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순(시인)
유독, 시대적인 변화에 몸살을 많이 앓으셨던 아버지.
자식들 공부 시킨다고 도시로 이사 하신 후 영원한 지주로 남아 있을 줄 알았던 토지가 해방 후 처음 토지개혁이라는 특조법이 발표되면서 빈털털이가 되었을때 갑작이 변해 버린 현실 앞에 어떠하셨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성정이 아니셔서 문 쪽을 향해 앉으시면 한나절 내내 같은 모습이셨던 아버지.
딸이 직장에 다닌다고 객지생활 하는 것이 걱정 되셨던지 하얀 두루마기를 입으시고 찾아오셔서 사탕 하나 내 손바닥에 놓으시면서 “너 주려고 돈 몇닢 마련했는데 북새통인 기차역에서 쓰리 당하셨다”는 말씀 뿐 뒤도 안 돌아보고 가셨던 아버지.
자식들 공부시키겠다는 앞선 계획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한국전쟁 중에 두아들을 잃고 남은 자식들을 빨래줄에 널린 시답잖은 옷가지처럼 바람에 너펄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이제는 얻기 위해서 두리번거리기보다 버리기 위해서 먼산바라기 하는 나이 탓일까요. 뒷동산에 찔레꽃 향기 짙어지면 아버지가 주셨던 알 사탕 하나 달콤하게 녹여먹고 싶습니다.
/조영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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