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시인)
“네가 있어 네 옆사람이 괜찮다.” 우리 오늘 그렇게 살자.
입춘바람이 싸늘한데도 남매(楠梅) 잔가지에 연노랑 꽃이 망울망울 피었다. 노랑 꽃봉오리 부풀려 꽃잎을 벙글기까지 그 기다림은 어쩌면 익어가는 그리움. 그러기에 남매화 향기가 이다지 고요하지. 그리움으로 피어난 꽃내음, 어서 흠향하시라.
아침마다 이른 햇살 마시며 바르르 떠는 꽃잎에 눈 맞춘다.
“지금 이 시간 이 자리가 내 생애의 가장 이쁜 꽃자리다. 남은 생애 중에 가장 힘있고 젊은 오늘이다. 나는 오늘 만남도 일도 잘하기를 선택한다.” 고 또박또박 소리내어 말한다. 그리고 어제를 잊고, 내일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시간은 늘 미래로부터 내게로 오는 것. 내일 꽃을 피우기 위해서, 지금 씨를 심고 거름을 다독다독 묻어야 한다. 꽃은 절대로 저절로 피지 않는다.
정월이면 어김없이 나에게 찾아와 첫향기 첫꽃이 되어주는 매화. 벌나비도 날아들지 아니하는 시린 바람 속에서 맨몸에 송이송이 속울음을 매단다. 그래, 목멘 눈물의 향기를 길어 올리자. 눈발이 죽죽 긋고 가도 매화 꽃잎은 뭉개어지지도 향기를 잃지도 않는다. 그래, 시련과 고난에 뭉개어지지 말자. 살아가려니 힘들다고? 그게 사는 거다.
사람만 불평이 많다. 좁은 화분의 흙에 뿌리를 박고 헐벗은 잔가지마다 꽃송이를 단 남매화가 바람과 햇빛을 향해 꽃색과 향기를 날린다. 정부가 잘못 하고 기업인이 잘못하고 노동자가 잘못한다고 불평하기 전에 ‘네가 있어 네 옆사람이 괜찮다’고 생각하며, 오늘 우리 그렇게 살자.
나의 사람아.
남매화 고요한 향기를 너에게 띄운다.
/김용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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