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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위 명문대학의 이기주의 - 이강녕

이강녕(전 전북도 교육연구원장)

요사이 조석의 언론 화두는 소위 대학입시에 있어 학교 내신 성적 9등급 중 4등급까지를 같은 동급으로 처리하겠다느니, 대학들이 그렇게 하면 1조 6천억 원에 가까운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 배제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느니 온 나라가 대학 입시 문제로 시끄럽다. 국가에서 내신 성적을 50% 반영하라는 지침과 내신성적을 9등급으로 한다는 지침이 명문대학에 어떤 불이익을 주기에 서로가 이렇게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다투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입시 자료는 변별력이 중요한 변수중의 하나다. 능력적으로 변별력을 가진다는 이야기는 바로 대학에 진학 후 학업성적을 예언한다는 점이고 이는 곧 대학의 특성과 상관이 높은 학생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중요 변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이 대학에 생존이 걸린 것처럼 정부의 방침과 대결해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입시란 원래 그 대학에 입학해서 소정의 학습을 해 나갈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도구다. 따라서 해당 대학에서 수학하는데 있어 특별한 결격사유가 아니면 그렇게 싸워야 할 일이 못된다. 언젠가도 필자가 ‘특별히 우수한 사람을 뽑는데 힘을 경주하지 말고 보통 사람을 뽑아 특별히 잘 가르는데 힘을 경주하라’고 언급한바 있다. 사리가 이러 함에도 항상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명문대학이라 일컷는 곳에서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보면 소위 명문대학의 이기주의의 소산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 들 말처럼 1,2등급의 내신 성적이 변별력이 없어 이를 동점으로 치고 다음에 수능 점수라든지 논술 성적을 중심으로 학생을 입학시켜 조금은 더 우수한 학생을 뽑는다고 치자. 이것이 그 대학의 그렇게 소중한 가치인가. 더구나 내신성적을 50%반영하라는 당국의 방침을 어기고 1등급에서 4등급까지를 동점처리 해서 그 대학이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 이는 특목고 출신, 다시 말해서 국,영,수등 특정학과의 우수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 이 외에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특목고 출신을 고집하는 이면에는 국가의 정책도 문제가 있다. 원래 특목고란 그 방면에 적성이 높은 학생들이 그 방면에서 수련을 쌓음으로서 그 방면에서 성취하라는 취지의 학교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특목고는 적성과는 상관없이 성적우수자의 학업장소이고 바로 명문대학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었다면 누가 아니라고 항변할 것인가. 규제가 능사는 아니지만 특목고의 목적을 살리는 또 하나의 규제는 이런 면에서 필요하다. 특목고를 진학할 때부터 그 계열로의 진학은 돕되 특목고를 수단으로 타계열로 진학하는 이익수단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언젠가 필자는 인간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도의 지식과 기술의 소유자는 우리의 적이 될지언정 우리의 바램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 가르치기 쉽고 적당히 가르쳐 내어 보내도 명문대학의 명예만 충족 될 수 있다면 그게 대학의 바른 가치인가.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이렇게 입시문제에 매달려야만 하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이번의 내신성적 50%의 반영과 내신성적 5등급에서 9등급으로 입시 조건을 제시한 이면에는 공교육의 정상화라는 피하기 어려운 전제가 있다. 대학들, 소위 명문대학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방치하다가는 공교육이 파괴되고 말 것이라는 위험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자처하는 대학들은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코앞의 이익만에 눈을 돌리지 말고 교육의 현실과 국가의 장래를 염려해야 할 때다. 그렇게 단편적인 지식우위에 매달리지 말고 어떻게 하면 국가의 장래에 필요한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다.

 

/이강녕(전 전북도 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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