무는 숱한 풍파에 시달리고, 잔가지가 부러져 나갈지언정 굳건하다. 수백 년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꽃이 좋고 많은 열매를 생산한다.
노거수는 생명이고 인간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문화다. 사람들은 수백 년을 살아가는 노거수를 바라보며 장수를 생각하고,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른 웅장한 자태를 보며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간다. 삶의 힘, 용기를 얻는다.
비록 제사 문화는 상당히 사라졌지만, 주민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동구 밖 당산제를 하는 마을은 여전히 존재한다.
노거수는 생명이고, 희망이고, 위로이고, 쉼터이고, 나아가 마을을 지탱하는 ‘거대한 뿌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완주의 한 시민단체가 지역 주요 노거수를 주제로 진행한 사진전은 노거수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짚어보고, 지역문화 자산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주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완주지역 시민단체인 만경강사랑지킴이(회장 이현귀)가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완주군 용진읍 복합문화지구 누에 아트홀에서 진행한 ‘제3회 만경강 생태 사진전-나무가 들려주는 나무이야기’ 전시에는 완주군 13개 읍면에서 수백 년을 살아가는 노거수 20여 그루가 소개됐다.
이현귀 회장과 회원 등 15명이 사진을 촬영하고, 노거수에 얽힌 사연들을 소개했다.
봉동읍 제내리 제촌마을 진천송씨 재실인 우산정사에 있는 용솔(용나무)과 삼정승 소나무는 청백리, 충신의 삶을 살았다는 표옹 송영구 선생의 정신을 전해주듯 반듯하고(삼정승 소나무), 처마 위로 고개를 들지 않는 겸손(용솔)함을 보여준다.
구이면 두현리 두방마을 400년 추정 느티나무 등 대부분 느티나무들은 세월의 상처가 작지 않아 ‘외과 수술’을 받기도 했다. 동구 밖이나 마을 중심에 심어진 느티나무는 팽나무와 함께 대표적 당산나무다. 마을 쉼터이자 화합의 장이다. 완주군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는 용진읍 상삼리 용교마을에 있는데, 수령이 800년 정도 추정된다.
봉동읍 구만리 원구만 마을 옆 전주이씨 세천 변에 자리잡은 버드나무는 수형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이 버드나무는 500년 전 왕자의 난 때 이방원에게 패한 방간이 봉동에서 귀양살이 하던 시절 그가 지팡이를 꽂은 자리에서 자라난 버드나무의 후계목이란 전설이 내려온다.
봉동읍 구미리 390년 된 은행나무, 동상면 신월리 거인마을의 300년 된 고종시 시조목, 동상면 행정복지센터를 지키고 있는 100년 수령의 배롱나무 등 노거수들은 지역주민들의 소중한 삶과 역사를 보여준다.
우산정사 용나무를 소개한 손안나씨는 “그들이 견딘 인고의 세월을 가늠조차 못하면서 그들을 무시하고 살아간다”며 “우리 주변 나무에 관심 갖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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