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와 군산시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두고 또다시 대기업의 ‘세치 혀’에 속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업 호황이라는 언론 보도와 달리,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여전히 블록공장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전면 가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된 이후 5년 만인 2022년 10월 일부 재가동에 들어갔다.
당시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HD현대중공업과 협약을 맺고 연간 100억 원이 넘는 보조금과 각종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협약서에는 “점진적으로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문구만 있을 뿐, 전면 재가동 시점이나 신조선 건조 재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조선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선박 수주가 급증하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군산조선소는 울산조선소의 하청 형태인 블록조립 공장에 머무르고 있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 군산조선소의 근무 인력은 1080명으로 전성기때였던 5000여 명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말이면 전북자치도와 군산시의 재정 지원이 종료되는데, 이후 조선소의 사업 지속 가능성과 정상화 방안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고,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상태로라면 군산조선소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하청 블록공장으로 전락한 채,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커녕 사실상 '희망 고문'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역사회에서는 군산조선소의 전면 재가동이 사실상 요원하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지역경제계에서는 조선소 정상화 시점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HD현대중공업은 신조선 생산 재개를 확약하든지, 재가동 계획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면 부지 매각을 통해 타 산업 유치 등 지역경제 회생 방안 등의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경제계 인사 김모 씨는 “협약서 어디에도 전면 가동 시점이나 신조선 생산 재개 조건이 없다면 사실상 HD현대중공업 입장만 기다리는 꼴 아니냐”면서 “어렵게 재가동시켜 놓고, 실제론 조선소 이름만 달고 블록공장만 돌리는 행태는 지역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지원금만 퍼주고 지역경제는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종대 군산시의원은 “군산조선소의 미래가 또 다시 ‘희망 고문’으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군산조선소 문제는 단순히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기업과 지자체, 도민이 참여하는 공개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재가동 방안과 대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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