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성실근로에 대한 보답과 애로청취 차원
20대 초반 사우디서 고생한 둘째 형 모습 떠올라 시작
6월 용담호 근처 한 마을의 저녁식사 시간. 한 남자가 큼지막한 양동이를 차량에서 들어 내린다. 한 가득 담긴 뼈다귓국은 침샘을 자극한다. 양동이 든 남자는 필리핀근로자 숙소로 올라간다. 마을회관 2층이다.
남자는 국자를 손에 쥐고서 고기 부얼부얼 달라붙은 돼지뼈와 국물을 대형국그릇 20개가량에 일일이 나눠담는다.
큰 방에 빙 둘러 앉은 외국인근로자 14명. 이들 앞에는 각각 흰쌀밥과 뼈다귓국이 함께 놓인다. 근로자들이 수저를 든다. 남자도 통역사도 식사대열에 동참한다.
어색한 발음이지만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등의 말이 터져 나온다. 방안엔 웃음꽃이 연신 핀다. 영락없는 70~80년대 동네잔치 분위기다.
지난 12일 오후 7시 진안 상전면 신연마을회관에서 일어났던 ‘실제상황’이다. 자칫 음식점 배달원으로 오해받을 것 같은 이 남자의 정체는 군의원이었다.
진안군의회 이명진 의원은 이날 손수 끓인 뼈다귓국을 ‘하루 일과’ 종료시간에 맞춰 챙겨들고 ‘공공형 외국인계절근로자(이하 공공형)’ 숙소를 찾아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애로를 청취했다.
이날 이 의원은 부귀면 자택에서 배우자 이영미 씨와 함께 양은솥에 장작불을 지펴 오후 내내 30명분 돼지뼈다귓국을 끓였다. 조리의 주재료는 ‘신선한 돼지 뼈 두 벌 3만원어치’와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 큰 통 하나’였다.
아니 할 말로 ‘선거 때 표도 안 되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이 의원이 이토록 따뜻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짠한’ 가족사가 배경이다. 이 의원 고교 시절 둘째형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서다. 둘째형은 가족에게 드리워져 있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20대 초반 나이에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일용잡부로 일했다고 한다.
이날 이 의원은 ‘공공형’ 근로자의 애로사항을 묻기도 했다.
최고령 알리아리또(45) 씨는 “안마의자가 없으니 마련해 주시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외국인근로자 숙소인 마을회관 4개소 가운데 유독 이곳에만 안마의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린 것.
최연소 핸리(31) 씨는 “한국에서 더 많은 일당을 벌고 싶다. 하루 8시간에 9만 600원을 받는다. 날마다 잔업을 더 많이 해 근로시간이 더 길어지면 좋겠다.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식사 후 근로자 14명은 1층까지 따라 내려와 이 의원을 배웅했다.
이명진 의원은 “열심히 일해 줘 고맙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 달라. ‘성실근로자’로 뽑혀 내년에도 진안에 올 수 있기 바란다”며 “애로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사실, 이 의원의 뼈다귓국 격려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올해에는 외국인숙소가 2개 더 늘었다. 지난해 상전 신연마을회관(14명), 백운 원촌마을회관(12명)에다 마령 대동마을 일반주택(8명), 부귀 오산마을 일반주택(8명)이 추가 지정됐다. 이 의원은 틈나는 대로 뼈다귓국 격려 방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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