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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제, 지역경제 연계 과제] (하)남원 특산품 정책 ‘새 판 짜기’ 나설 때

선거용 치적주의에 흔들린 먹거리
10·20년 뒤 내다볼 행정 뚝심 절실

남원시 전경. /전북일보 DB

남원의 ‘미래 산업’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달라졌다. 최진영 시장은 허브를, 이환주 시장은 화장품을 새 성장동력으로 꺼내 들었다. 이런 가운데 산업을 키우는 데 필요한 행정력은 흩어졌다.

시장 후보들의 공약이 토목·건축 사업에 쏠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선 직후 다음 선거 전까지 어떻게든 치적을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산업을 키우는 데 필요한 긴 호흡과 정책의 지속성을 밀어냈다. 허브와 화장품을 비롯한 많은 남원의 특산품이 ‘미완’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남원의 자산을 산업으로 설계할 정책의 지속성이다. 지역을 상징하는 상품이 분명한 지자체는 그 자산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지켜온 곳이었다.

장수군은 한우와 사과가 전국 경쟁 산지에 밀리자, 두 특산품이 공유하는 빨간색을 내세운 ‘레드푸드(Redfood)’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찾았다. 임실군은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의 헌신을 토대로, 지역을 한국 치즈 산업의 메카로 만들었다.

이들 지자체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은 게 아니다. 있던 자원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었을 뿐이다.

남원의 특산품 자원은 빈약하지 않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리산을 배경으로 다양한 품목이 존재한다. 하지만 허브와 화장품은 각자 따로 떠올랐다가 잊혔고, 춘향이라는 강력한 이야기 역시 상품으로 풀어지지 못한 채 남아있다.

전문가는 남원이 가진 콘텐츠는 충분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상품 개발이 부족하다고 짚는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남원은 ‘사랑’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에 맞는 상품 개발 노력이 부족하다”며 “백향과보다 차라리 포도로 ‘사랑의 와인’을 만드는 식이 콘셉트에 맞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 교수가 말하는 ‘사랑’은 허브나 화장품을 대체할 또 하나의 아이템이 아니다. 흩어진 특산품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낼 틀이다. 허브차도, 화장품도 ‘사랑’이라는 서사 안에서 팔릴 때 비로소 남원만의 상품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남원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지역의 이야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한 채 나열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관광객은 ‘사랑 이야기’를 경험하고도, 그 감정을 가져갈 물건을 찾지 못한 채 지역을 떠난다. 경험과 소비가 분리된 상태가 반복되는 이유다.

남원시가 이러한 모순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시는 지난 2009년, 이탈리아 베로나시와 정책교류를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세계적인 ‘사랑의 도시’ 베로나의 성공 방정식을 남원에 이식하겠다는 취지였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이 도시는 13세기 지어진 저택을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으로 꾸며 수많은 여행객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었다.

또 관광객들은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 답장을 받기도 하는데, 관련 단체 ‘줄리엣 클럽(Club di Giulietta)’ 홈페이지에 따르면 매년 5만 통에 달하는 편지와 이메일이 클럽으로 수령되고 있다.

베로나는 사랑 하나만 팔지 않는다. 기념품, 숙박, 식음료까지 사랑이라는 서사 아래 늘어섰다. 이야기가 상품이 되고, 상품이 다시 이야기를 강화하는 셈이다.

지리산과 광한루원, 춘향전의 매력에 이끌려 남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빈손으로 떠나는 현실은 그간 시정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 있었는지 보여준다.

단체장의 임기 내 성과주의에 밀려 ‘미완’으로 방치된 특산품 잔혹사는 이제 끝내야 한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남원만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 특산품 개발과 육성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끝>

신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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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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