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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상전면 양지마을 유채꽃밭 혼자 가꾼 '시골아저씨'

진안 상전면 금지마을 출신 정완기 전 태권도육군대표 시범단원
육순 앞두고 귀농⋯2년간 호주머니 털어 유채꽃밭 가꿔
올 가을엔 메밀꽃 하얀 물결 만드는 게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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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진안 상전면으로 귀농한 정완기 전 태권도국가대표 선수

“혼자 해보겠다고 나서서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이 넓은 곳을 혼자서 가꾼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유채꽃 천지가 됐습니다.”

4월을 마무리하는 길목, 진안군 상전면 금지배넘실마을과 인접한 양지마을에 이르면 봄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진다. 용담호 내 유휴부지에 노란색 꽃밭과 파란색 물빛이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신록의 '태동기'에 피어 유난히 눈에 쏙 들어오는 노란색 꽃물결의 주인공은 유채꽃이다. 근처를 지나는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무의식중에 차량 브레이크를 밟게 한다.

유채꽃밭을 조성한 주인공은 양지마을과 한 동네나 다름없는 금지마을의 정완기 씨(65) 다.

마을 사람들의 ‘윤허’를 얻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십수 만 평방미터(㎡)의 유채꽃밭을 가꾼 정 씨는 귀농인이다. 젊은 시절이던 1980년대 한동안 태권도 육군대표 시범단원을 지냈고 이후 여러 가지 경험을 두루 하다 육순을 코앞에 두고 태어나고 자란 금지마을로 연어처럼 돌아왔다.

정 씨는 “마을사람들이 나랏돈을 지원받아 몇 년 전 한때 용담호 부지 내에 경관농업 차원에서 공동으로 해바라기꽃밭이나 유채꽃밭 가꾸기사업에 나선 일이 있었다”며 “용담호 만수로 해당 부지에 물이 차오르면서 꽃밭 가꾸기가 중단돼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담호 만수에 지원금 중단, 마을주민의 고령화까지 겹쳐 아름다웠던 유휴부지는 방치 상태가 됐다.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쌓이고, 무단점유가 파고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혼자서라도 가꿔보겠다고 나섰더니 마을 어른들이 반신반의 속에 동의해 줬단다. 사전에 수자원공사의 동의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2년 동안 방치됐던 유휴부지가 유채꽃밭으로 되살아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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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선수가 홀로 가꾼 유채꽃밭

정 씨는 지난해 용담호 물이 빠지자 이곳 십수 만 평방미터의 밭을 혼자서 갈고 사비로 씨를 구입해 뿌렸다.

그는 “깡마른 체구지만 근력과 체력에는 자신 있어 혼자서 달리기 하듯 신속하게 파종했다”며 “어른들은 엄두를 내지 못할 속도여서 구경거리가 될 정도였다”고 했다. 파종된 씨앗의 총량은 무려 1톤 가량이었다. 구입에만 수백만 원이 들었다.

올해엔 지난해에 다량 수확해 둔 씨앗이 있어 종자구입비가 들지 않았다. 그는 “뜻 맞는 지인 몇몇과 함께 도리깨질해 참깨 알보다 훨씬 작은 씨앗을 다량 받아 뒀다”고 말했다.

또 “꽃밭은 아니지만 예전에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수십만 평 사업부지를 관리한 경험이 있었다”며 “그것이 유채꽃밭을 가꾸는 자신감으로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을사람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유채꽃밭을 가꾸고 싶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유채꽃이 지면 메밀 씨앗도 뿌리고 싶단다. 봄철 노란색에 이어 늦여름과 초가을에는 파란 용담호 인근에 하얀색 꽃물결을 ‘채색’하고 싶은 게 올해 소망이다.

그의 지인 C씨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 일에 바보처럼 사비를 들이고 몸으로 때우며 꽃을 가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데 지원이 부족한 게 안타깝다”고 귀띔했다.

국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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